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일 노인의날...의협 '노인정액제' 올인하는 이유?①

10월2일 노인의날...의협 '노인정액제' 올인하는 이유?①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3.10.0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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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날 특집 ①]초고령화 시대, 노인 의료 복지 이것부터
의협,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 총력 추진...여야 정치권도 '관심'
어려운 분들부터 더 촘촘하고 두텁게, 윤 정부 복지기조 '부합'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한 의료기관을 방문해, 노인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협은 초고령화시대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현장 혼란 완화를 위해,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한 의료기관을 방문해, 노인환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의협은 초고령화시대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과 의료현장 혼란 완화를 위해,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가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초고령화시대, 노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의료비 부담 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가장 어려운 사람들부터, 더욱 촘촘하고 두텁게 보호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 기조와도 결을 같이 한다.

노인정액제 개선 움직임에는 대한노인회도 힘을 보태고 있다. 의료공급자인 의료계와 정책 수혜자인 노인들이 손을 맞잡은, 꽤나 의미있는 행보다.

"100원 차이로 본인부담 두배" 의사도, 환자도 '당혹' 

의협은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 

2018년 한 차례 제도 개선 이후, 각 구간별 상한선을 기점으로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몇 배씩 뛰어오르는 '계단 현상'이 재현되면서, 현장에 혼란이 벌어지고 있던 터다.

현행 노인정액제는 총 진료비 1만 5000원 이하 땐 1500원 정액 ▲1만 5000원 초과~2만원 이하 본인부담 10% ▲2만원 이상~2만 5000원 본인부담 20% ▲2만 5000원 초과 본인부담 30%를 정률도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월 기자회견을 열어, 노인외래정액제 개선 필요성을 본격적으로 공론화했다.[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문제는 정률 구간별 편차가 크다보니, 소액의 진료비 격차로도 환자 본인부담금 차이가 몇 배씩 벌어진다는 것.

일례로 총 2만원일 때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2000원(10% 정률)이나, 진료비가 2만 100원으로 100원 더 늘어나도 20% 구간에 접어들어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4000원으로 배가 된다.

마찬가지로 총 진료비가 2만 5000원인 때는 환자 부담금이 5000원(20% 정률)이지만, 진료비가 2만 5100원으로 100원 더 늘면 30% 구간에 접어들어 환자의 본인부담은 7500원으로 1.5배가 뛴다.

현장은 혼란스럽다. 단돈 100원 차이로 본인부담이 배로 뛰는 상황을 환자도, 이를 설명해야 하는 의사도 납득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노인외래정액제 한계, 경제적 부담↑ "노인 복지 증진 취지 무색" 

이는 또한 노인 환자의 의료비 부담, 경제적 지출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고, 그로 인해 의료기관 출입이 잦은 노인 환자들에게 외래 진료비는 적잖은 부담이다.

실제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노인의 84%가 1개 이상의 만성질병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만성질병을 2개 이상 가지고 있는 복합이환자는 전체의 54.9%, 만성질병이 3개 이상인 노인도 27.8%나 됐다.

실태조사 당시 3개월 이상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고 있는 노인은 전체의 82.1%였으며, 최근 1개월 내 의료기관을 이용한 경험이 있는 노인도 70.6%로 많았다.

특히나 주목할 것은 아픈데도 의료기관에 가지 못하는 '미치료' 노인환자다.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의 2.5%가 미치료 경험이 있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로 가장 많은 숫자가 경제적 어려움(41.8%)을 꼽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노인외래정액제는 본래 노인 복지 증진을 위해 도입된 일종의 의료비 감면제도"라며 "지금의 정액제는 복지 제도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협 "2만원∼2만 5000원 구간, 노인 수납금 인하" 요구 

의협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인외래정액제도를 주제로 진행한 의사 회원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현장 의사 10명 9명(91.6%)가 현장 혼란 해소 및 노인 의료접근성 향상을 위해 현행 노인외래정액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선안도 내놨다.

여러 구간 가운데 특히 환자가 몰려있는 '2만원∼2만 5000원' 이하 구간을 우선 손질해, 해당 구간 환자 본인부담을 현행 20%에서 15%로 낮추거나(1안), 기본 2000원을 정액 지불하되 여기에 2000원 초과분의 30%를 합산해 받는 것(2안)으로 조정하자고 했다.

조정호 의협 보험이사는 "설문조사 결과, 대부분의 의료기관이 노인외래정액제도로 인한 불편을 경험하고 개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기관 뿐만 아니라 노인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계속해서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필수 의협회장은 "노인들이 의료비 부담을 이유로 치료를 미루는 일이 발생해 건강권을 침해받는 일이 벌어져서는 절대로 안된다"며 "20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노인외래정액제도 개선에 사용하는 등 적극적인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인회'와 맞손 판 키운 의협...여야 정치권도 '관심'

8월 국회에서 열린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위한 <span class='searchWord'>정책토론회</span>.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 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8월 국회에서 열린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 신동근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위원회 국민의 힘 간사인 강기윤 의원.[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의협은 관련 단체와의 연대로 전선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필수 회장은 지난 8월 김호일 대한노인회장과 만나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이 노인 의료비 부담완화, 노인 의료 접근성 향상의 기틀이 될 것이라는데 공감대를 나누고, 제도 개선을 위해 힘을 모아나가기로 했다.

의료계의 대표와 노인 대표단체가 손을 맞잡은 의미있는 행보로, 두 단체의 만남에 여야 정치권도 큰 관심을 보였다.

실제 의협과의 만남 직후 의협 후원, 대한노인회 주관으로 관련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는데 신동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여야 간사인 고영인·강기윤 의원이 직접 행사 주최자로 참여해 제도 개선 논의에 힘을 실었다.

국회 내부에서 제도개선 목소리를 이끌어 낸 점도 성과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원시연 국회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수가 인상 등 변화된 진료환경으로 인해 진료비가 기준 금액을 넘어서는 경우가 빈번해지다보니, 외래정액제라는 단어를 쓰기가 무색한 상황이 됐다"며 "정부 차원에서 시급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산업화를 이끈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적 돌봄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해달라"고 주문했다.

이필수 회장은 "의료현장의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초고령사회 노인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 완화와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해 노인외래정액제 개선은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며 "앞으로도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기울여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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