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소를 키워야 한다. 욕 먹기 싫어서 혹은 이익이 생길 일이 아니라, 아니면 사정이 급해, 나 말고 누군가가 하겠지 등의 이유로 우리는 '소'를 자주 잊는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신약 약값을 책정할때 참고하는 7개 나라의 약값 사례를 9개 나라 사례로 늘리려다 반발에 부딪혀 한 발 물러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당초 참고 사례국에 포함하려 했던 호주를 제외한 8개 나라 약값을 참고하는 '신약 등 협상대상 약제의 세부평가기준'을 28일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약값 협상에 나설 때 약값 책정 당시 참고하는 국가 수를 2개 늘리겠다는 소심한 정책조차 밀고 나가지 못한 셈이다.
호주 약값이 한국보다 낮아 호주 약값을 참고할 경우 급여 협상 과정에서 약값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게 다국적 제약계의 반대 이유다.
국내 제약계는 이미 급여된 제네릭 약값을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호주 약값을 참고하면 제네릭 약값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반대다. 환자들은 다국적 제약사의 반발을 보며 고가 신약 협상이 난항을 겪을까 걱정이다.
그나마 이해관계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잡아야 할 언론이지만 '약값을 왜 낮춰서 신약 도입을 어렵게 하느냐'며 제약사의 요구와 보조를 맞춘다.
이대로 가다간 건강보험 재정 부실이 우려된다고 핏대를 세우지만 정작 부실을 막기 위한 재정 효율화 방침에는 반대한다는 대안없는 보도의 전형이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30년 건강보험 재정이 20조원 정도 적자가 난다. 지금 추세대로 라면 전체 곳간의 최소 20% 이상이 부족해 질 것이라는 경고다.
매년 건강보험료를 올리고 있지만 그것 갖고는 어림도 없다.
가파르게 오르는 고가 신약 도입 추세 속에 수 조원의 재정 적자가 뻔하지만 보험료를 올리자는 말도, 재정을 아끼자는 제안도 아무도 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고가 신약을 도입할 때 약값 참고 사례 국가를 2개 늘리겠다는 결정조차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현실을 보자니 걱정이 앞선다.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