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복기 원장(대구 올포스킨피부과의원)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다짐
'봉사' 혼자 보다 여럿이 함께…사회적 약자 보호
대구 올포스킨피부과의원의 민복기 원장은 첫 대면부터 남달랐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빠른 판단력으로 인터뷰를 진두지휘했다. 민 원장의 말과 행동으로 말미암아 그의 인생을 헤아릴 수 있었다. 민복기 원장은 참된 진리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시련 앞에서도 무소의 뿔처럼 당당히 나아가는 지휘관이다.
■ 보장된 길을 걷지 않는 군의관
군의관 복무 기간 동안 평범하게 지낼 수도 있었다. 주어진 과업만을 해내고 남는 시간 동안 여유를 즐기면 됐지만, 민복기 원장은 늦은 저녁까지 책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1998년 초임 군의관 시절 축구 대회에서 얻은 고관절 인대 손상이 그의 인생을 변화시킨 것. 의사가 아닌 환자로서 큰 불편함을 겪었던 그는 이를 계기로 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기로 결심한다.
생각을 바꾸자 주변 장병들이 보였다. 1990년대만 해도 피부과 질환은 야전에서 가장 흔한 질병이었다. 장병들이 입은 속옷 부위에 피부병이 수년간 돌았고, 민 원장은 해당 질환에 몰두한다. 민 원장은 장병들에게 보급된 감색 속옷과 피부염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원인을 찾아낸다. 속옷의 원료 중 하나인 독일산 염료가 한국인에게 맞지 않았던 것. 감색 속옷이 보급된 몇 년 동안 수많은 장병이 염증으로 고생을 한 것을 알게 된 민 원장은 곧바로 확진 검사를 마치고 허준평 前국군의무사령관을 찾아간다. 민 원장의 오랜 설득 끝에 국군에는 한국산 염료로 만들어진 속옷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당시 군의관 교육을 위해 그가 집필한 교재인 <흔한 피부 질환의 진단과 치료>와 <장병을 위한 피부 질환 안내서>는 지금까지 군부대에서 쓰이고 있다.
민 원장은 장병의 건강한 병영 생활과 군 전투력 손실 방지를 위한 '봉소염 예방법'·'옴, 성병 예방법'·'행군 시 물집 발생을 줄이기 위한 방법' 등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 매년 '군진의학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공로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룈국방일보룉 '건강한 병영' 생활을 위한 칼럼 연재·초임 군의관 교육 교재 집필 및 강의 등은 39개월의 짧은 군 복무 기간 동안 이룬 성과다.
장병을 향한 마음과 애국심은 군의관 전역 후에도 계속됐다. 민 원장은 제2작전사령부로부터 요청을 받아 2001년부터 장기 복무 지원 군인을 대상으로 무료로 문신을 제거해 주는 '사랑의 지우개' 사업을 진행했다. 그는 문신 제거 시술을 받은 장병들이 국가를 위해 장기 복무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 봉사가 또 다른 봉사로 이어지는 것을 깨닫는다.
■ 감염병 최전방에서 애국을 부르짖다
민복기 원장에게는 '대구 방역의 주역'이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2020년 코로나19가 대구 전역을 덮쳤을 때 민 원장은 대구시의사회 코로나19 대책본부장으로 감염병 최전방에 선다.
코로나19라는 명칭이 생기기도 전, 민 원장은 코로나19의 위력을 짐작하고 있었다. 메디시티대구협의회 의료관광산업위원장으로 오래전부터 세계 의료진들과 소통하던 민 원장은 중국 모바일 메신저로 중국 의료진과 중국 상주 에이전시에게 코로나19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었다. 민 원장은 2015년 메르스 대구시의사회 간사의 경험에 기인해 코로나19의 파급력을 예측한다.
2020년 1월 말 민 원장은 의료단체장 회의에서 코로나19의 위험을 알리고자 지역 언론과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당시 중국 코로나19의 정확한 상황이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아 중앙 부처와 국민들은 코로나19를 단순 감기로 생각했다. 그랬기 때문에 민 원장의 코로나19 확산 예측은 수많은 이해관계자에게 사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민 원장은 대구 의료진들과 방역 대책을 세웠다.
2020년 2월 18일 대구 신천지교회 교인인 31번 확진자가 나오며 대구에 코로나19가 확산했다. 대구 신천지 교인 1만 명을 모두 찾아 검사해야 했지만, 코로나19 검사 의료진이 턱없이 부족했다. 전국에서 차출된 공중보건의들에게 코로나19 이동 검진 투입을 요청하자 대부분이 반발했다. 민 원장은 공중보건의 앞에 섰다. "정말 미안하고 죄송하지만, 혹시 국민을 위해 지금 당장 남아서 투입될 사람들 손을 들어 달라." 그렇게 13명의 공중보건의가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검사를 진행했다.
신천지 교인의 80% 이상이 코로나19 샘플링 검사 양성이었다. 민 원장은 전국이 코로나19 위험 속에 빠졌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여전히 대구를 포함 전국은 코로나19에 관심이 없었다.
민 원장은 초조했다. 빨리 현재 상황을 알려 확진자 폭증 상황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했다. 민 원장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인터뷰 출연하기로 결심한다. 생방송이 아니라면 도무지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인터뷰 후 정부 방역 대책의 전환이 시작된다.
민 원장은 코로나19 대책본부장으로서 ▲병상 확보 ▲가용 가능 의료 인력 지원 ▲생활치료센터 허가 인가 ▲드라이브스루 선별 검사소 설치 등을 동료들과 함께 이끌어 냈다. 또한 ▲감염병 사전·사후 대응 대책 ▲확진 환자 중증도 분류와 진료 및 이송 방침 설정 ▲인적·물적 자원 배치 ▲환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선별 진료소와 보건소 업무 연계 조정 ▲중앙역학조사반과 연계한 지역 방역 대책 등을 수립해 대구 조기 방역에 성공한다. 대한민국 코로나19 초기 방역 스토리는 세계로 뻗어 나갔고 전 세계는 민 원장에게 주목했다.
■ 나눔으로 시작되는 선한 영향력
민 원장의 봉사 정신은 지역 사회 공헌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잘 사는 삶 즉 지역 의료, 교육 발전, 복지가 국가 균형 발전의 모태라고 생각했다.
민 원장은 2006년부터 현재까지 약 38톤이 넘는 쌀을 기부했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흉터 재건술을 펼치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이들이 미래 사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랑의 문신 지우개·경북대 등지에 발전 기금 전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 리더·적십자 봉사 지원·전신 탈모증·혈관종·소아 선천성 모반 등의 은둔 환자 지원 치료에도 앞장서고 있다.
민 원장의 나눔 철학은 해외 봉사로 이어졌다. 중증 건선·아토피 피부염·피부암·탈모 등이 많은 러시아와 CIS 국가, 피부 감염병·만성습진이 주로 발생하는 베트남과 중국 등지에서 해외 의료 봉사를 진행했다. 민 원장은 약 복용으로 완치가 가능한 질환을 치료 못 해 10년 이상 고생하는 해외 환자를 보며 더 많은 지역에서 의술을 펼치고 더 많은 의료진에게 치료법을 전수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민 원장의 신념은 현재 진행형이다. 20대엔 경북의대학생면역학교실을 만들었고, 30대에 대구경북피부과의사회 학술이사로 전국 규모의 대경피부과학회를 결성했으며, 40대에는 메디시티대구가 의료 관광산업 및 교육 도시로 안착할 수 있도록 모든 열정을 쏟았다. 50대가 된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그리고 올바른 의료 정책을 위해 달려 나가고 있다. 민 원장은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내일이 기대된다고 한다.
"의사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공감과 실력이다. 그 실력에는 훌륭한 의료 기술, 후학 양성 능력, 학자로서의 연구 성과, 국민을 위한 올바른 의료 정책이 도입되도록 노력하는 열정이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선한 영향력으로 연결된다. 혼자서 봉사할 때보다 여럿이 함께할 때 봉사의 범위가 넓어진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봉사에 동참하도록 하는 게 첫 번째이다. 수많은 의료진과 의료 지식을 공유, 공조하면 그들이 더 많은 환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함께 앞장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