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의료계 "저수가로 병원 고용 어려워, 소송은 더욱 난관"
新 필수의료지원책 9월 나올까…고위험 분만시설에 지원 확대 검토
산부인과의사회, 산부인과학회, 보건복지부가 한자리에 모여 위기의 필수의료인 분만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고민했다.
최근 고액의 배상 판결을 받은 분만 산부인과 의사들의 소식이 연달아 전해졌는데, 이에 따라 간담회에서도 산부인과 의사들의 사법적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김재유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기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박중신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등은 8월 8일 컨퍼런스하우스달개비(서울 중구 소재)에 함께 자리했다.
분만 의료사고의 경우 의료인이 모든 의무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인 경우가 많은데다, 신생아의 남은 수명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이 높게 계산되기에 억대 배상이 예사다.
김재유 직선제 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은 "수가도 수가지만 필수의료 붕괴에 무리한 판결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 전공의도 진료 범위를 확대하고 권한을 명시하며 사법적 책임을 제해, 응급상황에서 위축되지 않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민형사상 의사의 과실에 관한 기준을 설정한다면 의사와 사법부에 모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박민수 2차관은 "의료 소송에 따른 사법적 부담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 생각된다"고 공감하며 "민사소송 시 의사 과실 여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한다. 학회에서 공조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박민수 2차관은 "의료인들이 기본적으로 의료사고배상책임보험에 가입케 하고, 민간 보험이 아닌 대한의사협회 공제조합이 투명하게 운영하면서 정부가 관리 감독하는 형태로 규모를 키우자"고 말했다.
이에 산부인과 의료계는 "책임보험은 의협 공제조합으로 가능해도 배상 금액까지 부담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국가가 배상을 일부 부담하고 나머지는 보험에서 역할을 분담해 불가항력 의료사고를 보상해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인 외국 사례를 각자 찾아볼 것도 함께 약속했다.
저수가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특히 이번에 처음 도입되는 지역균형발전수가에 대해 산부인과 의료계는 추후 효과성에 따라 응급·중증소아 진료에 확대 적용할 것을 주문했으며, '필수의료 지원대책'에서 발표한 지역별 차등화된 지역수가(분만100%)에 특별·광역시 등 대도시가 제외되자 수도권에서도 어려운 분만 현장을 토로했다.
김재연 산부인과의사회장은 "지금 같은 수가로 산부인과 의사를 고용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며 "대학병원급에 인건비만 제공된다면 현재 분만 현장에서도 가겠다는 의사가 많을 것"이라고 짚었다. 수가가 충분치 않아 도리어 대학병원에서 분만 의사를 고용할 여력이 않는 다는 것.
그러면서 특별시·광역시 예외 없이 일괄적인 인상과 분만 취약지 지원 별도 지원을 요구하자, 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수정하고 보완해 통해 9월 중 시행키로 했다.
고위험 분만에 대응할 수 있는 시설과 인력 기준을 충족한 대학병원의 집중치료실 및 고위험수술에 보상 방안도 함께 검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