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인이 날 알아본다
17년 전 심장수술을 받은
86세 할머니
숨이 차고 음식도 잘 삼키지 못한다
치매도 심하다
착한 아들이 하도 답답하여
인터넷을 뒤져 날 찾았단다
옛 주치의가 혹 도움이 될까 봐
며칠 후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고
아들 차에 실려 온 할머니
마스크를 내리고 반갑다고 인사하니
금방 나를 알아보고 활짝 웃는다
착한 아들 내외는 눈시울을 적신다
아무도 못 알아 보시더니
그래도 선생님은 알아본다며
음식을 삼키지 못한다 하여
콧줄이라도 삽입할까 하는데
왠일인가 할머니
밥도 잘 받아먹고 잠도 잘 주무시고
숨도 편히 잘 쉬신다
할머니가 교수님 하며 나를 부를 때
나는 참 기쁘다.
▶ 인제대 명예교수(흉부외과)/온천 사랑의요양병원장/<미네르바>(2006) 등단/시집 <때론 너무 낯설다> /수필 <에세이스트>/수필집 <제1수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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