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유무 판단 과정에서 응급의료의 특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흉통 환자에 대한 대동맥 박리 진단이 지연되어 환자가 사지 마비 상태에 빠진 사건에 관하여 당시 해당 환자를 담당한 응급의학과 의사에 대하여 최근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되었다고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에 더하여 자살시도로 인한 추락사고가 의심되는 환자가 여러 응급의료기관을 거치다가 이송 중 사망한 사건이나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가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여 이송 중 사망한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관련 응급의료종사 의료진의 형사 책임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였다.
또한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전해질 이상으로 인한 부정맥 발생 환자에 대하여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처치를 하던 도중 환자의 혈관이 손상되어 환자가 사망한 사건 ▲일시적 의식 저하가 발생한 환자에 대하여 응급의학과 의사가 영상검사와 신경학적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음을 확인하고 경과관찰을 하였는데 후에 뇌경색 소견이 나타나서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하였다가 뇌출혈로 사망한 사건 ▲지역응급의료기관에서 성범죄 피해자에 대한 산부인과 전문 진료를 위한 타원 방문 권유가 진료거부로 오인된 사건 ▲COVID-19 확산 시국에 호흡곤란 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에서 COVID-19 선별검사 후 진료를 기다리던 중 대동맥 박리에 의한 것으로 의심되는 심정지가 발생하여 환자가 사망하는 등의 사건 등이 발생하여 수사기관에 의하여 응급의학과 의사 등 응급의료종사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등 응급의료종사 의료진이 드물지 않은 빈도로 형사법적 위험성에 직면하고 있다.
응급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진에게는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진과 비교하여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하 응급의료법)이 추가적으로 적용되는데,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를 항상 진료할 수 있도록 응급의료업무에 성실히 종사하여야 하고, 업무 중에 응급의료를 요청받거나 응급환자를 발견하면 즉시 응급의료를 하여야 하며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거나 기피하지 못하며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중단하여서는 아니 되는 등 비응급의료종사자와 비교하여 추가된 법적 의무를 부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지역응급의료기관 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에 대하여 응급의료 제공이 지연된다거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조치가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일률적으로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응급의료법에 따르면 응급의료종사자는 응급환자에 대하여 다른 환자보다 우선하여 상담, 구조 및 응급처치를 하고 진료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며, 응급환자가 2명 이상인 경우 의학적 판단에 따라 더 위급한 환자부터 응급의료를 실시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응급환자가 아닌 사람을 응급실이 아닌 의료시설에 진료를 의뢰하거나 다른 의료기관에 이송할 수 있으며, 해당 의료기관의 능력으로 응급환자에 대하여 적절한 응급의료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환자를 적절한 응급의료가 가능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도록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응급의료 제공 지연 및 이송 사유가 있을 경우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 제공 지연이나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응급의료는 급성 질환과 외상환자에 대한 평가와 처치를 통해 활력징후를 안정화시키고 최종 진료가 지연되지 않도록 하는 임상의료분야로, 제한된 시간 및 공간 속에서 불확실한 정보를 통해 진단이 이루어지는 특성이 있으므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사의 진단이나 처치 등 의료행위는 어떠한 경우보다 신속하고, 단호하여야 한다.
통상적인 의료행위와 구분되는 고유의 특성을 가진 응급의료의 경우에도 통상적인 의료행위 시에 의사들이 베풀 수 있는 신중한 주의의무를 의사에게 요구하고, 그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을 경우 응급환자에게 생긴 결과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게 한다는 것은 의사들로 하여금 소극적·방어적 의료행위만을 하도록 조장하여 결국에는 환자의 소생을 위한 적극적이고 과단성 있는 의료행위는 못하도록 만들어 환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위험성을 야기할 수 있어, 응급의료 고유의 특성을 무시한 법적 책임 전가는 환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응급환자의 경우에는 주의의무를 다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간의 지체로 인한 위험과 다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생기는 위험 사이의 이익교량을 거쳐 선택한 진단·치료의 방법·정도·시기 등이 의료수준에 미달하거나 혹은 이익교량에 의해 의학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일정 과정이 결여되어 있더라도 그것이 바로 과실로 연결되지는 않으며, 응급상황을 기준으로 보아 합리적인 의료행위의 범위 내에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이상 주의의무 위반(과실)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실제로 응급의료법에서도 응급의료종사자가 응급환자에게 발생한 생명의 위험, 심신상의 중대한 위해 또는 증상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긴급히 제공하는 응급의료로 인하여 응급환자가 사상에 이른 경우 그 응급의료행위가 불가피하였고 응급의료행위자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정상을 고려하여 형법 제268조의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고(응급의료법 제63조 제1항), 여기서 '응급의료종사자'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취득한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에서 응급환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의료인과 응급구조사를 말한다(응급의료법 제2조 제1항 제4호)고 규정하고 있어 위와 같이 응급의료를 실시하는 의사 등 의료인의 주의의무가 경감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이처럼 응급의료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법적 책임 소재는 적용되는 법규정이나 법리가 비응급의료 등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의료진의 사례와 상이하여 그 특성을 고려하여 매우 신중히 검토되어야 할 것인데, 여러 응급의료 관련 사건들의 응급의학과 의료진을 변호하는 담당변호사의 입장에서 경험한 최근 수사경향이나 행정기관의 대응, 법원의 견해 등은 그렇지 아니하여 심히 우려가 된다.
비록 응급환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최근 수사경향이나 행정기관의 대응 및 법원의 대응은 관련 당사자뿐만 아니라 응급의료분야 전체에 부정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관련 기관으로서는 응급의료 관련 사건에 관하여 사실관계와 관련 법규정 및 법리를 세심하게 확인하여, 생명수호의 일념 하나로 응급환자를 진료하며 묵묵히 응급의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응급의료종사 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이 부당하게 전가되지 않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