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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진짜 진짜 필요한 비대면 진료는?

우리에게 진짜 진짜 필요한 비대면 진료는?

  •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5.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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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과거 병력·상태 가장 잘 아는 지역사회 담당의사가 '비대면 진료' 맡아야
인증된 일차의료기관서 '재진 환자·한정된 지역·제한된 인원' 진료 바람직
비대면 진료 플랫폼 '지역의료기관-환자' 연결…대면 진료 연속성 확보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의협신문
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암치유센터) ⓒ의협신문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가 '심각'에서 '경계'로 변경되면서, '비대면 진료'가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 유행과 맞물려서, 2020년 2월 24일부터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의 3에 따라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 단계 이상인 경우로 한시적으로 허용되어왔다. 코로나로 인한 여러 제한 조치들 때문에 환자들이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워지는 문제나, 의료기관 방문으로 인한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기 때문에, 2023년 5월 현재 공식적으로 코로나 종식을 선포한 상태에서 이제는 법률적 근거가 없어지게 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로 대표되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계는 초진, 경증질환을 포함한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고, 국회에서 스타트업 연구모임인 유니콘 팜은 비대면 진료를 초진부터 가능하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은 비대면 진료를 일차의료기관, 재진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비대면 진료라는 말 자체는 대면 진료의 반대말일텐데, 용어 사용이 혼란스럽다. 의협에서 비대면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고, 의원에서 전화 등을 통해서 하는 진료도 비대면 진료이기 때문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에 대한 부분이므로, 이것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이것이 존속돼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가장 대표적인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인 닥터나우를 사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칼럼에서 특정 업체를 거론하는 것이 부적절한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으나, 실제 2022년도 국정감사에서 공식적으로 지적된 사항이므로 공개자료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니 업체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다(▶관련 기사: https://www.yakup.com/news/index.html?mode=view&cat=11&nid=274068). 

국정감사 내용을 보면, 닥터나우는 '원하는 약 처방받기'라는 서비스로·사후피임약·탈모약·다이어트약·여드름약과 같은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선택해서 장바구니 담아두기 같은 식으로 서비스를 구성했다. 그뿐만 아니라 프로페시아를 프도페시아 같은 식으로 이름을 살짝 바꿔서 전문의약품 광고를 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광고 금지 공문을 받았으나 시정을 하지 않았다. 또한 '탈모 약 1년치 처방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광고하는 등 의약품 오남용에 대한 문제 인식조차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플랫폼을 통해 진료한 전북의 한 의원은 이소티논을 1만 2400여 건을 처방했다. 이소티논은 낭포성·응괴성 여드름에만 급여로 처방이 가능하며, 대다수는 비급여로 처방해야 한다. 닥터나우는 이소티논을 '이소디논'으로 꼼수 홍보를 했을 뿐 아니라, "여드름약 처방만 받으면 진료비가 2만원, 다른 약도 받으면 5000원"이라고 홍보하는 등 비급여 진료에 건강보험 재정을 이용하려 했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들이 코로나로 말미암은 대면 진료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이바지 했을까? 실제 플랫폼을 통해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질환들의 상당수는 감기와 같은 경증질환·탈모·여드름·사후피임약과 같은 필수적인 진료와는 거리가 먼 질환들이다. 

국회나 중소기업벤처부 등에서는 이를 산업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정말 산업적인 효과가 있을까? 

미국의 Teladoc이라는 회사는 2021년 2월 주가가 292달러까지 올라갔으나, 2023년 5월 현재 현재는 24달러로 떨어진 상태이다. 영상통화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스마트폰 진료 서비스는 기술적으로도 전혀 혁신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기존 의료기관들이 이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이 정도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의료법·약사법 등 위반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의료취약지 등의 의료접근성 제고를 위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의료 접근성이 매우 높은 나라라서 전반적인 의료접근성 제고는 이슈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장애인이나 쇠약한 노인들, 산간이나 도서에 거주하는 주민의 경우, 비대면 진료라도 받는 것이 도움되는 분들이 존재한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업계는 초진을 포함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 달라고 한다. 

G7 국가(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중 이탈리아를 제외한 6개 국가가 초진을 허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조사로는 실제로 대부분 국가는 초진을 제한하고 있거나, 국가의 의료 시스템적인 배경이 다르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재진에 한해서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으며, 미국은 2024년 12월 31일자로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는 재진이 원칙이고, 주치의의 의뢰서가 있는 경우에만 초진할 수 있다. 영국은 주치의, 일본은 단골 의사만 초진할 수 있다. 캐나다는 초진이 허용된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국가 의료시스템에서 주치의제도를 운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주치의 제도가 없어 아무 의사에게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에서,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을 이용한 초진을 허용하는 것이 가져올 문제를 생각해봐야 한다.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위주로 하는 의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지역의 대면진료 의료기관은 점차 환자가 적어지고, 결국 폐업으로 간다. 그렇지 않아도 대도시로,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쏠림이 심해지면서, 지역에서는 환자 수가 부족해 의료인력의 유지도, 의료기관의 운영도 어려운 상황이다(▶관련 칼럼: 지방에 부족한 것은 의사보다는 환자다.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9274). 

그렇게 지역의 대면 진료 인프라가 무너지면, 정작 꼭 필요할 때 의사를 직접 만날 수가 없게 될 것이다. 평상시에 애들 콧물날 때 감기약 편하게 받다 보면, 아이가 많이 아플 때 직접 청진기를 대보고 귓속을 들여봐 줄 의사는 만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지역사회 일차의료기관에 의사를 지정해 놓고 담당의사에게 비대면 진료를 보게 하면 될 것이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원래 보던 담당 의사는 환자의 과거 병력과 상태를 의무기록을 통해 알 수 있기 때문에, 비대면 진료로도 환자의 건강문제를 어느 정도 잘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기기를 이용한 모니터링이 가능한 질환은 기록된 자료를 보고 상태를 파악하고 재처방을 해주거나, 평상시 자주 받던 소화용제·근골격약제 등은 증상 변화를 확인하며 필요에 따라 처방해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는 담당의사가 만성질환을 관리해주는 Remote patient monitoring이라는 서비스가 있고 수가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의사-환자 관계가 설정이 안 된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는 이런 진료를 할 수가 없다. 

실제 대한내과의사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막기 위해 인증된 일차의료기관과 의료진이 재진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정된 지역과 제한된 인원 안에서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필자는 정확히 같은 생각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은 지역 의료기관과 환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 돼야 하며, 대면진료와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가 필요하다.

■ 칼럼이나 기고 내용은 [의협신문]의 편집 방침과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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