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중증으로 발전 환자 대상 치료시스템 구축 시급" 목소리
의협 '오미크론 대유행, 현황진단 및 방안모색' 전문가 좌담회 개최
조금 센 독감처럼 인식하고 일반진료로 전환…일상 돌아갈 준비단계
먹는 치료제, 투여연령 제한 완화하고 의료인 재량에 맡겨 확대해야
최근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16만명 안팎을 넘나들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월 중순 즈음 하루 확진자 수가 30만명까지도 증가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현재의 방역시스템을 진단하고 개선 및 대책 방안을 주제로 2월 25일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분당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염호기 의협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서지영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 천은미 교수(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가 참여했다.(KMA-TV 좌담회 전체영상 보기)
■ 대규모 확진자 발생에 따른 의료현장…입원환자 교통정리 안돼
전문가들은 대규모 확진자 발생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는 입원을 해야 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가 정리가 되지 않고 있어 혼란스럽다고 지적했다.
서지영 교수는 "중환자실의 경우 이전 델타 변이 때 호흡부전으로 찾는 환자가 많았다면, 현재는 환자가 기존에 갖고 있는 질환에 추가로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상태기 때문에 이에 따른 불안감이나 관찰을 위해 중환자실을 찾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교수는 "재택치료가 급증하면서 고위험군 환자들의 관리가 제대로 안 되고 있으며, 이런 환자들이 후유증으로 인해 재입원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입원환자 중 절반은 코로나19와 연관된 환자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다른 질환으로 입원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환자들이다.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상태가 아니면 입원을 꺼리게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염호기 교수는 "입원이 정말 필요한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에 대한 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고, 의료기관 내 의료인들 역시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아지고 있어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등 혼란의 시기"라고 설명했다.
■ 확진자 폭증에 대한 전문가들 견해…"중증환자 치료 시스템 마련 시급"
향후 확산세가 더욱 심해져 하루 30만명까지도 확진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에 대해 서지영 교수는 "확진자 수에 연연할 것이 아닌 사망 가능성이 높은 취약 계층에 대한 보호와, 경증에서 중증으로 발전되는 환자들에 대해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교수는 "오미크론의 경우 감염성은 매우 높지만 중증화율 및 치사율은 낮고 경구용 치료제 복용 시 치사율을 더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독감보다 훨씬 낮은 치사율을 보이지만 경구용 치료제에 연령제한이 있어 모든 환자에게 투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령제한을 풀고 의원에서 치료제 투여와 재택치료를 관리해 증상이 있을 시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일반진료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염호기 교수는 "해외 사례에 빗대어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확진자 수가 약 30만에서 50만명 사이로 발생할 때가 정점일 것이고, 이러한 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존의 의료체계를 활용해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 해야할까?
백신 접종률이 높은 데도 감염율이 높아지고 4차 백신 접종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천은미 교수는 "오미크론의 확산세가 빠르고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얻는 것 자체가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오미크론 예방률이 70% 정도밖에 안 되고, 이게 3개월 정도 지나면 그 효과가 현저히 떨어져 4차 백신접종으로 오미크론을 막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의 백신 예방접종보다는 개발된 치료제의 적절한 사용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서지영 교수 또한 "대부분의 백신이 오미크론 감염을 막는 데에는 효과와 효능이 다소 낮다"고 공감하면서 "4차 접종은 해외의 사례를 먼저 지켜본 후 우리나라에 적용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염호기 교수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중증화율과 입원율, 사망률이 즐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만 백신 접종으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자가검사키트로 양성 확인 시 PCR 검사 추가 불필요
전문가들은 자가검사키트로 양성이 확인됐다면 추가로 PCR 검사를 하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에 입을 모았다.
서지영 교수는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양성이 확인될 경우 감염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 이런 상황에서 PCR 검사의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 오히려 PCR 검사를 통해 감염력이 낮아진 상태의 환자들이 더 많이 발견되는 검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천은미 교수는 "독감 시스템과 같이 개인이 자가검사키트를 통해 양성이 나올 경우 빠르게 치료제를 처방하고 확진의 확인이 반드시 필요한 보호자와 같은 경우에만 PCR 검사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자가검사키트를 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안내하고 구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염호기 교수는 "실제 의료기관에서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검사의 신뢰도 차원에서 훨씬 유리하다"며 "다만 스크리닝 테스트 정도로 이용하는 건 괜찮지만 자가검사키트를 통한 결과만으로 진단과 처방을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 재택치료는 '재택관리' 일종…전화상담·처방 활성화 필요
최근 재택치료를 받던 아기와 환자들의 사망 사례와 관련해 염호기 교수는 "현재의 재택치료 시스템은 재택에서 특별한 치료가 없는 재택 관리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대유행의 시기에는 국민들을 케어해 줄 수 있는 전화상담·처방 활성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과도한 공포서 벗어나야
천은미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검사를 하고 증상이 있을 때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다시 말해 모든 의료기관에서 일반진료를 하는 것으로 전환하고 집단면역을 유발할 수 있는 최적의 변이 바이러스"라고 설명했다.
염호기 교수는 "독감보다 조금 더 강한 독감으로 치료될 수 있는 질환이라는 인식으로 전환해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중환자 병상은 늘었지만 의료인력은 그대로 "달라진게 없다"
서지영 교수는 "정부가 2500명의 중환자까지 치료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위드코로나 당시의 상황과 비교할 때 현재는 병상은 늘어났지만, 의료인력은 그대로이기 때문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
천은미 교수는 "중환자 증가세보다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라기보다는 제때 치료제를 투여하지 못해 기저질환의 악화와 동반된 사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시적소에 치료제를 투여해 중증으로 발전되지 않게 한다면 중환자실이 포화되는 상황은 없을 것이고, 사망자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호기 교수는 "중환자 관리에서 경증에서 중증으로 넘어가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병상만 늘어났을 뿐 의료인력은 그대로이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의료진들의 경우 이미 번아웃을 넘어선 상태다"라고 강조했다.
■ 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 적절한 사용으로 중증 악화 예방
천은미 교수는 "팍스로비드의 임상연구 시 3일과 5일 이내 복용하면 효과가 좋으며, 사망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팍스로비드와 다른 약물이 같이 처방될 경우 발생될 수 있는 부작용이 우려되는데, 이 때문에 평소 환자를 관리하면서 환자의 특성을 잘 아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재택관리와 약물처방에 집중해 적극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에서는 투여 연령 완화 및 투여 대상을 의사 재량에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호기 교수는 "여러 가지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약물의 우선순위를 두어 기존 복용 약물의 일시적 중단 등 여러 방법을 활용한다면, 적절한 약물 사용으로 중증 악화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거리두기 방역 정책 의미 없다…'방역의 질' 높이는게 중요
일상회복 시기 등 방역 완화 정책과 관련해 서지영 교수는 "감당할 수 없는 환자수가 발생할 것을 고려해,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단계에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일상회복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호기 교수는 "계속해서 정점을 찍고 있는 상황에서의 위드코로나 전환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의견"이라며 "현재 시행중인 거리두기 등의 방역 정책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숫자보다는 방역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미크론이 감소세로 진입하고 질 높은 방역이 시행된다면 자영업자 피해 최소화와 방역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천은미 교수는 "미접종자가 4% 정도인 현재, 방역패스의 실효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해제할 필요가 있다. 정점을 지나 국민적 동의를 구한 후 마스크 해제 등 완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스텔스 오미크론의 확산으로 인한 우려가 있지만, 백신과 감염에 의한 면역으로 대부분 변이에도 대처할 수 있는 슈퍼 면역이 형성될 수 있다는 연구도 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방역 완화의 길을 가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국민과 정부, 의료계가 협의·대응하면 코로나 극복 기대
서지영 교수는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하지 못한 근본적 이유를 이번 기회에 제대로 파악해 의료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고, 나아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천은미 교수는 국민들에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코로나19에 감염이 되더라도 너무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고 전하는 한편, 정부에게는 "환자가 언제든지 진료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염호기 교수는 "코로나19를 잘 알지 못했을 때에는 공포감이 극도로 높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에 공포심은 조금 덜어내고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오미크론과 같은 바이러스는 늘 변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어 대응하는 우리의 방식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대책을 강구하고, 국민과 정부, 의료계가 서로 협의하고 대응한다면 조만간 완전한 극복을 이뤄낼 것"이라는 기대감을 피력했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백신 접종 등 국민들의 노력으로 독성이 강하고 치명적인 변이 바이러스는 피해갈 수 있었고, 가장 치명률이 낮은 바이러스로 일상화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메시지로 소통하고 불안을 덜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절차 없이 섣부른 일상화를 진행해선 안 되고 정점을 찍은 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마지막 관문이라는 생각으로 모두가 함께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좌담회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