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수가 5000명대를 넘어서면서 또다시 대유행의 길에 들어섰다.
선별진료소는 매일 PCR 검사를 받기 위한 대기줄이 늘고, 중증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은 포화 직전에 놓여 있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은 위드 코로나 정책을 변경하거나, 확진자 수 증가에 대한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부작용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병원 응급실은 일반 응급환자가 아닌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대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줄을 서고, 중환자실은 일반 중증환자를 치료하지 못하고 정부의 행정명령에 따라 코로나19 중증환자를 위한 병상을 늘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뿐만이 아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 관리를 재택치료 중심으로 전환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재택치료는 사실상 확진자를 자가격리시키는 조치이며,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가 중증이어도 입원해 치료를 받을 병상도 부족하다. 이송체계에 대한 불안도 여전하고, 재택치료 환자가 거주지를 이탈하는 것에 대한 관리도 손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김부경 국무총리는 2일 "코로나19 재택치료는 일상회복을 위해 가야할 길"이라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더군다나 1일에는 국내에서 새로운 변이바이러스 환자가 나왔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나이지리아를 방문한 40대 부부와 이들의 지인, 그리고 나이지리아 입국자 50대 여성 2명이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에 감염됐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 감염자가 국내에서도 발생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방역 당국은 일상회복이라는 관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오히려 2년여 동안 코로나19 환자들과 함께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들의 피로도 호소에 대해 냉정할 정도로 인색하다.
방역 당국이 그렇게 자랑처럼 얘기하던 K-방역의 숨은 일등공신들이 의료진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의사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막 부려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방역 당국의 의료진에 대한 인식이 '의사는 공공재'에 멈춰있다는 것이 안쓰러울 뿐이다.
최근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코로나19 환자 배정 거부 치료 병상 관리방안'을 발표하면서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력 부족', '의료인력의 휴가, 피로도 누적 등'은 환자 배정 거부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의료인들의 피로누적 및 인력 부족에 대한 문제제기를 '핑계' 정도로 보고 있다는 반증이다.
지난 2020년 의료계 총 파업 당시 "의사는 그 어떤 직역보다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힌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얼마전 질병관리청 차장으로 취임했다.
방역 당국이 코로나19 환자 진료에 지친 의료진들의 피로누적을 핑계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공공재로 보는 것과 연관되어지는 것이 씁쓸하기만 하다.
의사, 더 크게는 의료를 공공재로 보는 시각을 갖기에 앞서 이들도 사람이고, 육체적·정신적으로 지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의사를 공공재라고 보는 시각은 질병청 고위 관계자의 개인적 견해일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진들의 울부짖음에 가까운 호소, 또 피로에 지쳐 번아웃 되기 직전의 힘에 겨운 목소리에 좀 더 귀를 열어주면 어떨까.
그들은 '강철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다. 번아웃 직전에 있는 의사, 간호사들이 무너진다면 코로나19 대유행을 막을 전사들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방역 당국이 그렇게 희망하는 '일상 회복'은 더디게 온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