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순천향의대 교수 "수술 전 단계 '어떻게 길게 유지' 이슈"
"수술기법에 관심 쏠렸던 정형외과계, 수술 전 관리 관심도 증가"
보조적 치료 '연골주사·DNA주사·PN주사·카티스템' 등
우리나라 고령화의 가속화에 따라, 퇴행성 관절염을 포함한 관절염 치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술을 꺼리는 한국인의 특성으로 인해 보조적 치료에 대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김용범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학교부속 서울병원 정형외과)는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수술을 부담스러워하는 경향이 강하다. 관절염 역시 수술적 치료보다는 보전적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다수"라며 "이런 경향성으로 인해 보전적 치료가 우리나라에서 특히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환자들의 특성을 고려해 일부 병원에서는 사실상 '수술'이지만 '시술'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환자들의 '수술 불호' 성향을 노린 관절 건강기능식품들의 허위광고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식품의약품안천처는 지난달 관절 건강을 허위광고한 건강기능식품을 대거 적발,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온라인 게시글 172개를 점검한 결과 '수술 없이 무릎 염증을 꺼낼 수 있다'거나 '주사 없이도 연골을 단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문구 등 위반 건수가 다수 적발된 것이다.
명백한 위반사항이지만 이 역시 '수술'보단 '시술', 시술보다는 '주사', '주사'보다는 경구적 치료제나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는 국내 성향을 겨냥한 불법 사례였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광 받은 것이 바로 연골주사, DNA주사, PN주사 등 주사 약제들이다. 환자들의 선호는 높은 수요와 시장이 더 넓어질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에 짧은 기간 동안 다양한 약제들이 개발됐다. 주사 방법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몰레큘(구성 요소)이나 크기를 바꾸는 방식의 신약이 많다.
가장 많이 알려진 주사 약제가 바로 연골주사다.
연골주사는 관절액의 주성분인 히알루론산으로 만들어졌다. 주입 시, 소염효과와 함께 연골을 감싸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건강보험적용이 되는 요법이지만 인공관절 수술이 필요한 심한 관절염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김용범 교수는 "연골주사는 관절을 장기적으로 부드럽게 해준다. 재생보다는 보호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며 "퇴행성 관절염 기준으로는 1∼4기 중 3기까지 사용할 수 있다. 4기는 연골이 전혀 없는 경우인데 이때는 수술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요법에 대해서는 "보통 6개월에 한 번씩 1년에 두 번 정도 맞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성분에 따라 일주일에 1회씩 3번 맞는 것이 있고 1회만 맞는 것이 있는데, 이는 히알루론산의 몰레큘 크기에 따른 것"이라며 "1회 투여 주사 치료제로 처음 나온 것이 LG생명과학의 시노비안으로, 독점에 가깝게 하고 있었다. 이후 몰레큘 단위를 바꾸는 등 신약이 연이어 나왔다"고 전했다.
연골 주사 역시 소염효과는 있지만 급성기에는 스테로이드가 더 효과적이라고도 덧붙였다.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의 경우 일년에 2∼3번, 최대 4번까지만 권해드리고 있다"며 "하지만 전신반응 등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신중한 사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릎 관절염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또 다른 주사로는 DNA주사가 있다.
연어에서 추출한 'PDRN: Poly Deoxy Ribo Nucleotide(폴리디옥시리보뉴클리오티드)'를 주사하는 시술이다. 조직 재생 활성화 물질로,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김 교수는 "연골 주사와 함께 DNA 주사를 병용하기도 한다"며 "이 경우, 1년에 3∼5회 정도를 연골주사 투입 사이사이에 배치하게 된다"고 말했다.
연어와 어류에서 추출한 점성·탄성을 가진 DNA 중합체, 폴리뉴클레오티드나트륨(Polynucleotide Sodium, PN) 주사제도 있다. 환자 본임부담 80%·건강보험 20%이 적용되며 횟수는 6개월에 5회까지 적용 가능하다.
주사요법은 아니지만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카티스템에 대해서도 관심도가 높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카티스템은 관절경 수술 중 줄기세포를 뿌려주는 방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어 국내에서의 사용이 많다"며 "단, 학계에서는 연골이 자라나오게 하는 데 줄기세포를 뿌리지 않아도 미세천공술에 따라 연골을 생성한다는 의견과 카티스템의 효과라고 보는 의견이 갈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다양한 보조적 치료에 대한 설명에 이어, 국내에서는 추후에도 수술보다는 수술 전 단계를 어떻게 길게 유지하고 관리하느냐가 더 이슈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김 교수는 "인공관절의 수명을 어떻게 하면 더 늦출까에 대한 이슈도 분명히 있지만, 최근에는 인공관절 수술 이전, 젊은 환자들에 대한 치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비슷한 유형의 주사제들이 상당수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골을 생성하거나 덮는 연구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형외과의 경우 수술기법 등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관절염 주사요법이나 시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타 과에서 관심도가 높아진 배경에는 이러한 영향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방식에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 학계에서도 요법, 시술 등 수술 전 관리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