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질병청 간담회...코로나19 확산세 및 10월 후 대유행 우려
이필수 의협회장 "감염병 등급 하향, 방역 완화 시기 재고해야" 주문
감염병 의료수가 등 정책적 지원 및 방사선 교육기관 의협 지정 요구
최근 코로나19가 확산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방역의 고삐를 늦추기에는 시기상조임을 질병관리청에 제언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8월 3일 오전 질병관리청을 방문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점차 일상생활로 회복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국민에게 미칠 영향과 우리나라 의료현실 등을 감안해 정부의 코로나19 감염병 등급 하향 시기를 보다 적절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증가세인데도 방역 조치를 완화한다면, 국민들의 감염병 진료에 대한 위축과 코로나19 검사 기피를 초래, 방역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필수 회장은 "여름철에는 통상적으로 바이러스 활동이 저조한데, 지난 6월부터 방역이 다소 완화된 상황임을 고려하면 실제 코로나19 감염환자수는 현재 집계된 수보다 많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현재 우세종인 XBB 변이에 대한 면역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이 하향된다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개인위생이 소홀해지며 확진자 및 고위험군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8월 여름 휴가철, 9~10월 추석 연휴로 인한 이동량 증가와 맞물려 10월 후로 코로나19 환자가 추가로 늘어날 요소가 다수 있다"며 겨울에 본격적인 대유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여기에 의료기관 수가 지원 종료까지 더해져 설상가상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 봤는데 "최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등급 하향에 따른 수가 지원체계 개편은 코로나19 유행을 막아온 일선 의료기관의 감염병 진료 차질과 환자들의 소극적 진단·검사를 부추길 수 있다"면서 "원내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개인보호구 착용 등 감염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일선 의료기관들이 감염병 환자를 적극적으로 진료할 동기를 없앤 처사"라고 지적했다.
의료기관에서 감염환자 진료를 꺼리고, 이에 따라 감염환자 관리가 더욱 어려워져 의료현장에 혼란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감염병 등급 조정에 따라 코로나19 감시체계를 전수감시에서 표본감시로 전환하는 것에 대해서도 "방향성에는 동의하나, 이를 의료수가 지원과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고 말을 보탰다.
이필수 회장은 "감염병 등급이 조정되더라도 지난 6월에 하향조정된 코로나19 위기단계를 '경계'로 유지함으로써 의료대응 및 지원체계를 당분간은 유지해야 한다"며 "질병청뿐 아니라 관계부처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진단용 방사선 안전관리책임자 보수 교육에 대해서도 회원들의 참여와 편의성 증진을 위해 의협을 교육기관으로 추가 지정해 줄 것을 건의했다. 질병청은 현행 2년인 방사선 책임자 보수교육주기를 차기 년도부터 3년으로 변경하기로 의협과 협의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고자 묵묵히 업무를 수행하는 중앙방역대책본부 임직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국민의 질병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의협도 힘을 보태겠다"고 전하자, 지영미 질병청장은 "격려와 방문에 대단히 감사하다. 이번에 의협이 제안한 내용들을 충분히 검토하겠다.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한편 이날 의협-질병청 간담회에는 질병청에서 지영미 청장, 조은희 감염병정책국장,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 임을기 의료안전예방국장이, 의협에서 이필수 회장, 박진규 부회장 등이 자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