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혁·정원석 KAIST 교수팀, '네이처 메디신' 논문 발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 제거 'Gas6 융합단백질' 개발 성공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자가 면역질환 치료제 개발 응용 기대
국내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치료제의 관건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에 유효한 신개념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했다. 기존 항체 기반 치료제의 경우 불확실한 치료 효과와 더불어 뇌 부종, 뇌 미세혈관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 치료제라는데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김찬혁·정원석 KAIST 교수팀(생명과학과)은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형태의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8월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 포식작용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응용한 'Gas6 융합단백질'을 제작하고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하는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단백질 응집체)를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치료제를 개발했다. 이 접근법은 향후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폭넓게 응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현철 박사과정·이세영 학생이 공동 제1 저자로 참여한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8월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은 'Anti-inflammatory clearance of amyloid beta by a chimeric Gas6 fusion protein'.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상실과 인지장애를 동반하는 노인성 치매의 대표적 원인이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비정상적으로 39∼43개의 아미노산으로 잘려진 아밀로이드 조각들의 응집체)에 의한 시냅스 손상과 세포 독성으로 발병한다는 게 학계 및 의료계의 정설이다. 이런 정설이 최근 논란을 빚은 것은 아직까지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개발되지 못했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FDA가 지난해 6월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항체 기반 치료제인 아두헬름(Aducanumab)을 알츠하이머병의 근원 치료제로 사상 처음 승인했지만, 치료 효과 및 부작용 관련 논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아두헬름과 같은 항체 기반의 치료제를 처방받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큰 부작용은 뇌 부종 (ARIA-E) 및 뇌 미세혈관출혈(ARIA-H)이다.
이런 부작용은 뇌 염증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데, 이는 항체 기반 치료제들이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Fc수용체를 통해 필연적으로 염증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Fc수용체는 다른 한편으로는 면역세포가 항체에 의한 포식작용을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제거하는데 필수적인 기능을 한다. 심각한 염증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치료제 개발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오랜 딜레마로 남아 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기존 항체 틀에서 벗어나 새 기전의 단백질 치료제를 디자인함으로써 해결했다.
우리 몸에는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세포들을 제거하기 위한 특수한 포식작용 경로가 존재하는데, 연구팀은 이에 관여하는 Gas6라는 단백질을 인위적으로 조작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융합단백질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이 융합단백질(anti-Abeta-Gas6)이 뇟속에서 선택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함과 동시에 염증반응을 오히려 억제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와 함께 알츠하이머 질병 쥐 모델을 통해 연구팀이 개발한 융합단백질이 미세아교세포와 별아교세포를 동시에 활용해 뇟속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 양을 눈에 띄게 줄이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기존의 항체 치료제가 미세아교세포를 통해서만 베타 아밀로이드를 줄일 수 있는 것에 비해 뚜렷한 이점이라는 진단이다.
연구팀은 Gas6 융합단백질이 항체 치료제에 의해 더 악화되는 미세아교세포의 과도한 시냅스 제거 현상을 획기적으로 억제하는 기전도 밝혔다. 이에 더해 Gas6 융합단백질을 주입한 알츠하이머 질병 쥐 모델에서 손상된 인지능력 및 기억력이 항체 치료제보다도 높은 수준으로 회복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또 기존 항체 기반 치료제의 부작용인 뇌 미세혈관 출혈도 Gas6 융합단백질을 주입한 알츠하이머 질병 쥐 모델에서는 현저하게 감소하는 것을 증명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융합단백질은 새로운 작용기전을 적용한 첫 알츠하이머 질병 치료제로, 이런 형태의 치료제는 다양한 퇴행성 뇌 질환 및 자가 면역질환에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많은 항체 기반 치료제가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는 뇌 조직 및 혈관에 쌓이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올바른 방식으로 청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Gas6 융합단백질을 통해서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염증반응 없이 청소되기 때문에 부작용이 낮을 뿐만 아니라 높은 인지기능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Gas6 융합단백질 치료기술을 기반으로 2021년 8월 일리미스 테라퓨틱스(Illimis Therapeutics)를 설립했으며, 향후 이를 통해 베타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치료제(GAIA-Abeta, ILM01) 개발뿐 아니라, 표적을 타우 등으로 치환하는 치료제도 개발해 다양한 확장 및 임상 개발을 계획 중이다.
이번 연구는 KAIST 글로벌 특이점 사업(프렙과제) 및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단(KDRC)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