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계로 인한 의료종사자 사고, 누구의 과실이 더 큰가?

의료기계로 인한 의료종사자 사고, 누구의 과실이 더 큰가?

  • 최재천 변호사(법무법인 헤리티지)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19.12.29 18:4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작]

의료기관에서 의료기계를 잘못 다루는 바람에 종사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고들이 있다. 이들도 노동자라서 당연히 산업재해에 해당한다. 하지만 좀 더 넓은 의미로 보자면 이 또한 의료사고의 범주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법적책임 문제는 이렇다. 장애가 발생한 경우, 1차적으로 산업재해 보상을 받는다. 그럼에도 손해가 충족되지 않는 경우, 2차적으로 민법상 사용자 책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다음은 판례의 원칙이다.

"사용자는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함으로써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대법원 2001. 7. 27. 선고 99다 56734 판결)"

[사실]

피부관리 및 시술의 보조업무직원으로 일하던 의료기관 종사자가 있었다. 제모용 레이저 기계 Vikini를 청소해야 했다. 전원 스위치가 켜져있는 상태에서 핸드피스의 레이저 조사부분의 젤 등의 이물질을 휴지로 닦아내는 작업을 하던 중 핸드피스를 손에서 놓치게 되었다.

떨어지는 핸드피스를 손으로 붙잡는 과정에서 레이저 조사 버튼이 눌러져 왼쪽눈이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좌안 황반의 구멍, 황반의 주름' 진단을 받았다. 사고 전까지는 정상 시력이었는데, 현재 좌안의 최대 시력은 0.04(교정불가)로 떨어졌다.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급여로 2600여만원을 지급받았다. 나머지 피해에 대한 배상을 구하고자 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쟁점]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과실을 인정할 수 있느냐, 둘은 직원의 과실비율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이냐였다.

먼저 과실 부분. 첫째, 이 사건 레이저를 신체에 잘못 쏘일 경우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눈에 쏘일 경우 심각한 손상을 초래할 수 있음에도 교육 및 지도감독이 부족했다.

둘째, 평소 직원들이 기계의 전원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핸드피스의 레이저 조사 버튼을 눌러지지 않도록 잡은 채 세척작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셋째, 고글 등 보호장비는 제모 시술 시 의사만 착용하여 왔고 제모 시술 보조업무를 하는 직원이나 세척작업을 하는 직원에게 보호장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법원이 인정한 세 가지 과실이다.

다음은 직원의 잘못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이냐였는데, 사고 자체가 우연에 기만한 특수한 사고였다는 점, 직원도 레이저가 눈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체안전을 위해 이 사건 기계의 전원을 끄고 세척작업을 했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것인 점 등을 들어 의사와 직원의 책임을 5:5로 동등하게 평가했다.

[법원]

현재, 1심판결만 내려졌다. 원고 청구액의 50%만을 인정하여 9100만원의 배상을 명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9. 19. 2018가합524912 손해배상(산))

■ 칼럼과 기고는 본지의 편집방침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