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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의학회 학술대회 의사과학자는 '밑 빠진 독'…"양성보다 유지 우선"

2023 의학회 학술대회 의사과학자는 '밑 빠진 독'…"양성보다 유지 우선"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3.06.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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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과학자 연구 환경 미흡, 이탈률 높은데 새로운 학생 유입 무의미" 지적
"기존 의대 연계가 효율적…MIT가 의대 못 만들어 하버드의대와 연계했겠느냐"
의대생 40%, 기초의학 전공 고려했으나…"경제·진로 어려움으로 포기"

ⓒ의협신문
[사진=freepik] ⓒ의협신문

의학교육자들이 의사과학자로 유치·양성할 의과대학 학생을 모으는 것보다도, 현재 이탈하는 의사과학자 인력들이 계속해서 연구를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우선이라는 데 중지를 모았다. 

임상으로 이탈하는 의사과학자들을 붙잡아 두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큰 재정을 들여 카이스트·포스텍 등에 연구중심의대를 새로 설립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6월 1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서울에서 개최된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는 '의사과학자 양성 : 무엇이 문제인가?' 를 주제로 오후 세션을 시작했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의사과학자 양성 현황' 주제발표에서 "장기적 안목에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은 전무했기에, 새로운 연구중심 의과대학 설립 필요성을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의사과학자 지원 시스템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부처별로 분절화돼 있거나 기간이 지나면 일몰되는 등 분절적·단기적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의사과학자를 확충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기존 의과대학 인프라 활용한 연구중심의대 지정사업 ▲의사과학자 지원자 교육 매칭 및 학비·연구비 등 개인지원사업 ▲공동 커리큘럼·학위 등 의대-과기특성화대 컨소시엄 사업을 제안했다.

특히 "양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배출된 의사과학자를 어떻게 계속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의사과학자들이 진료보다 연구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더라도 충분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통해 길러낸 인재가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적절한 보상과 지원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체계적인 의사과학자 양성 및 지원은 한 부처의 역량을 넘어가는 일로, 범부처적인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며 "교육부는 학제 개편과 인력 양성에, 보건복지부는 중개·임상연구 지원에, 과기부는 기초연구 지원에, 국방부는 병역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의협신문
신찬수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이 주제발표에서 의사과학자 유지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의협신문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김철홍 포항공대(포스텍) 교수(전자전기공학과)는 "포스텍에서 추구하는 의사과학자는 기존의 기초과학을 하는 의사가 아닌, '의학을 이해하는 공학자'다. 기계·전자·컴퓨터공학 등 더 넓은 진로의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홍 교수는 "의사과학자 양성이 필요하다. 포스텍이 추구하는 의사과학자상이 무모하고 기존 의대에 갖춰진 노하우가 없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는 당연하다 생각하지만, 팬데믹 이후 급성장하는 바이오헬스케어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서라도 리스크를 안고 과감히 도전해야 한다"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패널들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이민구 연세의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은 "의사과학자로서 연구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길이 막혀있다면, 의사과학자 지원이 늘더라도 지속적인 유입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아직까지도 많은 대학병원들은 진료 능력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임상이 아닌 연구를 할 때 보상이 적다. 미국의 의사과학자는 1년 중 두 달만 임상을 보고 나머지는 연구에 매진하거나, 절반가량을 임상에 쓰기도 한다"고 전했다.

포스텍과 카이스트의 연구중심의대 설립에 대해서도 "최선의 방법인지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MIT 등 미국의 뛰어난 공과대학은 모두 의과대학과의 연계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짚은 이민구 교수는 "MIT와 칼텍(Caltech), UCLA, 조지아텍 등 세계적 굴지의 공과대학들이 과연 의과대학을 신설할 역량이 없었겠느냐. 효용성과 교육 측면에서 의대 신설보다 기존 의대와 연계가 훨씬 효율적이기에 이런 방안을 택한 것"이라며 "기존 의대와 협력해서 의사과학자를 육성하는 등의 더욱 효과적이고 쉬운 길들이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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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패널들. (사진 왼쪽부터) 김철홍 포항공대 교수(전자전기공학과), 이민구 연세의대 의사과학자 양성사업단장, 심서보 대한기초의학협의회 정책개발이사,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 ⓒ의협신문

심서보 대한기초의학협의회 정책개발이사는 지난해 35개 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밝히며 "기초의학 전공자 및 의사과학자의 급여체계와 병역 문제 등 처우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설문 결과 의대생의 40%가량이 기초의학 전공을 고려해 본 바 있다고 답했으나, ▲경제적 어려움(46%) ▲좁은 진로(직장) 선택의 폭(16%) ▲좋은 연구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부족(14%) 등의 이유로 결국 택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경외과를 전공한 조동찬 SBS 의학전문기자는 "현재 있는 인력도 이탈하는데 어떻게 새로운 인력을 유치시킬 수 있겠느냐. 새로운 의과대학이 아니라 의사과학자 활성화와 효율적 운영이 첫 단추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의대생 상당수가 의사과학자 길을 택하는 것은 그들이 모두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사명감을 가진 것이 아니라, 충분한 환경이 조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이언스지 등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냈거나 교수 임용을 앞두고도 개원가로 떠나고 있는 실태"라며 "의사과학자와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 확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현 인력을 잘 붙잡을 수 있는 처우개선에 대한 고민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플로어에서도 "새로운 의과대학을 세울 재원으로 배출된 의사과학자의 지속적인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고 효율적"이라며 공감이 이어졌다. 

플로어에서 "미국에서 의사과학자 MD-PhD 통합프로그램을 지원하려 한다"고 밝힌 한 학생은 "한국 학생들이 학문에 흥미를 갖고 전공을 살려 의사과학자 과정에 지원할 동기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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