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사례 및 대응방안 공유, 의료현장의 분쟁·소송·실사 민원 소개
소셜미디어 활용하는 의사가 지켜야 할 '디지털 프로페셔널리즘'이란?
대한의사협회가 회원권익위원회 접수 사례를 바탕으로 의료현장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회원권익위원회의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아울러 최근 의료계에서 소셜미디어 활용 사례가 많아짐에 따라 의료인으로서 갖춰야 할 '디지털 프로페셔널리즘'도 제시했다.
의협은 11월 13일 개최한 제39차 온라인 종합학술대회 런천세션에서 회원들이 참고하면 유용할 소송, 분쟁, 실사 등 실제 사례들을 공유하고 주의해야 할 사항을 안내했다. 회원들이 안전하게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려는 회원권익위원회의 고민이 돋보였으며, 소셜미디어 활용과 관련해서는 온라인 상에서 의사라는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품위를 갖추기 위한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런천세션의 좌장은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과 백현욱 의협 사회참여 부회장이 맡았다.
먼저 오동호 의협 의무이사가 ‘회원권익위원회 사례로 알아보는 진료실 필수제도’를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회원권익위원회는 2021년 7월 개소해 의사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민원을 접수‧해결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동호 이사는 회원권익위원회로 접수된 실제 사례들을 분쟁‧소송‧실사 세 가지로 나누어 공유하며, 구체적인 대처 및 해결 방안을 사례별로 소개했다. 더불어 정책 개선을 위해 향후 회원권익위원회와 의협 차원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2022년도 1월부터 9월까지 접수된 민원 총 1만 3922건 중 사안의 복잡성과 심각성에 따라 심층민원으로 분류된 안건은 총 195건으로, 대부분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의무 관련 사안이었다. 다음으로 많이 접수된 심층민원은 보험 관련으로, 실손보험사나 자동차보험사의 고소‧고발 대응이 많았다. 이 밖에 의료분쟁에 따른 법적검토와 소송지원 관련 문의, 비대면 진료와 원격처방 등 원격의료 관련 및 대응 요청 문의가 주를 이뤘다.
오동호 이사는 분쟁 관련 심층민원 실제 사례 중 진료소 내 폭행 피해사례를 언급하며 “객관적인 증거확보를 위해 진료실 내 CCTV 설치를 권한다. 예방차원에서는 환자가 내원했을 때 간호사 한 명이라도 항상 입회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의료분쟁 사례에 대해서도 진료기록부 기재와 설명의 의무를 주지시키고, 외국인의 코로나19 재택치료비 신청 절차가 불편하다는 안건에 대해서는 “이제까지는 코로나19가 워낙 시급했으나, 계속해서 사례를 수집해 관련 부처에 민원을 제출하고 꼭 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소송과 관련해서는 요양병원 환자의 휠체어 낙상 사례를 들며 “병원에서 낙상을 예방하는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했는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의료기관의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아 상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회원권익위원회에서는 법무적인 지원이 필요한 회원들을 위해 법무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여러 변호사들이 최대한 빨리 답변하고 도움을 주고 있으니, 회원들은 곧바로 회원권익위원회에 제보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사 관련 사례를 통해서는 “만성질환관리는 특히 주의를 기울여 간단하게라도 차팅을 필수로 할 것”, “건강진단 관련은 비급여라는 것을 주지할 것” 등의 유의사항을 공유했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보험사와 협업하는 형태는 의료기관에게 굉장히 강압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대해 강한 항의 메시지 전달이 필요하다”며 향후 대응 의지를 밝혔다.
오동호 이사는 회원권익보호를 위한 지침으로 ▲환자와의 관계 유지 ▲지역 및 직역 의사회와의 소통 ▲회원권익위원회 조기 신고 ▲악법 사례 수집 ▲의사회 및 회원권익위원회의 공지사항 확인을 안내했다.
특히 분쟁이 길어지고 심화될수록 회원들에게 힘든 상황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조기에 문제를 진압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문제가 생기면 속한 지역의사회, 그리고 동료들과 소통하며 고민을 공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문제들은 사례 수집을 통해 대응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회원 여러분은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너무 참지 말고 회원권익위원회에 접수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의협 회원게시판에 주기적으로 올라오는 위원회 뉴스레터를 참고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지는 발제는 ‘의사의 올바른 소셜미디어 사용’을 주제로 이영미 교수(고려대의대 의학교육과)가 나섰다. 이영미 교수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지원으로 수행한 의사의 소셜미디어 사용 현황과 관련 지침 연구를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축한 의사 소셜미디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소개했다.
이영미 교수는 의사의 소셜미디어 활용에 대해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 증가하고 대중들에게 보건의료지식을 전달함으로써 의사집단에 대한 평판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와 환자가 소셜미디어 공간에서 친구를 맺으며,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이 모호해지는 문제가 있다. 특히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는 불특정 다수 시청자에게 노출돼 평판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이영미 교수는 "2020년 3월부터 4월까지 한국 의대생들이 업로드 한 7만 154개의 유튜브 동영상을 수집, 그중 우려되는 79개의 영상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한 바 있다"고 소개하면서 " ‘수업을 듣지 말고 나가서 놀라’고 농담하는 비교적 사소한 부분도 있었지만, 환자를 비하하는 어투나 자신이 속한 대학의 교수를 비하하는 내용이 담겨 의대 및 의대생의 평판에 영향을 줄 만한 영상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영미 교수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의사가 준수해야 할 덕목으로 ‘디지털 프로페셔널리즘(e-professionalism)’을 말하며 “의학전문직업성의 핵심은 온라인에서 그대로 적용된다. 전문성·명성·책임의 원칙에 근거해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협에서 제정한 의사 소셜미디어 가이드라인에 따라 명심해야 할 사항으로 ▲소셜미디어 내용은 불특정 다수에 즉시 노출된다는 것 ▲추후 내용의 수정 및 취소가 어렵다는 것 ▲소셜미디어 게시 내용을 근거로 의사 개인과 의사 집단에 대한 대중의 평판이 형성된다는 것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게시한다면 의사-환자 신뢰관계와 의료전문가 전체의 신뢰에 손상이 간다는 것을 당부했다.
이어 “의사집단 전체의 품격과 대중의 신뢰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의사는 소셜미디어의 사회적 의미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짚었다. 특히 ▲사적-공적 경계 구분을 분명히 할 것 ▲게시하기 전 한 번 더 신중히 생각할 것을 강조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이영미 교수는 박현미 교수(고려대의대 의학교육과)와 함께 개발한 ‘의사 소셜미디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시연했다. 실제로 의사들이 유튜브에 올린 비디오들을 분석하고 재연했다.
의사의 올바른 소셜미디어 사용을 위해 지켜야 할 사항으로 ▲개인의 정보보호 ▲게시 정보의 적절성 ▲환자와 의사의 관계 ▲전문가로서의 품위 ▲의사동료 간 커뮤니케이션 ▲이해의 충돌을 제시했으며, 교육 플랫폼에서도 이를 주요 평가지표로 활용했다.
이영미 교수는 “서로 피드백을 주고 함께 성장하는 것도 덕목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소셜미디어 활용 사례를 발견했을 때, 동료로서 정정하도록 얘기해주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라며 “의사집단 및 기관의 관심이 커지고 적절한 교육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