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회 "소청과 없으면 미숙아 응급처치는 누가?"

산의회 "소청과 없으면 미숙아 응급처치는 누가?"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4.02 19:28
  • 댓글 4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재연 산의회장 "필수의료 살리기…면허취소법 아닌 의료사고특례법 제정해야"
"내년 산과 전공의 지원율 반토막 날까…제2의 이대목동병원 사건 우려"

ⓒ의협신문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4월 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49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적극적인 소청과·산과 등 필수의료 살리기 지원책을 촉구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산의회)가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소청과 폐과' 선언에 공감을 표하며 필수의료에 대한 정부의 신속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소청과의 붕괴는 고위험 임산부와 출생아의 위험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에 더해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 2소위에 계류된 와중, 최근 분만 관련 의료사고 2심 재판에서는 병원 측에 15억원 가량의 배상(이자 포함)을 선고하는 등 산과의 '설상가상' 위기가 올 것이라 우려했다.

산의회는 4월 2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제49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및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대목동병원 사건으로 소청과 전공의 지원이 급감했던 현상이 산과에도 일어날 것"이라 진단했다.

■ 소청과 위기는 산과의 위기…'순망치한' 직격탄

ⓒ의협신문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사진 가운데)이 기자간담회에서 소청과의 위기가 산과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사진=김미경 기자] ⓒ의협신문

특히 지난 3월 29일 소청과의사회의 '폐과' 선언에 대해 김재연 회장은 "폐과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나 싶으면서도 오죽했으면 그런 말을 했을까 싶다. 강하게 표현했기에 정부와 언론에서 더 심각성을 받아 준 부분도 있고, '폐과 선언'을 하게 만든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며 깊이 공감했다.

이어 "산과와 소청과는 뗄 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고령 임신이 많아지면서 고위험 산모와 저체중 태아·신생아의 중환자실 입원 위험 또한 높아졌다. 분만병원에서 소청과 의사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미숙아들의 목숨을 적절한 응급조치를 통해 살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 소청과 살리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에 대해서는 "개인 의원이 아닌 아동병원 및 2·3차병원 지원 중심으로 구성된 데다, 개원의에게 주어진 유일한 혜택인 상담료 신설도 상당히 참여가 어려워 소청과 의사들이 분노해 진료영역을 확장하겠다고 한 것. 실제로 개인 의원 참여율이 저조한 것으로 안다"고 꼬집었다.

산과에서는 진료영역 확장이 오래된 이야기라고 짚었다.

김재연 회장은 "3월 22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도 출생아 수가 전년(1월 동월) 대비 6%(1486명) 감소했다. 20년 가까이 지속된 저출산 속에서 산과는 비만·피부미용·항노화 등의 영역으로 생존을 위한 진료영역 확장을 계속해왔다"며 "다만 소청과의 경우 진료과목을 간판에 걸고는 소아 외의 환자들이 오지 않아 부득이하게 폐과라는 표현을 통해 다른 진료영역을 한다는 걸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정책적 지원으로는 ▲출생신고를 병의원이 아닌 기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구축한 전산정보시스템을 통해 등록할 것(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종합병원에 필수적으로 산부인과를 개설하도록 할 것(의료법 일부개정안) ▲산부인과 분만 정책수가 중 '감염병 정책수가(분만수가 100% 신설)'를 '인적·안전 정책수가(분만수가 100% 신설)'에 포함할 것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 등을 제언했다. 

■ "면허 뺏고 10억 배상금…누가 필수의료를 하려 할까"

특히 의료인의 의무를 다했음에도 무과실 의료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분만의 특성상,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100% 보상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회장은 "10여년 전(2014년) 인천의 한 산부인과에서 일어난 분만사고(자궁 내 태아 사망)에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금고 8개월형이 선고되자, 산과 전공의 지원율이 급감했다.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에서 무혐의로 판결했음에도 산과는 이미 기피과가 된 뒤였다"고 돌이켰다.

또 지난 3월 31일 수원고등법원 재판부(2심)가 분만사고 배상금으로 10억 6000만원, 이자까지 합산하면 15억원 가량을 산모 측에 지급하라고 판결한 것에 대해 "10여년 간 많은 지원 정책을 통해 80% 이상까지 가까스로 끌어올린 산과 전공의 지원율이 내년에 다시 반 토막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분만 한 번에 100만원이라고 가정해도 10억원을 벌려면 1000번의 분만을 받아야 한다. 여러 명이 운영하는 곳도 1년에 분만 100번 이상을 받기가 어렵다. 10년 동안 분만을 받아 온 노고가 단일 사건의 배상금으로 한 순간에 나가는 현실에서 분만 인프라가 유지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지금도 인턴 및 전공의 사이에서는 산과에 지원한다고 하면 미쳤냐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한 김 회장은 "내년 전공의 지원 기간에 앞서 대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다면 충격이 완화되긴 하겠지만, 산과뿐 아니라 생명에 관계된 필수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의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의사가 하는 수술과 전원 등 의학적 판단을 과정이 아닌 결과에 따라 법원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은, 결과로써 과실을 역으로 상정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대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촉구했다.

필수의료 현장에는 늘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다고 강조한 김 회장은 의료인 면허취소법에 대해서도 "얼마 전에도 운전하던 중 갑자기 자전거를 탄 어린이가 튀어나와 가슴을 쓸어내렸다.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도 자칫하면 5년 이상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필수의료 현장의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이 아닌 '의료인 면허취소법' 제정에 힘쓰는 것은,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법이 아닌 갈등을 양산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