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 관련 수가 "손 볼 곳 많다"

연명의료결정 관련 수가 "손 볼 곳 많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1.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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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 참여 실무자 절반 "수가 불만족"
의료윤리위 설치 의무화 오히려 연명의료결정 장애로 작용
엄격한 기준 완화·본인부담금 면제·재정지원 확충 고려해야 

[사진=pixabay] ⓒ의협신문
[사진=pixabay] ⓒ의협신문

지난 2018년 처음으로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발효되면서 올해로 3년째를 맞았다. 지난 3년 동안 각계의 노력으로 연명의료결정에 대한 국민 인식은 높아졌다. 실제로 올해 9월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104만 4499건, 연명의료계획서 7만 4445건, 연명의료이행서 17만 7326건에 이르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시행에 따라 같은해 수가 시범사업도 시작됐다. 3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고 내년 본사업으로 전환을 앞두고 있지만 개선점도 드러나고 있다. 

의료윤리위원회 의무화 규정은 오히려 연명의료 결정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설치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가 산정횟수 제한도 연명의료 활성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 또 환자 본인 결정 서식에 대한 수가 증대가 필요하고, 말기환자 관리료 추가 산정도 시급하다. 대상 의료기관의 엄격한 기준에 대해서도 완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박소연 경희의대 교수(의학교육 및 의인문학교실)는 11월 27일 열린 한국의료윤리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연명의료 결정 수가 시범사업의 문제점을 촘촘히 짚었다. 

수가 시범사업의 목적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이에 대한 의료진의 역할 정립·적정 보상 방안 마련 ▲연명의료 계획·이행의 시범수가 적용으로 연명의료결정관리모델의 적절성·효과성 검토 ▲의료윤리위원회 설치 기관, 연명의료결정 대상 환자 추계를 통한 수가 산정 기초자료 수집 등으로 규정된다.

연명의료결정은 세 가지 경우로 나뉜다. ▲환자 의사 능력이 있을 경우 - 연명의료계획서(말기·임종기 환자 작성 가능)·사전연명의료의향서(원하는 사람 작성 가능)+담당 의사의 확인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고 평소 의사를 확인할 수 있을 경우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의사 2인의 확인·가족 2인 이상 일치하는 진술 + 의사 2인의 확인 ▲환자의 의사 능력이 없고 평소 의사를 확인할 수 없을 경우 - 환자 가족 전원 합의 + 의사 2인의 확인 등으로 결정한다.

연명의료결정 관련 요양급여비용은 ▲말기환자등 관리료 ▲연명의료중단결정 환자관리료 등으로 나뉘고, 연명의료중단결정 환자관리료에는 △연명의료계획료 △연명의료 이해관리료 △연명의료결정 협진료 등이 있다. 

올해 2월 현재 연명의료결정 수가 시범사업 참여 기관은 152곳(상급종합 42·종합 101·병원 5·요양병원 3·의원 1)이다. 

청구현황을 살펴보면 연명의료 계획료(71억 6000만원) 비중이 가장 높다. 뒤를 이어 말기환자 등 관리료(14억 9000만원)·연명의료이행 관리료(13억 8000만원)·연명의료결정 협진료(10억 3000만원) 등이다. 

지역별 청구 횟수·액수는 서울·경기도 소재 의료기관이 전체의 50.7%를 차지해 수도권 집중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종별로는 상급종합(61.4%)·종합병원(37.8%)이 대부분이다. 

전문과목 중에서는 내과가 단연 앞선다. 총 청구횟수의 83.5%를 차지했으며, 연명의료계획료(90.9%)·연명의료결정협진료(79.1%)·연명의료이행관리료(68.8%) 등 전영역에서 높은 수준을 보였다. 뒤를 이어 응급의학과·외과·신경외과·가정의학과 등 순으로 청구횟수가 많았다.

연명의료결정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4가지 의학적 시술이 모두 가능하고, 사회복지사 1급 등 인력기준을 갖춰야 한다.

3년째 시행 중인 연면의료결정 관련 수가 시범사업에 대해 의료현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올해 3월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연명의료결정 실무자들은 결정을 위한 초기단계에 업무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가 수준은 절반 가까이 불만족스러워(불만족 40%, 매우 불만족 6.7%) 했다. 업무에 비해 낮은 수가 책정을 이유로 꼽았으며, 전체 응답자의 64.4%가 수가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시범사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본인부담금 면제, 행정절차·서식등록 간소화, 재정지원 확충, 적정수가 개선, 정보 접근성 확보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소연 교수는 연명의료결정 수가 시범사업의 전향적 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먼저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설치 의무화에 대한 문제다. 보건복지부는 연명의료결정 수가 산정 기관으로 의료윤리위원회 운영기관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요양병원이나 중소병원으로서는 의료윤리위원회 설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연명의료결정에 장애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의료윤리위원회 의무화 규정을 완화해 300병상 이상으로 전환하고,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예외 인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진료과목 협진 시 진료과목 또는 세부전문과목별로 1회 산정으로 규정된 협진료 역시 횟수 제한을 변경해야 한다. 환자·가족의 연명의료 중단 결정 번복 등으로 연명의료결정 과정을 재시행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또 환자 본인 결정 서식에 대한 수가 확대도 필요하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가 있는 경우 가장 낮은 수가로 책정돼 있지만, 환자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경우 환자 가족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복잡하고 업무 부담도 적지 않다. 

박소연 교수는 "환자 의사 표현이 있는 경우 수가를 의사 추정 경우와 유사하거나 동일한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기환자등 관리료에 대한 추가 수가 산정도 제안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 안내·상담 과정을 재시행하는 경우가 빈번한 상황이어서 최대 3회까지 추가 산정이 가능토록 하고, 1회 100%, 2회 90%, 3회 80%로 차등비율 적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교수는 "말기환자 등 관리료는 상담에 대한 수가로, 특정시기에 제한하기보다는 연명의료계획단계 이후에도 추가 산정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 비 암환자는 본인부담금이 60%에 이르는 반면 산정특례를 적용받는 암환자는 5%만 내면 돼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상병명과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의 본인부담금 비율을 5%로 조정해야 한다는 견해다.   

요양병원의 연명의료결정·이행 확대방안도 시급하다. 2017년 기준 국내 사망자 28만 5534명 가운데 의료기관에서 76.2%가 사망하고, 요양병원·요양시설 사망자가 9만 7985명(34%)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전체 시범사업 기간 중 요양병원에서 연명의료수가가 청구된 경우는 396명에 불과하다.

연명의료결정 대상 의료기관의 기준 완화도 필요하다. 

요양병원이나 소규모 의료기관은 1급 사회복지사 채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심폐소생술·혈액투석·항암제 투여·인공호흡기 착용 등 4가지 의학적 시술 가운데 일부만 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소연 교수는 "연명의료에 해당하는 4가지 의학적 시술 기준을 '모두 가능'이 아닌 '일부 가능' 기관에도 연명의료결정·이행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연명의료결정제도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의 제도 진입장벽을 낮춰 환자가 어느 의료기관이든 자기결정권을 존중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핵심적으로 사전돌봄 계획 수립·함께하는 의사결정 등을 통해 연명의료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법 취지를 살리는 길이라는 판단이다.

박 교수는 "말기환자에게 자신의 상태와 예상되는 변화에 대한 설명과정, 임종기 전인적 돌봄에 대한 환자의 바람과 기대를 확인해가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고, 그 과정의 산물이 '연명의료계획서'여야 한다"며 "목적이 간과되고 과정이 생략된 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자체에만 주목하는 것은 근본적 가치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의료인에 대한 충분한 교육 기회 제공, 행정 부담 경감을 위한 인력 지원 등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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