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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7 13:15 (토)
대학병원 분원 설치 왜 문제인가?

대학병원 분원 설치 왜 문제인가?

  •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8.10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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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편중 가속화·환자 수도권 쏠림 심화·지방의료 공동화
의료전달체계 무력화·지역 중소병원 폐원·의료시스템 파괴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의협신문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의협신문

대학병원 9곳이 수도권에서만 11개 분원 설립 경쟁을 하고 있어 2028년까지 6600개 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대형병원 과도한 확장은 결국은 국민의 비용 부담과 불편한 접근성으로 인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저수가 건강보험이라는 제도하에서 무너진 의료전달체계로 공룡화된 대형병원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전국 각지에서 환자가 몰리고 있다. Big 5 병원이라고 불리는 곳은 하루 1만 명의 외래환자가 내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예약은 힘들고, 환자는 넘쳐나서 검사나 수술은 오래 기다려야 하고, 진료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대형병원 문턱이 낮아지니 경증·중증 가릴 것 없이 대형병원만을 선호하는 사회적 추세로 의료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이 편찮을 때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진료받도록 모시지 못하면 자식은 불효자가 되고, 효자의 노력으로 대형병원에서 진료받게 되면 동네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그동안 생명의 수호자로서 명성을 떨쳤던 지방대학병원은 이제는 진단을 내리자마자 진료의뢰서를 요구받는 처지다.

대학병원이 분원을 추진하는 것은 교육·연구·진료라는 본연의 미션이나 비전을 실천하기보다는 브랜드와 자본으로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수도권에서 여러 대학병원의 분원이 난립하면 무한경쟁을 하게 되어 환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고, 분원은 환자를 본원으로 직접 연결하는 창구가 되어 의료전달체계가 무력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에서 제 역할을 해오던 중소 의료기관의 폐원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대형병원 중심으로의 의료체계가 가속화되고, 필연적으로 국민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대학병원의 분원으로 수천 병상이 만들어진다면 의료인력 재배치가 촉발되어 큰 혼란이 우려된다. 의사나 간호사 의료기사 등의 필수 인력이 지방에서 수도권의 분원으로 대규모 이동이 이루어져 수도권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는 인력난으로 인한 파행을 겪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 또한 고스란히 환자에게 갈 것이다. 

코로나19가 극성일 때, 필자는 대학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 예정인 전치태반 산모가 코로나 감염 사실을 통보한 후 그 병원에서는 감염을 이유로 수술할 수 없다고 하여 혼란에 빠졌다는 산모의 연락을 받았다. 결국 여러 병원을 수소문 하여 동네의 분만 전문병원 원장께 위험한 수술을 부탁했다. 그 산모의 신생아도 코로나 확진이었지만 대학병원에는 입원할 수 없었다. 수도권에 대형병원이 많이 있지만, 당시에는 출산이 임박한 산모는 분만할 병원을 찾아 헬기로 이송되거나 119구급차에서 분만하여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각자의 역할을 하는 규모의 의료기관이 상생해야 한다.

대학병원의 분원 설치는 의료의 수도권 편중을 가속화하고, 환자의 수도권 쏠림은 심화가 될 것이다. 지방 의료의 공동화로 인해 접근성이 뛰어난 최고 수준의 지역의 의료 시스템은 파괴될 것이다. 지역 불균형을 넘어 지방 소멸을 걱정하는 시대에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를 수도권에만 더욱 강화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미 지방에는 의료 취약지역이 허다하다.

대학병원이 분원을 만든다면 동네 중소 의료기관에서 진료가 가능한 환자를 모두 배제하고, 응급외상센터·중증센터·심혈관센터·뇌혈관센터·분만과·소아응급센터 등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진료만 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대학병원 본연의 진료 임무일 것이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 약력

서울산부인과의원장
전 (직선제)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장
전 서울시 강서구의사회장
전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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