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치과의사도 "면허취소법 결사반대"

한의사·치과의사도 "면허취소법 결사반대"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02.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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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수행 자유 박탈·불합리한 차별…헌법 평등원칙 침해
한의협·치협·한방병원협·치과병원협 20일 공동 성명 "규제 가혹"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대한치과병원협회가 "의료인 면허 취소법은 과도한 징벌적 규제 법안"이라며 "결사반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4개 단체는 20일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회부 관련 의료계 4개 단체 공동성명'을 통해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들이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면서 "지나치게 가혹하고,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인 직종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른 처벌 이외에 무차별적으로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가중 처벌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며,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밝힌 4대 단체는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로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4개 단체는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범법 행위까지 광범위하게 의료직무 박탈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과중한 규제이며 이중처벌"이라면서 "모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마치 노역을 하는 죄수의 추가 처벌을 다루는 듯한 태도는 의료인을 바라보는 국회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앞서 박태근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은 13일 국회 앞에서 '의료인 면허취소법 졸속 입법시도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삭발을 통해 '결사 반대' 의지를 밝혔다.

박태근 치협회장은 "정부와 국회는 국민건강 수호와 국가의료기술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인들의 탄압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의료체계의 붕괴를 야기할 수 있는 명분없는 법개정 시도를 중단하고 진지한 협의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치협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국회 본회의 통과 즉시 헌법소원 청구·대통령 거부권 행사 요청 등 보건의료단체와 함께 모든 역량을 동원하겠다"면서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회원의 권익을 위해 강력 투쟁하겠다"고 천명했다. 

면허취소법 국회 본회의 회부 관련 의료계 4개 단체 공동성명서

"의료인 면허에 대한 과도한 징벌적 규제 법안 전면 철회하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9일, 일명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의결 절차를 생략하고 본회의로 직접 회부해 처리하는 안건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러한 과도한 징벌적 규제 법안 심사에 대하여 의료계 4개 단체는 결사반대한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들이 의료와 관계된 범죄뿐만 아니라 교통사고 등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으면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어, 지나치게 가혹하고, 부당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의료인은 국민의 건강을 취급하는 직업적 특성상 민사상 손해배상 이외에도 업무상 과실치상죄로 인해 다양한 형사책임의 위험에 놓여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는 것만으로도 우리 의료인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이는 합리적 사회 기준에 걸맞지 않은 부당차별에 대한 저항이며,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다. 의료인은 기존 법률에 근거해서도 충분한 사회적 책무를 감내하도록 제한받아 왔다. 다시말해, 의료법 제8조(결격사유 등)에 근거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 면허 취소가 되어왔으며, 의료법이 아닌 아동청소년법에 근거하여 2012년부터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의료인은 10년간 의료기관 근무가 제한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모든 경우 면허를 취소하고, 형을 처분 받은 기간에 더해 5년까지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으로 의료법 개정안을 본회의 회부로까지 이르게 한 것이다.

이는 의료인 직종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른 처벌 이외에 무차별적으로 직업 수행의 자유를 박탈함으로써 가중 처벌과 동일한 결과를 초래하며, 헌법상 평등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특정 직업군을 타 직종과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등 형평성에 반하는 과잉규제로 절대로 통과되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또한 직무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범법 행위까지 광범위하게 의료직무 박탈의 근거로 삼는 것은 과중한 규제이며 이중처벌이다. 모든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마치 노역을 하는 죄수의 추가 처벌을 다루는 듯한 태도는 의료인을 바라보는 국회의 시각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보여준다.

2019년 법제처는 국회, 헌법재판소, 대법원, 각 중앙행정기관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통해 발간한 '법령 입안, 심사 기준'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만을 이유로 당사자를 사회경제활동에서 배제하게 되면 오히려 이들로 하여금 갱생을 포기하게 하고 다시 위법을 저지르게 하는 요인이 되므로 그 자격과 영업의 성질에 비추어 과잉 규제가 되지 않도록 유의할 것을 권고했다는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이번에 보건복지위에서 논의된 개정안에 따르면 의료인이 자동차 운전 중 과실로 인하여 사망사고를 일으켜 금고형과 집행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수년간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한 순간의 교통사고만으로도 한 의료인이 평생을 바쳐 이룬 길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 과연 의료인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하고 그 면허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개정안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겠는가?

더군다나 소수의 비윤리적 행태와 불법 행위를 마치 전체 의료인의 문제인 것처럼 부각하여 전체 의료계의 위상과 명예를 손상케 하고 무리한 입법을 강행하고 있는 국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하여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선진국에서는 의료인의 윤리와 관련한 전문적인 판단의 영역을 인정하고 전문가 집단이 자율적인 면허관리기구를 통하여 스스로 면허를 관리하고 그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겠다. 과도한 규제는 반대급부의 부작용만 초래할 것으로 예견된다.

의료인의 면허 결격사유를 범죄의 종류나 유형을 한정하지 않은 채, 사실상 모든 범죄로 하여 강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오히려 의료인이 자율적으로 윤리의식을 제고하고 스스로 엄격하게 면허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면허취소와 관리는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제고하는 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의료계 4단체는 국회의 이러한 무리한 의료법 개정 시도에 강력하게 항거하면서 해당 법안의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는 바이다.

개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의료인 면허취소법안에 대해 결사반대의 입장을 밝히며, 해당 입법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3. 2. 20.

대한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한방병원협회·대한치과병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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