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의대 '신접합콜레라백신' 한국 기술로 개발한다

하버드의대 '신접합콜레라백신' 한국 기술로 개발한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0.02.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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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바이오로직스, 주사제형 신접합 콜레라백신 R&D 주도
항원·전달 단백질 높은 수율 접합 독자 기술 보유
[라이트펀드 R&D 프로젝트] ①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 효과적인 주사제형 신접합 콜레라백신

저개발국가 건강 불평등 해소와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한국의 생명과학기업이 확보한 보건의료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글로벌헬스기술연구기금 라이트펀트(RIGHT Fund·Research Investment for Global Health Technology Fund)가 1차 사업으로 5개 R&D과제를 선정했다.

지난 2018년 7월 설립된 라이트펀드는 보건복지부, 한국생명과학기업 5개사(SK바이오사이언스·LG화학·GC녹십자·종근당·제넥신),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의 공동 출자로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한국생명과학기업이 참여한 우수한 R&D 프로젝트를 발굴해 2022년까지 500억원을 글로벌 헬스 R&D에 지원한다.

1차 사업으로 선정된 세부과제는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 R&D 프로젝트(유바이오로직스·국제백신연구소·하버드의대) ▲저개발국가의 필수백신 접종률을 높일 수 있는 6가 백신(DTwP-HepB-Hib-IPV)의 제조공정 R&D 프로젝트(LG화학) ▲1회 투약 말라리아 신약 후보물질의 경제적이고 안전한 연속 공정 기술 R&D 프로젝트(SK바이오텍·MMV(Medicines for Malaria Venture)) ▲삼일열 말라리아 치료제에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G6PD 결핍증 환자 선별을 위한 G6PD 현장진단기기의 저개발환경 맞춤 기술 R&D 프로젝트(SD바이오센서·PATH(Program for Appropriate Technology in Health)) ▲분자진단 이용 4가지 결핵 약제 내성 동시 확인 가능한 광범위약제내성결핵 현장진단장치 R&D 프로젝트(바이오니아·FIND(Foundation for Innovative New Diagnostics)·국제결핵연구소) 등이다.

세계적으로 공적개발원조(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조달시장 규모는 올해 2월 기준 210조 8112억원에 이른다. ODA 조달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UN 공공조달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186억 달러(22조 782억원)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UN 조달 규모는 2억180만 달러(2395억원)로 전체의 1.08%를 차지하고 있다. UN 조달시장에서 의약품은 26억 4100만달러(3조1203억원), 의료기기는 7억 3560만달러(8695억원)를 차지한다. 우리나라 기업 비중은 의약품 1억 5550만달러(1838억원·5.9%), 의료기기는 1240만달러(147억원·1.6%) 수준이다. 주목할 점은 UN 조달시장 유망품목 1, 2위로 의약품·의료기기가 꼽히고 있는 가운데 보건의료 R&D 관련 제형개발, 제조기술 개선 등에서의 국내 기업들의 강점이 글로벌에서 인정받으며 ODA 조달시장에서 시장 규모를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

라이트펀드는 국내 생명과학기업들의 우수한 R&D 기술개발을 지원하며 글로벌 시장의 보건의료 관련 미충족 수요를 충족시킬 대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아래에서는 라이트펀드 1차 사업에 선정된 5개 R&D 과제를 중심으로 주요 연구개발 상황을 점검한다.

라이트펀드가 선정한 첫 번째 글로벌 헬스 R&D 프로젝트는 하버드의대가 개발한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특히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이다. 이번 과제는 하버드의대가 개발한 신접합 콜레라백신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방역용 백신 요건에 부합하도록 개발하는 R&D 프로젝트로 국제백신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한국 생명과학기업 유바이오로직스가 주도한다.

끝나지 않은 콜레라 판데믹 우려…저개발국 영유아 가장 취약

지난 2017년 4월 아라비아 반도 끝자락 예멘으로 전 세계의 눈이 쏠렸다. 세계 최악의 콜레라가 예멘을 덮치며 콜레라 판데믹 우려가 쏟아졌다. 오랜 내전으로 모든 기반 시설이 무너진 채 국민 대부분이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한 것이 콜레라 창궐의 단초였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사상 유례없는 예멘의 콜레라 대유행으로 2019년 7월 말까지 2년간 예멘 국민 200만여명이 콜레라에 감염됐으며, 이로 인해 3500여명이 사망했다. 특히 예멘의 5세 미만 영유아 3명 중 1명이 콜레라에 감염됐고, 콜레라 사망자 5명 중 1명(711명)이 5세 미만인 것으로 드러났다.

급성 수인성 감염병인 콜레라는 콜레라균 감염에 의한 급성 설사병으로 방치하면 몇 시간 안에 사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수인성 식품 매개 질환이다. 콜레라는 해마다 세계적으로 286만명이 감염돼 9만 5000명이 사망할 만큼 아직도 세계 공중보건을 위협하는 심각한 감염병이다. 콜레라균은 병원체 자체가 갖고 있는 잠재적 위험성으로 고위험 병원체로 분류되며, 국내에서도 콜레라를 제1군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콜레라는 선진국에서는 발생 빈도가 낮지만 감염성 질환이라는 특성 상 언제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 국내도 콜레라 감염자가 2017년 5명, 2018년 2명, 2019년 1명 등으로 발생률이 미미하지만 해외여행 등으로 감염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저개발국 영유아 '장 면역반응' 떨어져 주사용 백신 개발 필요

콜레라는 현재 예방 가능한 질환이다. 지난 1991년 2도즈 접종형 불활화 콜레라백신이 보급되면서부터다. 이 백신은 가격 문제로 콜레라가 실제로 많이 발생하는 저개발국가에는 보급이 어려웠지만,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목표로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을 발굴·개발·보급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백신연구소(IVI: 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가 2000년대 초반 베트남에서 개발된 경구용 콜레라 백신을 WHO의 국제방역용 백신 요건에 부합하도록 2009년 R&D에 성공하면서 저개발국에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IVI는 경구용 콜레라백신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유바이오로직스와 손잡고 지난 2015년 경구용 콜레라백신인 '유비콜' 개발에 성공하면서 전 세계에 경구용 콜레라백신이 원활히 공급하고 있다. 이 경구용 콜레라백신은 2030년까지 콜레라 사망자를 90%까지 감소시키겠다는 WHO의 콜레라 퇴치 2030 로드맵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잡을 만큼 우수한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경구용 콜레라백신은 우수한 효과를 보이지만, 5세 미만의 영유아에게는 효능이 5세 이상에 비해 떨어지고(66%:38%), 특히 저개발국 5세 미만에게 경구용 콜레라백신의 효능이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되며 콜레라 퇴치를 위해 저개발국 영유아를 위한 새로운 콜레라백신 개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저개발국 어린이들에 대한 콜레라백신 효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이들의 장 면역반응이 떨어지는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하버드의대가 개발한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특히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방역용 백신 요건에 부합하도록 개발하는 R&D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하버드의대가 개발한 '저개발국 5세 미만 영유아에게 특히 효과적인 주사제형의 신 접합 콜레라백신'을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방역용 백신 요건에 부합하도록 개발하는 R&D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주사제형 신 접합 콜레라백신 한국생명과학기술로 개발 중

하버드의대 에드워드 라이언 박사팀은 콜레라에 대한 면역이 혈청군(Ogawa형·Inaba형·Hikoshima형 세가지로 분류)에 따라 다르고 콜레라균의 혈청형 특이성은 지질다당류(LPS)의 O항원 특이적 다당류(OSP)에 의해 결정 된다는 사실과 다당류는 보통 항원에 잘 반응하지 않는 데 특히 소아에서 반응이 더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콜레라균 Ogawa형 OSP와 TThc(파상풍 독소 중쇄 조각:Tetanus Toxoid heavy chain fragment)를 결합한 콜레라 접합백신을 개발했다. 하버드의대 연구팀은 이 새로운 주사제형 접합 콜레라백신으로 쥐 실험 결과 OSP를 표적으로 하는 기억 B세포 반응 유도와 콜레라에 대한 95%의 방어 효능을 확인됐다.

하버드의대가 개발한 신 접합 콜레라백신 기술은 현재 개발 중인 콜레라백신 가운데 유일한 주사제형 접합 백신으로 특히 다당류 항원에 잘 반응하지 않는 소아에게 장기적인 면역 유도에 도움이 된다.

이 신 접합 콜레라백신을 WHO의 국제방역용 백신 요건에 부합하도록 개발하는 R&D 프로젝트는 현재 국내 기업인 유바이오로직스가 맡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는 앞서 IVI와의 파트너십으로 고품질의 저렴한 경구용 콜레라백신 유비콜을 개발했으며, 유비콜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더욱 저렴한 플라스틱 튜브형 유비콜-플러스 개발에도 성공하면서 경구용 콜레라백신의 공급 문제 해결에 효과적으로 기여했다. 플라스틱 제형의 유비콜-플러스는 보관 및 수송이 용이해 저개발국 환경에서 보급이 더 쉬운 데다 1회 접종 가격이 약 1.3달러로 기존 바이알 제형의 유비콜보다 25% 저렴해 동일한 비용으로 더 많은 백신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유바이오로직스는 국제방역용 경구용 콜레라백신의 80% 이상을 생산, 공급함으로써 국제방역용 백신시장에서 품질 높은 저가 백신의 개발공정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유바이오로직스와 IVI는 콜레라백신 개발 및 보급 관련 협업을 통해 전 세계 콜레라 퇴치에 기여하고 있다.

백영옥 유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콜레라 유행지역인 저개발국가 5세 미만을 위해, 하버드의대에서 최초로 개발한 신 접합 콜레라백신을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백신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신 접합 콜레라 백신은 여러 단계의 정제 단계를 거쳐 항원과 전달 단백질을 정제하고,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접합 공정을 거쳐 생산되기 때문에 공정 기간과 소요 인력 그리고 원부자재가 많이 들 수밖에 없다. 최대한 공정을 단순화하고 스케일 업 가능한 기술을 사용해 공정 수율 및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유바이오로직스는 다수의 접합 백신 파이프라인들로부터 습득된 미생물 배양 및 정제 기술로부터 고순도의 다당체 항원과 전달 단백질을 생산하고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항원(Antigen) 및 전달 단백질(Carrier Protein)을 높은 수율로 접합할 수 있는 접합 백신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며 "유바이오로직스가 개발 중인 신 접합 콜레라 백신은 저개발국 5세 미만에게 보다 더 효과적인 백신이 될 것이며 장티푸스·쉬겔라 등과의 혼합 백신으로 개발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김윤빈 라이트펀드 대표이사는 "유바이오로직스가 하버드의대에서 개발한 신 접합 콜레라백신의 국제방역용 백신 제조공정 개발에 성공하면 WHO의 'Ending Cholera 2030' 목표 도달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국제기구를 통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글로벌 백신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를 더 늘려갈 수 있다"며 "2017년 WHO가 콜레라 사망자 수를 2030년까지 10분의 1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세계적으로 콜레라백신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WHO Initiative for Vaccine Research(IVR) 역시 2017년 차세대 콜레라백신으로 영유아에게 더욱 효과가 높은 콜레라백신에 대한 니즈를 드러낼 만큼 이 글로벌 헬스 R&D 프로젝트는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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