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간농양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만 시도하고 외과적 배액술은 시도하지 않다가 사망에 이른 사안에서, 대법원은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일부 인정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했다. 1심에서는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으나, 2심에서는 병원이 일부 책임을 부담하도록 했다.
사실관계는 이렇다. 환자는 발열, 오한, 근육통 등을 이유로 2016년 12월 2일 새벽 응급실로 내원했다. 의료진은 다발성 간농양으로 진단했다. 당시 혈액검사 수치 등에 따르면 패혈증으로 의심되는 전신염증반응이 있었던 상태였다.
의료진은 간 우엽부위에 경피적 배액술을 시행했다. 세프트리악손 항생제 투여도 시작했다. 2016년 12월 5일 경 배양검사를 통해 폐렴간균을 원인균으로 확인했다. 경피적 배액술에도 불구하고 배농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6년 12월 6일 영상의학과 협진에서는 농양이 작은 격벽들로 이루어져서 배농량이 적을 수 있어 추적 관찰하라고 답변했다. 2016년 12월 9일 CT 촬영결과 간농양이 2016년 12월 2일 경보다 약간 커졌고, 오른쪽 폐에 흉수가 많이 찬 상태였다.
2016년 12월 12일 혈액검사 결과 파종성 혈관내응고증이 확인되었고 간효소 수치도 상승했으며 염증반응수치도 여전히 높았다. 2016년 12월 14일까지 경피적 배액술에 의한 배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2016년 12월 14일 의료진은 영상의학과 협진으로 간 우엽 농양에 경피적 배액술을 재시도했으나 실패했다.
2016년 12월 14일 환자와 보호자가 전원을 요청하여 대학병원으로 같은 날 전원했으나 활력징후가 급격히 악화되어 환자는 다음날 간농양으로 인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다. 망인의 유족은 병원에 총액 3억 4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심과 2심은 경피적 배액술 시행상의 과실, 항생제 선택 과실, 패혈증 치료를 소홀히한 과실, 전원 조치상 과실에 대해서는 견해가 같았다. 이 부분은 모두 원고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판단을 달리한 부분은, 외과적 배액술을 고려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였다. 1심과 달리, 2심은 간 우엽 농양에 대해서만 시행한 경피적 배액술에도 불구하고 배액량이 부족했고, 재차 시도에도 좌엽 농양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다면, 상급병원 정도 치료를 할 수 있었던 피고 병원에서는 2016년 12월 12일 경까지는 외과적 배액술을 적극 고려해 봤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는 1심 감정의와 2심 감정의의 의견도 달랐는데, 1심 감정의는 환자의 간농양이 격벽으로 나뉘어 있고 액화되지 않아 수술이 어려웠다는 취지인 반면, 2심 감정의는 CT 검사 결과 공동소견이 확인되어 외과적 배액술이 가능한 경우이고 보다 효과적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2심은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되, 재산상 손해는 20%로 책임을 제한했다.
이후 대법원은 과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2심을 파기 환송한다. 최선을 다할 주의의무는 당시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이때 의료행위의 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과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진단에 과실이 없는 이상, 환자 상황 기타 사정을 고려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에 따라 어떠한 조치를 선택하는지는 의사의 재량 범위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안에서 의료진이 경피적 배액술을 계속 유지한 것이 최선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거나,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난 과실 정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만일 외과적 배액술을 하지 않은 것을 과실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 당시 외과적 배액술이 실시 가능했는지, 수술기법이나 방법, 수반되는 위험성, 외과적 배액술을 받았더라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감정한 뒤에, 외과적 배액술이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선택할만한 정도'였는지를 살펴보았어야 한다고 했다.
위 판결의 시사점은, '진단 과실이 없다면, 그 이후 의사가 지식과 경험에 따라 선택한 조치가 합리성이 없지 않는 한', 즉, 규범적으로 '통상의 의사'라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은 정도가 아닌 바에야 특정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섣불리 법적 과실로 평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