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딸에게 마약류 처방 이유 12개월 업무정지처분
법원 "행정제재 필요성 인정되나 마약류관리법상 처분 근거 없어 위법"
법원이 의사가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자신의 딸에게 마약류 약품을 처방한 이유로 또 다시 업무정지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 처분의 기준이 된 마약류관리법에는 제재처분에 대한 일반규정조차 없어 두 번째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업무정지처분의 기간 중 마약류 약품을 처방한 의사에 대해 이뤄진 마약류취급 업무정지처분이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는 판단이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5월 10일 마약류취급으로 업무정지 12개월 처분을 받은 의사가 제기한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에서 "해당 보건소의 업무정지처분은 위법해 처분을 취소한다"고 선고했다.
대구에서 B산부인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A의사는 2022년 3월 7일 D보건소에 사용기한이 지난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사용한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이에 D보건소는 2022년 4월 26일 A의사에 대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마약류관리법) 제38조 제2항을 위반했음을 이유로 같은 법 제4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업무정지 1개월(2022년 5월 2일부터 6월 1일까지)의 처분을 했다.
그런데 A의사는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이던 2022년 5월 28일 자신의 딸에게 마약류 약품인 콘서타OROS서방정 18㎎(20일분), 알프람정 0.25㎎(20일분)을 처방해 마약류취급 업무를 했다.
이런 사실을 인지한 D보건소는 처분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절차를 거쳐 2022년 9월 1일 A의사에게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시했음'을 이유로 마약류취급 업무정지 12개월의 처분을 했다.
D보건소는 12개월 업무정지처분서에 처분의 근거로 마약류관리법 시행규칙 제43조 [별표2] 행정처분의 기준(일반기준) 제7호만을 적시했다.
보건소의 처분에 대해 A의사는 대구지방법원에 영업정지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행정기관이 처분으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보다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이 훨씬 커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방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은 원고의 마약류취급 업무를 일정 기간 정지하는 처분으로, 원고의 재산권, 직업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침익적·제재적 행정처분에 해당하므로, 법률상 명시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면서 D보건소가 처분의 근거로 제시한 기준은 처분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봤다.
마약류관리법 제44조의 제1항에서 '허가 등의 취소와 업무정지' 처분사유에 관해 규정한 이후에, 제2항에서 '제1항에 따른 행정처분의 기준은 총리령으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별표 2] '행정처분의 기준'은 그 위임에 따른 처분기준일 뿐이라는 것.
재판부는 "D보건소는 마약류관리법 제44조 제2항이 이 사건 처분의 법률상 근거라고 주장하나, 같은 조 제1항에서 정한 처분사유에 해당함을 전제로 그에 관한 행정처분의 기준만을 총리령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규정이라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처분의 법률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마약류관리법 제44조 제1항은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 '허가 등의 취소 내지 업무정지처분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각 호의 처분사유에 이 사건 처분사유에 해당하는 '업무정지처분 기간 중 정지된 업무를 실시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른 행정법규를 보면 법률에 처분사유의 하나로 '업무정지기간 중에 업무를 한 경우'와 같이 업무정지처분 위반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일반규정으로서 '이 법 또는 이 법에 따른 명령을 위반한 경우'가 처분사유의 하나로 규정돼 있어 이를 근거로 '이 법에 따른 명령'으로 볼 수 있는 업무정지처분 위반에 대한 제재처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런데 "마약류관리법에서는 위와 같은 일반규정조차 찾을 수 없다"며 "업무정지처분 집행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업무정지처분 위반에 대한 행정제재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마약류관리법에는 입법의 미비로 그에 관한 규정이 흠결된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본 법률유보의 원칙에 따라 제재의 필요성만으로 법률상의 근거 없이 제재처분을 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처분은 법률상 근거 없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라며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에 관해 살펴볼 필요 없이 이 사건 처분은 법률유보의 원칙에 반해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