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회 보령의료봉사상 시상식…"인술 역정에 존경·감사"
"그늘지고 소외된 곳 등불 되고 아름다운 섬김 이어갈 것"
누구나 걸을 수 있는 길이지만 아무나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사랑과 헌신에 열정을 얹어 켜켜이 쌓인 시간을 채운다. 의료봉사에 나선 내력은 다르지만 가슴 속에는 늘 인술혼이 흐른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수상자만 제한적으로 참석한 제37회 보령의료봉사상 시상식에는 아름다운 봉사 여정 속에 밴 잔잔하지만 큰 감동이 흘렀다.
올해 대상은 보건의약단체 사회공헌협의회(사공협), 본상은 박철성 로즈클럽인터내셔널 사무총장, 김경중 서산촉탁의협의회장, 굿뉴스월드 등이 받았다.
수상자들의 진심을 담은 이야기가 이어졌다.
30년간 네팔·필리핀·중국·몽골·우즈베키스탄·에티오피아 등에서 의료봉사를 펼쳐온 박철성 로즈클럽인터내셔날 사무총장은 '마음의 빚'을 갚고 있다.
박철성 사무총장은 "보령의료봉사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 가슴이 너무 뛰어서 심장이 망가진 듯 했는데 오늘 메달까지 받으니 눈까지 멀 것 같다"며 감흥을 전했다.
그는 "국민소득 100 달러도 안 되는 시대에 태어나 가난과 질병의 고통을 체험했다. 소아마비 장애로 고통을 겪었지만 병원을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며 "그 시절 한국에서 활동하던 의료선교사는 저희들에게 큰 희망이었다. 저 또한 수술을 받고 장애를 극복하고 의사가 됐다. 그 분들의 손길을 잊을 수 없었다. 그 분들에게 받은 은혜에 대한 마음의 빚을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다"고 지난 시간을 소회했다.
봉사를 이어가는 연유도 밝혔다.
"작은 도움의 손길을 드렸는데 너무 고마워하고 물질보다 풍요로운 삶을 저에게 가르쳐 줬다. 그런 교훈들이 제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의미가 된다"며 "밖에 나가보면 작은 게 너무 커 보인다. 커피 한 잔 값으로 사람을 살릴 수 있다. 이런 상황들을 동료 의사들에게 더 많이 알리고 싶다"고 봉사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 "동역자인 로즈클럽인터내셔널 관계자 분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누겠다"고 말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활동과 노인요양원 9곳을 돌며 연간 3만 6000명의 치매 환자를 돌보고 있는 김경중 서산촉탁의협의회장은 '섬김'을 위한 삶이다.
김경중 회장은 "전 시골의사다. 학문적인 연구를 통해 인류 공영에 이바지할 심오한 학문적 진전과 의학발전을 위한 연구를 해서 업적을 이루는 큰 일을 한 사람도 아니다. 아프리카·동남아 오지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그 곳 주민들에게 인술을 펼치는 빛나는 업적을 남기지도 못했다"며 "단지 서산 지역 요양원을 다니면서 치매 환자 분들을 섬기고 돌봤을 뿐"이라고 겸양의 마음을 전했다.
지난 시간에 녹아든 치매 환자에 대한 안타까움과 함께 진솔한 서원이 새겨졌다.
그는 "10여년 간 치매 환자와 마주했지만 단 한 분도 낫게 해드리지 못했다. 안타깝다. 그런데도 큰 상을 받게 돼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큰 규모로 어렵게 봉사한 것도 아니어서 한편으로 부끄럽지만, 우리 사회 한켠으로 소외된 치매 환자들을 지키고, 돌보고, 섬기는 데 마음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중남미·남태평양·동남아 등 오지를 찾아 70여회 15만명에게 인술을 펼친 굿뉴스월드. 전홍준 이사장은 '선한 의지'를 세계에 심고 있다.
전홍준 이사장은 "2008년 일곱 명의 의사가 의료봉사를 위해 가나·케냐로 향했다. 한 번으로 그칠 줄 알았다"며 "그러나 단 1 달러가 없어 죽어가는 말라리아 환자, 맨발로 밤새 걸어와 뙤약볕 아래 길게 늘어선 현지인들을 보며 가슴이 에려왔다. 가벼운 맘으로 갔는데, 진료가 끝나는 날 너무 많은 이들을 돌려보내는데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결국 이듬해 다시 그 곳을 찾게 됐고, 오늘까지 이르게 됐다"고 굿뉴스월드의 지나온 길을 되짚었다.
굿뉴스월드는 지금 미국·중국·일본·인도·동남아 여러 나라의 의사들과 함께 한다. 진료뿐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도 힘을 모은다.
그는 "지난 13년 동안 아프라키·중남미·동남아·남태평양 지역 수십개 나라에서 70여회 의료봉사를 통해 15만명을 진료했다. 뜻밖에 이렇게 커졌다. 우리는 뜻이 있는 분들이면 누구든지 함께 한다"며 "현장에서 느낀 것은 보건의료 문제는 단순히 진료로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베냉과 코트디브와르에는 병원을 건립하고 여러 나라의 수질 오염과 환경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함께 풀어가고 있다"고 활동상황을 알렸다.
전 이사장은 "처음엔 작은 뜻에서 출발했지만. 이렇게 발전하게 된 것은 의료인들이 선한 의지로 함께 했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해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는 바람을 남겼다.
국내외에서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봉사정신으로 사회의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는 보건의약단체 사회공헌협의회에게는 '국민'이 화두다.
안혜선 사공협 중앙위원장(대한의사협회 사회참여이사·삼성서울병원 병리과)은 "오늘 이 자리는 열네개 단체가 한마음 한뜻의 팀워크로 다양한 공헌활동을 펼쳐온 결과"라며 "창립 15주년을 맞아 새로운 원동력을 제공하는 커다란 선물"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어 "사공협 태동부터 지금까지 헌신한 김화숙 고문께 감사드린다"며 "보령의료봉사상의 위상에 걸맞게 국민에게 사랑받고 더 알찬 사공협으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김화숙 사공협 고문도 "지난 2006년 사공협이 결성되기 전까지는 보건의약계 열 네개 단체 간의 유대가 없었다. 서로 소통하며 친목을 다지면서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봉사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며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그늘지고 소외된 곳을 찾아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에게 희망이되고 더 안락환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의료봉사·노력봉사와 함께 적극적인 후원활동도 지속해 나가겠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등불이 되어 그 분들이 조금이라도 더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시상식장에는 따뜻한 손으로 아름다운 길을 걸어온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사랑과 존경을 담은 강한 울림으로 공명을 일으켰다.
의료인들의 아름다운 인술 여정은 내일도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