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건보공단 무분별 구상금 청구 남발...불필요한 방어진료 조장" 지적
지원금 주더라도 합의서에 '도의적 지원' 표기...후속 치료 시 상해 코드(S코드) 금물
시술이나 수술로 인해 당연히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무분별하게 구상권을 행사하면서 의료기관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선 의료기관의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최근 건보공단은 요로결석 환자에게 체외충격파쇄석술 후 발생한 합병증인 혈종 치료와 관련, 해당 의료기관에 구상금을 청구했다.
W비뇨기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K원장은 2021년 11월 요로결석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체외충격파쇄석술을 1회 시행했다. 해당 환자는 같은 해 12월 28일 갑자기 내원, 체외충격파쇄석술 후 혈종이 생겨 대학병원 등에서 입원치료 받았다며 의료과실을 주장했다.
K원장은 의료과실은 없지만 환자에게 도의적 책임을 다하자는 취지에서 합의금을 지급했다.
건보공단은 합의금 지급을 근거로 의료사고로 판단, K원장에게 건보공단이 부담한 요양급여비 433만원을 구상금으로 청구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K원장은 답답한 마음에 대한의사협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의협은 곧바로 K원장에 대한 건보공단의 무분별한 구상금 청구는 문제가 있다며 시정 및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
의협은 건보공단에 "체외충격파쇄석술 후 발생하는 혈종은 1∼20% 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흔한 합병증"이라면서 "이런 이유로 통상 의료기관이 요로결석 환자에 대해 체외충격파쇄석술을 시행하는 경우 반드시 환자에게 합병증에 대한 설명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협은 "체외충격파쇄석술의 경우 시술 후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환자는 다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결석의 파쇄와 배출에 대한 확인과 함께 시술 전 충분히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혈뇨·감염·발열·혈종 등)의 발병 유무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해당 환자의 경우 시술 받은 의료기관에 재방문하지 않고, 대학병원 등에서 같은 내용의 확인 및 치료를 받은 케이스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건보공단은 이를 의료사고로 판단하고 K원장에게 구상금을 청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이번 사례와 같은 건보공단의 구상권에 대한 판단 논리라면 일반적인 치료목적 수술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출혈, 심지어 치료실패 사례조차도 모두 건보공단의 구상금 청구대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불합리함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특히 의협은 "정당한 의료행위 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합병증에 대해서까지 행하는 무분별한 구상권 남발은 의료인의 불필요한 방어 진료를 조장해, 결국 환자의 건강권 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협은 "K원장에 대해 단순히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환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433만원 상당의 구상금을 청구한 행태는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며 "조치 결과를 즉시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의협은 지난 2월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구상권을 적용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에 구상권 행사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의협은 "건보공단이 무분별하고 광범위하게 구상권을 행사함에 따라 의료기관에서 의료사고 시 환자에 대한 합의금 이외에도 추가 비용부담의 위험이 증가하고, 의료인의 불필요한 방어진료를 조할 수 있다"며 "구상권 행사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의협은 5월 12일 시도의사회에 건보공단의 구상권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당한 의료행위 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환자 합병증에 대해 의료기관이 도의적 차원에서 지원금을 지급한 경우라도 신중을 기해야 하고, 합의서에 '도의적 지원'이라는 문구를 표기할 것 ▲일선 의료기관의 정당한 의료행위 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환자 합병증으로 인한 치료 시에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의 상해코드인 S코드 사용을 자제할 것 등을 안내했다.
의협은 "건보공단의 구상권 남발을 막기 위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의료사고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정부에 개선을 요청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