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승인기업 4곳 세계 각국 진단키트 주문 잇달아
식약처 등 규제당국 적절한 대응 기술 잠재력 노정 계기
"가장 짧은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신뢰성 있는 결과를 도출한다."
코로나19의 위세가 갈수록 힘을 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 11일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하자 팬데믹(pandemic·대유행)을 선언했다. 감염병 위협이 세계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코로나19 진단기술과 관련 체외진단기기 기술력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는 글로벌 관계망을 통해 국내 진단 기업과 기술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실을 갖춘 기업과 규제당국의 적절한 대응이 코로나19 난국에서 한국의 기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이다.
정부 규제 당국과 산업계의 긴밀한 협력 결과인 긴급사용승인제도는 위기에서 한국의 기술을 돋보이게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진단 시약의 긴급사용 요청에 대비해 질병관리본부와 사전에 정보 공유 등 공조를 강화하고 긴급사용 승인에 필요한 자료 요건 등 기준을 마련한 후 신청 제품의 안정성·정확성을 확인해 2월 4일 첫 번째 제품인 코젠바이오텍 진단키트를 승인했다. 이어 씨젠·SD바이오센서·솔젠트 등이 뒤를 이었다. 13일에는 바이오세움이 추가로 승인됐으며, 현재까지 40여개 기업이 긴급사용승인을 기다리리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국내에는 200여개의 체외진단기업이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9.9% 성장하고 있으며, 수출 역시 연평균 17.4%씩 늘어나면서 유망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2018년도 생산규모는 8000억원∼1조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코로나19사태는 또 한국의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허가심사 역량과 신뢰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기회가 됐다는 평가다. 식약처는 WHO·국제의료기기규제당국자포럼(IMDRF)·EU 대표부 등이 규제당국자 네트워크를 통해 이번 허가 절차와 검증자료의 신뢰성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식약처는 IMDRF 회원국 중심으로 규제 정보를 공유하면서 이번 코로나19 진단키트에 대한 제품 신뢰성을 알리는 역할을 동시에 하고 있다.
지금까지 잠재력만 인정받았던 국내 체외진단기업은 진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당당히 기술력을 인정받게 됐다.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4개 기업은 이제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현재 긴급사용승인 획득 기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며 진단키트·시약의 자국내 도입을 원하고 있다. 실제로 씨젠은 EU·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태국 등 30여 국가로부터 코로나 19 진단키트 주문이 쇄도하고 있고, 이 중 10개국은 정부 차원에서 긴급요청을 받고 있다.
이경국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세계적으로 연례적인 감염병 발생이 예측되는 상황에서 감염병 대응의료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체외진단의료기기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와 수출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보강이 요구된다"며 "향후 제2, 3의 감염병 발생을 예방하고 또 발생시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코로나 19 사태를 극복해 가면서 얻은 경험과 미비점을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하게 검토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