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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실금' 고통 공유해야…수가·사회인식 개선 절실

'변실금' 고통 공유해야…수가·사회인식 개선 절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09.0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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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가 영향 진료할수록 손해 보는 현실…기본적 치료도 어려워
초고령사회 대비 제도 변화 모색…환자 전용 공공화장실 설치 시급
대장항문학회, 9월 한 달 전국 병원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진행

대한대장암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9월 1일 '202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실금의 열악한 치료 및 관리 환경 진단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대한대장암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9월 1일 '202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실금의 열악한 치료 및 관리 환경 진단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극심한 삶의 질 저하를 부르는 변실금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변실금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 10년만에 두 배 이상 늘었다(2012년 6266명→2022년 1만 5434명). 게다가 질환 특성상 노인 인구의 증가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변실금 진단 및 치료에 적용되는 수가 개선도 시급하다. 미국·일본 등에 비해 25% 수준이다보니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현재 기준대로라면 기본적인 치료조차 이뤄지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인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변실금은 증상의 경중에 상관없이 삶의 질 저하를 체감하고, 대인기피,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변실금 및 장루 환자를 위한 공공화장실 개설의 절박함도 전해졌다. 

대한대장암학회와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9월 1일 '2023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 정책 심포지엄'을 열고, 고령화 시대에 따른 변실금의 열악한 치료 및 관리 환경 진단과 함께 사회적 인식 개선 방안을 모색했다.

강성범 대한대장항문학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만큼, 노인들이 겪는 의학적 문제에 관심을 갖고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타인에게 알리기를 꺼려하는 변실금 같은 질환에 대해서도 인식을 바꾸고 정확히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사회적으로 변실금 자체에 대한 이해가 낮을뿐만 아니라 증상이 나타나도 오랫동안 병원을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환자 대상 설문에서 '변실금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35%가 "모른다"고 답했고, 42.6%가 "증상이 생기고 1년이 지난 후 병원을 처음 방문했다"고 답했다. 증상 발현 후 한 달 이내에 병원을 찾은 사람은 13.9%에 그쳤다.
  
삶의 질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설문에서도 환자들은 ▲외출이 어렵다 ▲냄새가 난다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기저귀 착용으로 자존감이 낮아진다 ▲성생활에 방해가 된다 등을 호소했다. 

변실금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는 수가 개선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변실금은 직장경 검사, 항문 직장 내압 검사, 근전도 검사 등으로 진단하며 바이오피드백, 항문 괄약근 성형술, 천수 신경 조절술, 장루 조성술 등으로 치료한다. 그러나 이런 검사 및 치료에서 '낮은 수가'가 장애물이 된다. 

우리나라의 변실금 진료 수가는 미국과 일본의  25% 수준이다. 환자에게 기본적인 치료조차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김태형 연세의대 교수(용인세브란스병원 외과)는 "진료할수록 손해 보는 수가 체계에서 변실금 환자 진료에 대한 외과의사 개인의 열정에만 기대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며 "초고령 사회에서의 필수의료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한 변실금 진료에 대한 정책수가가산 등의 실제적인 수가 개선책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변실금 및 장루 환자를 위한 화장실 개설 필요성도 제기했다. 변실금 환자들이 일반 화장실에서 용변과 뒤처리를 하기에는 불편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변실금 환자 및 장루 환자들은 화장실에 장루용 변기나 세척 시설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 외출 시 이용하는 공공 화장실에 이런 시설이 설계돼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 

최근 장루 환자들을 위한 화장실을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마저도 대형병원 몇 곳에 국한돼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 장루 전용 화장실을 설치했으며, 공공시설로는 수서역의 다목적 화장실과 대구의 청라언덕역 화장실 단 두 곳에만 설치돼 있다. 장애 복지 시설에서도 경기도 남부 장애인 복지 종합지원센터 1층에 장루 전용 세척 시설이 설치돼 있을 뿐이다.

일본의 경우 2000년에 'Barrier-Free Transportation' 법을 제정해 2000㎡ 이상 공공건물과 50㎡ 이상의 공중화장실의 신축, 증축 및 용도변경 시 장루용 변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장애·연령·성별·언어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용자가 시설물과 서비스를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이용 환경을 만든다는 취지다. 대만도 대부분의 대형병원과 타이페이 중앙역 등에 장루용 변기가 설치돼 있다.

김정하 병원상처장루실금간호사회장은 "변실금 환자가 증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대인 기피, 우울 등 정신과적 질환을 겪을 수 있는 만큼 빠른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봉규 한국장루장애인협회 이사장도 "세계적으로 누구든지 공공시설의 화장실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사회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이런 변화를 적극 수용해, 변실금·장루 환자들이 마음 놓고 외출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9월 한 달 동안 '<2023 골드리본캠페인' 일환으로 전국 병원에서 대국민 공개 건강강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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