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는 '건강 지킴이'

이웃들의 몸과 마음을 보듬는 '건강 지킴이'

  • 김주희 보령제약 사보기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0.10.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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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 원장(충남 서산·김경중내과의원)

김경중 원장(충남 서산·김경중내과의원) / 사진: 김정선 포토그래퍼ⓒ의협신문
김경중 원장(충남 서산·김경중내과의원) / 사진: 김정선 포토그래퍼ⓒ의협신문

모든 질문에 대한 대답이 "아주 작은 손길일 뿐입니다"라는 말로 귀결된다.  우리네 이웃 곁에 가까이 다가가며 의료봉사 활동을 펼쳐온 김경중 원장(충남 서산·김경중내과의원). 필요한 곳에 손길을 더하고 마음을 보태는 다양한 활동으로 따뜻한 빛 한 줌을 선사하는 중이다.  그의 봉사 여정에는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겸손함이 자리한다.

지역사회 안에서 이웃 사랑 실천 

충남 서산에서 만난 김경중 원장. 오랜 이웃처럼 환자들이 그를 스스럼없이 대하는 모습을 보니 친근한 유대감이 너끈히 감지된다. '동네 아저씨' 같은 의사를 꿈꾸는 그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보령의료봉사상이라니,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고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오히려 부끄러운 마음이 앞섭니다. 먼 타국의 힘든 환경에서 수십 년씩 봉사하는 분들에 비하면 저는 좋은 여건에서 그저 흉내만 낸 것만 같아 도리어 미안해지더라고요. 내가 이 상을 받아도 되는지 생각하곤 해요(웃음)."

김경중 원장이 의료봉사 활동을 처음 시작한 건 환경봉사 활동을 통해서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에서 의료봉사팀을 도맡아 무의촌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이끌었다. 9년 전부터는 촉탁의 활동에 힘을 쏟고 있다. 매월 2회씩 서산 지역 노인요양원 9개소를 돌며 건강을 보살피고 있다. 연간 3만 6000여 명의 치매 환자들을 만나  건강을 돌보아왔다. 임종을 지키며 함께 기도를 하는 등 때로는 아들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어르신들 곁을 지켜온 것이다. 2018년부터는 서산촉탁의협의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촉탁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다. 

그뿐 아니다. 김경중 회장은 지역사회 안에 깊숙이 파고들며 이웃을 위한 일이라면 두 팔을 걷어붙인다. 12년 전부터 서산연탄은행후원회 활동을 통해 차상위 계층 이웃들에게 연탄을 지원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다양한 봉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여정에 자신은 슬쩍 뒤로 빠져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저 또한 함께할 수 있었어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4년전 캄보디아 의료봉사 활동 중 현지 봉사자들과 함께 한 사진.  ⓒ의협신문
4년전 캄보디아 의료봉사 활동 중 현지 봉사자들과 함께 한 사진. ⓒ의협신문

봉사란 자연스러운 의무이자 소명

결핍과 고민은 때로 동력이 된다고 했던가. 사실 김경중 회장이 의학을 공부하기까지는 방황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한문 선생님을 꿈꾸며 들어간 중문과를 그만둔 후, 목회자가 되겠다며 선택한 신학대학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서울에서 고향 논산으로 돌아와 '삶에서 의미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한 끝에 아주 어릴 적 꿈인 의사를 다시금 곱씹었다. 의지를 다지면서 공부에 매진한 결과 마침내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서울 강북삼성병원과 서산의료원 내과 과장을 거쳐 서산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병원 문을 열었다.

"저에게 봉사란 아주 자연스러운 의무입니다. 청년 시절 힘든 시절을 보내고 뒤늦게 의과대학에 들어갔는데 2년간 국가장학금을 받았어요. 당시 학자금 전액과 교재구입비, 생활비 등을 지원받았지요. 1980년대, 1년에 400만원을 받았는데 제겐 정말 큰돈이었습니다. 저를 가르쳐준 나라에 대한 고마움을 작게나마 되돌려주는 일이 저의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보듬는 것이야말로 진짜 봉사라는 김경중 회장. 그는 봉사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겸손함을 꼽는다. 평소 '한없이 낮춰라'라는 말을 신념으로 품고 있을 정도로 낮은 자세로 환자들을 마주한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마음으로 돕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마음을 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겸손은 고달프고 힘겨운 삶 속에 놓인 이들의 얼어버린 마음을 녹이는 작은 연결 고리인 셈이다.

그의 이웃 사랑에는 국경이 없다. 4년 전, 캄보디아 의료봉사 활동에서 만난 현지인 학생을 한국으로 초청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왔다. 경상대학교 무역학과 4학년 재학 중인 그 학생을 위해 지금도 생활비를 꾸준히 지원하고 있다. 

"의료봉사 당시 옆에서 통역을 해주던 학생이었는데, 한국어를 정말 잘해서 놀랐어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마침 제 모교의 외국인 전형으로 합격을 했는데, 후원자가 없어서 못 간다고 하더군요. 그래 운명이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먼저 한국으로 가자고 했죠. 어느덧 그 학생이 내년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진솔하게, 진심으로, 오래오래 

물론 봉사 활동을 이어오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다. 특히 요양원 어르신들의 경우, 의사소통이 힘들고 감정 교류가 어려운 상황에서 진료를 이어나가기란 쉽지 않다. 건강이 악화된 이들이 많기에 치료 효과가 미미했다.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건강이 나빠지는 속도를 줄이는 일밖에. 처음 촉탁의 봉사 활동을 시작할 당시에는 우울감이 몰려와 많이 지치기도 했다.    

김경중 원장은 시집 '사랑이 터져 흘러내린 날'을 내기도 한 시인이다.ⓒ의협신문
김경중 원장은 시집 '사랑이 터져 흘러내린 날'을 내기도 한 시인이다.ⓒ의협신문

"인간이 이렇게 나약한 존재구나 하는 생각에 절망감을 많이 느꼈어요. 힘든 날들이 많았습니다. 어느 순간, 어르신들이 한때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대한민국을 일으키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떠올랐죠. 어르신들이 운명을 다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얼마 전, 한 할머니가 돌아가셨어요. 진료를 볼 때면 제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으셨죠. 회진을 돌 때마다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셨어요. 마지막에 정말 편안하게 돌아가셔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의 봉사 여정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무엇보다 서산 지역 촉탁의 활동을 더욱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방향을 모색할 계획이다. 

훗날 현직에서 물러난 후에는 캄보디아에 장기 체류하며 의료봉사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현지에는 당뇨 환자, 간장 질환을 앓는 환자 등 심각한 상태에 놓인 이들이 많은 터. 부족한 의료 환경으로 인해 일회성 치료로 끝나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장기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기꺼이 캄보디아로 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소박하지만 진솔하게, 진심으로 이웃들을 마주하고 싶다는 김경중 원장. 그에게 넌지시 꿈을 묻는다. "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온다. 가만히 듣고 보니 그가 더없이 믿음직해진다.

"등산과 근력 강화 스트레칭 등 매일 운동을 하고 있는데, 더욱 열심히 해서 체력을 튼튼하게 단련하고 싶어요. 의료봉사 활동을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오래오래 이웃들을 위해 진료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까지 보람을 느껴보지 못했어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진정으로 보람을 느끼는 그 날까지 열심히 봉사하고 이웃들을 섬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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