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비대면 초진 "정확한 진단·소통 불가능...자·타해 위협, 자살 기도 우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비대면 진료, 국민건강 악화·의료 질 저하...시범사업 철회해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보건복지부의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반대,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일부 정신질환의 경우 비대면 진료 시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우려에서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6월 1일부터 3개월간 계도기간을 거쳐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할 계획이다. 특히 △휴일·야간 소아환자 △법정 감염병 1~4급 확진환자 △장애인과 거동불편한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는 비대면 초진을 허용하고 있어 의료계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5월 19일 성명서를 통해 "환자 생명을 다루는 만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 의료에서, 대면 진료에서도 의료행위가 완벽할 수 없는데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불완전한 비대면 진료 시행은 문제 소지가 크다"며 "의사 접근성과 의료기술 수준이 높은 한국 의료현실에서는 비대면 진료의 적합성과 필요성이 모두 떨어진다"고 밝혔다.
오진 위험성에 대해서도 "의료사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것이 큰 문제"라며 "의료인 면허취소법이 나온 마당에, 비대면 진료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의료사고에 대해 해당 의사의 면허를 어떻게 보호해 줄 것이냐"고 되물었다.
특히 "일부 정신질환자의 경우 비대면 진료 시 자·타해 위협 또는 자살기도 등이 실행될 수 있다"며 "이런 경우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책임은 플랫폼이나 보건복지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냐. 혹여 의사에게 그 책임을 고스란히 전가해 형사범으로 입건시키는 것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또 "소아 및 고령 환자를 이런 방식으로 제대로 진료할 수 있는 의사가 몇이나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화면에 병변이 제대로 보이도록 가이드해야 하고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 등이 필요한데, 완벽한 진료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짚은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는 언뜻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할 것 같지만,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는 것과 진료를 받는 것은 천지 차이인데, 처음 보는 의사에게 증상을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환자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되물었다.
"비대면 플랫폼 간 과당 경쟁으로 의료쇼핑과 약물 오남용 등 문제도 함께 불거질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코로나19 3년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종식을 앞둔 지금,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진료를 확산시키려 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이제는 대면 진료로 복귀하고 보건의료체계를 조속히 정상화시키는 노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비대면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혈세를 낭비하고, 미흡하고 불완전한 플랫폼에 의료진들이 헛수고를 강요당하는 사태를 고집한다면, 그 대가는 국민건강 악화와 의료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철회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