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의협회장 및 이정근·이상운 부회장 불신임 안건…모두 '부결'
'의협 비대위' 구성안 '부결'...41대 집행부 '분골쇄신' 회무 집중
대한의사협회 대의원들이 제41대 의협 집행부 회무 및 의료현안 관련 정부와의 협상에 대해 신임했다. 임기 마지막까지 불합리한 제도 개선과 선진 의료환경 조성을 조성하는 데 헌신해 달라며 힘을 실어줬다.
또 의정협상을 포함한 의료현안 해결에 전권을 부여하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도 부결, 의협 집행부를 중심으로 적극 대응해 위기를 극복하도록 주문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7월 23일 오후 3시 의협회관 지하1층 대강당에서 회장 불신임 안건, 임원(이정근 상근부회장, 이상운 보험정책부회장) 불신임 안건, 의료현안 해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임시 대의원총회에 상정했다.
이번 임시대의원총회는 김영일 대전광역시의사회장 등 의협 대의원 83명이 이필수 의협회장을 비롯한 임원진에 대한 불신임과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임시대의원총회 발의동의서를 최근 의협 대의원회에 제출하고,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7월 15일 제39차 회의에서 안건 모두를 임시대의원총회에 상정키로 해서 개최됐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 등 대의원 83명은 ▲대의원회 의결사항 위반하는 의대 정원 확대에 독단적 합의 ▲수술실 내 CCTV 설치로 논의없는 일방적 수용 ▲면허박탈법 통과 실기 ▲실손보험 청구간소화에 일부 동의 및 오대응으로 후불제 자초 ▲검체수탁검사 고시 파행 야기 ▲약배송 주장 포기로 인한 진료는 비대면, 약은 대면이라는 굴욕적·기형적 모형 동의 ▲의학정보원, 면허관리원 고의 무산으로 현안 대응 포기 및 위기 초래 ▲공적전자처방전 무대응으로 처방전 리필제 등 성분명처방 단초 제공 ▲안일하고 뒤늦은 대응으로 한방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 자초 ▲한방사 한림원 등록 및 한방 영어 명칭 무대응 등 고의 실수 의혹 ▲전문약사제도 안일한 업무처리로 인한 약사를 전문의와 동등한 지위 인정 등을 이유로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을 요청했다.
이날 임총에서 박성민 의협 대의원회 의장은 개회사를 통해 "회원이 직접 선출한 회장과 두 부회장의 불신임안이 발의된 임시대의원총회를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당사자인 의사에게 양보와 굴종을 강요하며, 불합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법과 제도로 순종하는 의사 만들기를 끊임없이 획책하고 있다. 더 많은 희생과 피땀을 요구하면서도 더 큰 책임과 무거운 굴레를 덧씌우고 있다"고 규탄했다.
또 "국민을 위한 의료정책 추진을 공통목표로 하면서,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피해를 강요해선 안 된다. 의료생태계 근간을 흔들고 의사를 적대시하는 불합리한 정책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의협도 정부에게 이런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이런 상황일수록 우리는 내부적으로 더욱 결속해 정부의 요구에 유연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오늘 자리를 통해 그간 회무에 대한 평가와 협회가 나아갈 방향성을 결정하고, 내부 단결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의협이 처한 위기 극복의 계기로 삼아, 총회 결과에 승복하고 화합해 앞으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이날 임총에서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은 대의원 83명을 대표해 3가지 안건을 상정하게 된 사유를 대의원들에게 설명했다.
김영일 회장은 먼저 회장, 부회장 2명에 대한 불신임 사유와 관련 "의협이 보건복지부와 의사인력 확충방안을 논의하면서, 대의원회 의결사항을 위반하는 의대정원 확대에 독단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2025년 입시와 관련 의대정원 확대에 합의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왔다. 의정합의사항 보도자료 취소 및 항의를 했어야 하는데, 회원들에게만 해명하고 믿어달라고만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수술실 내 CCTV 설치법과 관련해서는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하위법에서 대응하겠다고만 변명하고 있으며, 간호법에만 매몰되어 면허박탈법은 제대로 된 대응 한번 없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지적했다.
김영일 회장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은 일부 동의 및 잘못 대응했으면서 오히려 청구간소화에서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면제 등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자화자찬했다"며 "앞으로 비급여도 심사받고, 삭감당하고, 소송당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검체수탁검사 고시와 관련해서는 뒤늦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응이 늦었으며, 약배송 주장 포기로 인해 진료는 비대면, 약은 대면이라는 굴욕적·기형적 모형에 동의했다"며 회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밖에 "의학정보원, 면허관리원 고의 무산으로 현안 대응 포기 및 위기를 초래했고, 공적전자처방전 무대응으로 처방전 리필제 등 성분명처방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물론 안일하고 뒤늦은 대응으로 한방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판결 패소를 자초했다"고 불신임 사유를 설명했다.
김영일 회장은 "오늘 임총은 보건복지부, 대한약사회 등이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불신임과 비대위가 부결되면 가장 좋아할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바로 보건복지부와 약사회일 것"이라며 의협과 회원들의 미래를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부탁했다.
11가지 불신임 사유에 대해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신상발언에서 "여러 현안으로 대의원과 회원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 책임을 통감하며 집행부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필수 회장은 "정권 교체 이후 거대야당이 의회를 주도하는 복잡한 정치적 변화 속에서, 정부와 국회에 대한 현안 대응은 신중하고 전략적인 판단하에 이뤄져야 한다"면서 "정부와 현재 여야 정당의 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입장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이에 대한 대응은 하나의 강경한 반대나 투쟁의 기조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간호법 저지 과정을 돌이키며 "단호한 반대 기조를 내세우되, 그간의 획일적인 강경 투쟁, 파업 불사 등 거친 구호나 독단적 이기주의로 치부되는 사회로부터 자발적 소외보다 효과적인 방안을 찾고자 했다. 우리의 요구가 사회에 관철되기 위해 고민한 결과, 의료계 리더로서 직역들을 아우르며 최대 역량 발휘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했다"고 짚었다.
이필수 회장은 "의사들의 헌신적 역할이 국민·정치권·사회에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득하며 방안을 모색했고, 이런 노력이 사회적 신뢰를 공고히 하는 밑거름으로서 의권 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집행부 회무와 간호법 저지 모두 14만 회원분들의 현명한 판단과 믿음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고 전했다.
불신임건이 발의된 것에 대해서는 "집행부 회무와 관련해 제기된 각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의원 모두에게 보내드린 서신과 자료로 답변드린 바 있다. 진행 경과, 대응 방안, 배경 상황 등에 대한 설명이 회원들께 충분하지 못했다는 따끔한 말씀에, 오해가 없도록 더욱 각별히 노력했어야 한다는 송구스러운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며 "소통 부족에 겸허히 반성하며, 남은 임기동안 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의원회와 더욱 많은 소통을 통해 한점 오해가 없도록 회무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특히 "의료인 면허취소 확대법 또한 오는 11월 20일 시행 이전에 개정안이 발의되고, 본회의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집행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관철하도록 할 것이며,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선한 사마리안법의 조속한 통과,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문신사법, 검체검사수탁, 비급여보고, CCTV 하위법령 대응 등 각종 현안에 대해 회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모든 역량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의원들의 신뢰를 다시 한번 부탁했다.
또 임총이 열리기 전에 미리 배포한 '의료현안에 대한 의협 입장' 자료를 대의원들이 참고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의협과 보건복지부는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합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하면서 "의대정원 확대가 필요하고 적절한지 여부를 따지는 정부와의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될 것이다. 험난하고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한 문제점과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지적해 나갈 것이다. 제41대 집행부는 회원 여러분과 끊임없이 소통해 나갈 것"이라면서 "회원들의 소중한 민의를 의협의 정책방향에 오롯이 반영할 것"을 약속했다.
또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은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함으로써 의사와 환자의 신뢰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하위법령 마련과 관련해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 의료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된 하위법령이 제정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법 관련해서는 심평원으로의 중계기관 확정 취소, 중계기관 용어를 전송 대행기관으로 변경,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동수로 참여하는 관리기구 신설,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 면제 등 결과물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검체검사 위탁 고시 제정과 관련해서는 ''검체검사 위탁에 관한 기준고시 관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대의원들에게 알렸다.
이 밖에 약배송 주장 포기 관련, 의학정보원·면허관리원 설립 관련, 처방전 리필제 및 성분명처방 관련, 한의사 초음파 사용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관련, 의학한림원 한의계 인사 정회원 선출 관련, 전문약사제도 관련해서도 의협 집행부가 최선을 다해 회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의대정원 확충에 결단코 정부와 합의한 바 없다. 앞으로도 회원들과 대의원들의 뜻에 어긋나는 독단적인 판단은 있을 수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어 "만약 의대정원에 합의했다면 사랑하는 의대생 아들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어리석고 비겁한 인간이 돼 버린다"며 "오늘을 기회로 삼아 대의원과 회원 뜻에 충실하며 회원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하겠다. 진심과 의지를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또 "스스로의 부족함을 진심으로 책망하며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대의원과 회원들께 사과드린다"며 "따끔하고 질책의 말들이 아프기도 했지만 겸허한 모습으로 귀 기울이겠다. 당장 현안과 협회 회무에 매달리는 것 이상으로 의료계 단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상운 부회장은 분만수가 인상안 등 추진 중인 회무에 연속성이 필요함을 짚었다.
지난해 9월부터 '필수의료 살리기 협의체'를 통해 정책수가를 마련한 데 이어 ▲분만수가 최대 300% 인상 ▲산부인과 일반병실 50%→20% 감축을 동시에 오는 8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올릴 예정이며, 이 외에도 소아청소년과 정책수가 인상 및 병실 규제 개선 역시 논의 및 추진 중이라는 것.
이상운 부회장은 검체검사에 대해서도 "보건복지부로부터 제도 개선을 위한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칠 예정이라는 협조 공문이 왔다. 의협과 충분히 협의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한 것"이라면서 "이 모든 상황을 더욱 분발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여, 더욱 반성해 오직 회원만을 바라보며 최선을 다하는 부회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필수 의협회장 불신임 안건에 관해 무기명 기표소 투표에는 재적대의원 총 242명 중 189명이 참여했다. 투표 결과, 찬성 48표, 반대 138표, 기권 3표로 부결됐다.
임원 불신임 투표에서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찬성 69표, 반대 117표, 기권 3표로, 이상운 부회장은 찬성 60표, 반대 124표, 기권 5표로 부결됐다.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서는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의 안건 제안설명과 찬반 토론에 이어 곧바로 전자투표에 들어갔다.
김영일 회장은 "제41대 집행부의 실용주의 노선이라는 미명하에 원칙을 훼손하고 껍데기론 운운하는 회무 방식 자체가 문제"라면서 "당면한 11개 불신임 상정 어젠다를 제41대 집행부에서 해결할 수 없어 비대위 구성안건을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임총은 보건복지부에 의사들이 절대 만만하게 끌려가지 않겠다는 선언이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 구성 관련 찬반 토론에서 엄철 대의원(전라북도의사회 의장)은 "차기 회장 선거를 겨우 6개월 남짓 앞두고 갑작스러운 비대위 출범으로 인해 간호법 저지 때와는 달리 집행부와 비대위가 '투트랙'으로 보조를 맞추기 어렵다. 현 집행부가 주도하고 있는 대화 창구를 활용해 실리를 꾀해야 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동욱 대의원(경기도의사회)은 "투쟁 없는 협상은 없다"며 "면허취소법, 수탁검사문제, CCTV 설치, 의대 정원 확대 등 현안이 산적한데, 압도적인 회장 불신임건 부결에 이어 비대위마저 부결돼선 안 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찬반 토론 중 "비대위 설치 안건이 너무 포괄적"이라는 우려와 "찬반토론 이전에 비대위 범위에 대한 논의가 선결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박성민 의장은 "대의원 83인 부의로 상정된 안건이기에, 대의원회 운영위 권한을 벗어난다"고 알렸다.
의정협상을 포함한 현안 해결에 전권을 부여하는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은 무기명 전자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 40표, 반대 127표, 기권 2표로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