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슈바이처 처럼 자기 희생이 선행 되어야…"
제38회 보령의료봉사상 후보자 이종규 원장(경상북도 울진·연세가정의학과)
실력도 당연히 뛰어나지만, 참 의사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생각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경북 울진 연세가정의학과 이종규 원장이다.
그는 시골 동네 의사이자 이웃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으로 환자를 대하고 있었다. 병원이자 동네 사랑방 같은 곳에서 환자를 편안하게 대하며 최선을 다해 진료하는 이 원장을 울진 연세가정의학과에서 만났다.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람바레네 통신' 슈바이처 일대기 읽고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
우연히 시작된 봉사의 삶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만난 이종규 원장은 환자의 어떤 병이든 진료하는 척척박사 의사선생님으로 유명하다. 이는 지역 특성상 다양한 전문의가 없는 탓도 있지만 환자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불편한 곳이 없는지를 먼저 살피고 진료하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큰 상을 받게 됐다며 보령의료봉사상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의료계에서 가장 전통적이고 큰 명예를 상징하는 상으로 모든 의사들이 흠모하는 상이죠. 이런 큰 상을 수상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훌륭하신 선후배 의사들이 많은데 이 분들에게 누를 끼치는 건 아닌 지 걱정도 됩니다."
이종규 원장은 우연한 기회에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바로 1986년 필리핀으로 떠난 여름휴가에서 선교사를 만나면서 부터인데, 3박 4일간의 여행이 의료 봉사로 탈바꿈되었으니 가족들의 원망도 대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정이 마무리될 때쯤 아이들도 잘 협조해주었고, 지금도 만족도가 높은 여행이었다고 회상한다고 했다.
이후 정부 파견 의사로 미얀마에서 2년, 9·11 테러 전쟁으로 인한 아프간 난민촌 의료 봉사·몽골·네팔 등 꾸준히 해외 의료 봉사활동을 이어오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김좌진 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청산리 대장정 의료진으로 함께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의료 봉사활동이 자유롭지 못하지만 곧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고 밝혔다.
꾸준히 봉사하는 것만이 가치 있는 일
이종규 원장은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접한 '람바레네 통신' 슈바이처 일대기를 읽고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봉사 역시 우연히 시작해 20여 년이 넘게 이어오고 있다. 꾸준히 이어져야 좋은 것이 봉사라지만 사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 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의사는 슈바이처처럼 자기희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베풀고 최선을 다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지만 작은 일이라도 꾸준히 해야 가치있는 일이에요. 꼭 큰 일이 아니라도 말이죠. 하다가 중단하면 아무 의미 없잖아요."
이어 "봉사 현장에서 얻는 뿌듯함은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다"며 "아무리 힘들어도 좋은 기억만을 선물하는 것이 봉사"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남들은 한 번도 타기 힘들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의무실장으로 3번이나 탑승해 승객들을 진료했고, 몽골·네팔·미얀마·아프가니스탄 등 수많은 빈민국의 환자들을 돌봤다. 그 중에서 이 원장은 정성껏 치료했지만 두개골 관통 총상을 입어 결국 사망한 탈레반 병사가 가장 기억에 남고, 10년 이상 정기적으로 방문하고 있는 네팔의 둘리켈이라는 작은 도시의 학교에 브라스밴드를 만들어준 게 잊지 못할 추억이라고 했다.
"탈레반 병사는 사망하기 전날까지 진료했으나 결국 사망했어요. 하필 지뢰밭에 갇히게 되고, 구조대가 오기까지 5시간이나 소요되어서 더 진료할 수 없었던 터라 아직까지 안타까움이 커요. 좋은 곳에 갔기를 바랄 뿐이죠."
모두가 함께 하는 봉사이기를
이종규 원장은 진료실을 떠나 진료활동이 활성화되기를 바라며 오늘도 열심히 봉사에 매진하고 있다.
"봉사는 혼자서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할 때 더 큰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금보다 더많은 의사들이, 그리고 아이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활동 표준 지침서 같은 걸 만들고 싶어요.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베풀면 더 크게 돌아온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며 당장 눈 앞의 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않는 참 의사로, 봉사하며 살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