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위암학회, 근거중심 다학제 기반 '한국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 출간
조기위암·진행성 위암 모두 복강경수술-개복수술 장기생존율 차이 없어
최신 문헌 보강 40개 권고문 제시…권고등급 치료 알고리즘 순서도 요약
조기 위암·진행성 위암 모두에서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과 동일한 장기생존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위암의 수술적 치료를 우선하지만, 서구처럼 수술 전후 3제 항암요법을 시행할 경우 수술 및 보조항암요법보다 완전절제율·무진행 생존기간 등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와 함께 유문보존위절제술이 원위부위절제술에 비해 단백질 손실, 담즙역류, 담석 발생 등이 적었다. 위 절제술 후 UDCA 복용은 담석 발생을 줄였으며, 위암 수술환자에서 정맥 철분 주사가 유효성을 보였다.
국내 연구진의 주요 연구결과들이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 근거자료로 대거 적용됐다.
대한위암학회가 <한국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Korean Practice Guidelines for Gastric Cancer 2022) 영문 개정판을 펴냈다.
대한위암학회는 3월 2일 서울 달개비에서 한국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 발간 기자간담회를 열어 근거중심 다학제 기반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과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상욱 이사장(아주대병원 위장관외과), 김형호 회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유항종 부회장(한국원자력병원 외과), 공성호 편찬사업이사(서울대병원 외과), 류근원 편집이사(국립암센터 위암외과), 허훈 총무이사(아주대병원 위장관외과), 김성근 홍보이사(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등과 왕규창 국가암진료가이드라인사업단장(국립암센터 뇌척수종양클리닉)이 참석했다.
위암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은 대한위암학회 주도로 대한종양내과학회, 대한상부위장관·헬리코박터학회,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대한소화기학회, 대한방사선종양학회, 대한복부영상의학회, 대한병리학회, 대한핵의학회 등 8개 학회에서 추천한 다학제적 전문 위원과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임상근거연구팀 자문위원 등 40여명으로 구성된 가이드라인 제정 TF팀에서 진행했다.
김형호 회장은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은 환자를 위해 한다. 치료성적을 모아서 근거를 만들고 누구나 환자 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라며 "과거에는 일본위암학회의 가이드라인을 많이 원용했지만 이젠 일본이 우리를 따라오는 경우도 있다. 가이드라인 개정에 열정을 쏟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대한위암학회에서 펴낸 <근거중심 다학제 위암 치료 가이드라인 2018> 이후 4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국내 위암 가이드라인은 그동안 대한위암학회, 대한의학회 등에서 3번 출판됐으며, 이번이 네 번째다.
한상욱 이사장은 "대한위암학회는 1996년에 창립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제위암학회를 두 번이나 유치했고, 일본과 함께 국제적으로 위암 분야를 학술적으로 이끌고 있다"라며 "국내 연구자들의 귀중한 임상결과들을 많이 담았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가 가장 최선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수술뿐만 아니라 내시경 치료, 항암치료 등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근거중심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국내 암종(15개 학회·21개 종양)의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해 2019년 시작된 국립암센터 국가암진료가이드라인사업과 협업을 통해 만든 첫 성과물이다.
공성호 편찬사업이사는 가이드라인 개정 과정과 주요 내용에 대해 살폈다.
개정판 작업은 대한의학회·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추천하는 최신 근거 기반 가이드라인 작성 방법론에 따라 최근까지 보고된 의학 논문 데이터 베이스의 광범위한 체계적 고찰을 거쳐 이뤄졌다. 최종 참고문헌만 491개에 이른다.
2018년 가이드라인에서도 수술·내시경·항암전신치료 등 다학제적 위암 치료 방법 전반을 다뤘으나, 개정판에는 내시경·영상의학·핵의학·병리학적 진단 관련 내용이 보강되고, 치료 관련 최신지견을 추가했다. 수술 후 환자 관리에 대한 국내 현황까지 포함하면서 위암 환자 진료과정의 포괄적 내용이 광범위하게 담겼다.
권고문 역시 대폭 추가했다.
2018년판 23개 권고문에 최신 문헌을 보강해 모두 40개의 권고문을 제시했다. 특히 다양한 4기 위암에 대한 주제와 내시경절제술 적응증 일부 변경, 면역항암제를 비롯 최신 전신항암치료 결과를 포함한 최신 정보를 반영했다.
가장 주목할 것은 국내 연구자들의 주요 연구결과가 새 근거자료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KLASS(복강경위장관연구회) 1, 2: 각각 조기위암과 진행위암에서 복강경 수술이 개복수술과 동일한 장기 생존율을 보임. ▲KLASS - 4: 유문보존위절제술이 원위부위절제술에 비해 단백질 손실, 담즙역류, 담석발생이 적었음. ▲KLASS - 5: 근위부위절제술 (이중경로문합법)이 위전절제술에 비해 비타민12번 결핍이 적었음. ▲SENORITA: 감시림프절 생검이 위절제술에 필적한 유병생존율을 보이지 못했기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함. ▲PRODIGY: 수술 전후 3제 항암요법이 수술 및 보조항암요법에 비해 완전절제율과 무진행생존기간이 높았음. ▲PEGASUS-D: 위절제술 후 UDCA 복용이 담석발생을 줄였음. ▲FAIRY: 위암수술환자에서 정맥 철분주사의 유효성을 보임.
이와 함께 각 권고문에 해당하는 주제의 결과지표에 대해 각각 메타분석을 다수 시행해 과학적 객관성을 높이고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권고 등급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어떤 권고 사항에 대해 강하게 권고하는 것과 약하게 권고하는 것들을 구분해 표를 통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시각적으로 빠르게 인지되는 실선·점선 등을 이용 각 권고문을 일일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개정판 권고문은 근거 문헌들의 수준과 권고 등급을 함께 제시하고 있으며, 특정 임상 상황에 따라 가능한 치료법들을 권고등급에 따라 실선과 점선 등을 이용해 표현한 치료 알고리즘 순서도 (Flow chart)로 요약해 쉽게 찾아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왕규창 국가암진료가이드라인사업단장은 국가 가이드라인 제정사업의 의미와 사업 현황에 대해 알렸다.
왕규창 단장은 "가이드라인 제정은 표준화가 가능한 부분을 최대한 표준화함으로써 효율적인 진료가 가능토록 하면서 자원·경비·시간·노력 등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으며, 여러 사회의 영역별로 진료가 많이 차별화 될 수 있는데 그런 차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이기도 하다"라며 "비전문 의료인이라든가 환자 보호자들한테는 이런 가이드라인을 적절하게 제공함으로써 질환을 너무 늦게 치료하게 되는 것들을 예방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짚었다.
국가암진료가이드라인사업은 2021년 하반기 연구사업으로 시작됐다. 가이드라인 제정에 뜻이 있는 학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왕규창 단장은 "처음 하는 일이라서 미흡한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다행히 여러 학회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조해서 아직까지는 순탄하게 진행하고 있다. 14개 학회 18개 종양에 대해 가이드라인 구축 사업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사업의 지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왕규창 단장은 "가이드라인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진료와 교육의 툴이다. 교과서 역할을 한다. 진료할 때 궁금한 게 있으면 찾아보고 확인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전공의나 전임의들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접할 수 있어야 한다. 각 학회에서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라며 "또 하나는 학술연구적인 측면이다. 논문을 발표할 때 가이드라인이 뒷받침이 되는 경우다. 다른 나라의 다른 연구자들이 유사한 연구를 할 때 상당 부분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기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새 가이드라인은 대한위암학회 공식학술지 <Journal of Gastric Cancer> 1월호에 게재됐으며, 대한위암학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한위암학회는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판은 위암을 진료하는 국내 1,2,3차 의료기관 의료진 뿐 아니라 전공의와 학생들에게도 최신 위암 진료의 원칙 이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2018년 가이드라인처럼 해외 의료진이 많이 참조하고 진료와 연구에 도움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