바의연 "의료빅데이터 사업, 각종 부작용 양산할 것" 경고
원격진료·개인정보 유출 위험…국민 '마루타' 이용해선 안 돼
왜곡된 의료시스템 구조 개선 없이는 의료빅데이터 관련 사업은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의료빅데이터 활용 사업에 대해 "선진국 추진 사업 흉내 내기에 급급한 사업으로, 막무가내식 정책은 부작용만 양산할 뿐, 실효성이 적다"고 진단했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는 지난 13일 제14차 회의를 개최하고, '개인 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전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여러 의료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의료데이터를 스마트폰·PC 등을 통해 한 곳에서 열람하고, 타 병원 진료기록을 진료 받고 있는 병원에 데이터로 전송해 응급상황이나 일반 진료 시 즉시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료진의 의사결정에서도 해당 의료데이터가 활용될 예정이다.
바의연은 "언뜻 보기에는 국민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만 정부의 숨은 의도와 향후 파급효과를 예측해보면, 국민에게 돌아갈 이익은 미미하다"며 "정부와 일부 기관·기업의 이익만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먼저, 수월한 의료정보 집적이 국민의 이득으로 이어지진 않으며 보험사 등의 이득을 위한 도구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봤다.
바의연은 "의료정보 접근이 개인에게 너무 쉽게 허용되면, 비전문가에 의한 의료정보의 자의적 해석이 만연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면, 보험사들은 의료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보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 고객 계약 갱신 시 보험사에 유리하게 적용할 수 있다"면서 "의료빅데이터 구축·관리 기관, 일부 기업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으로 인해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국민들의 의료이용 및 의료기관 의료 행위의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음도 강조했다.
바의연은 "정부는 의료빅데이터를 통해, 국민들의 적정 의료 이용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려고 할 것"이라며 "결국 국민들의 의료 이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의료기관에도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이용하여 적정 의료 행위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외 ▲실사 자료에 준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 작성 등 의료기관에 대한 부담·희생만 강요하는 문제 ▲데이터 구성·관리·전달 등의 과정에서 유출 등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 ▲국민을 마루타로 이용하는 원격진료 시행의 명분 제공 문제 등에 대한 염려도 이었다.
바의연은 "정부는 혁신을 저해하는 규제나 시스템은 거의 손대지 않았다. 그저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고 있다 말한다. 정책이 잘 추진될 리가 만무하다"면서 "개인 주도형 의료데이터 이용 활성화 전력을 포함한 의료빅데이터 활용 사업은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의 왜곡을 만든 핵심적 문제에 대한 해결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바의연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의료 관련 산업을 활성화할 의지가 있다면, ▲저수가 개선 ▲단일공보험 체제와 관치의료 구조 타파 ▲의료시장에서 자유가 더욱 보장되는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면서 "이런 선제적 노력 없이 진행되는 의료 관련 정책들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