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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형사 처벌' 해결하려면 법학계 교류 넓히고, 인식 개선해야

의사 '형사 처벌' 해결하려면 법학계 교류 넓히고, 인식 개선해야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23.10.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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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감정 전문성 향상 감정의 교육·복수 감정 필요…독립적 '통합 의료감정원' 제안
외과의사회·외과학회, 14일 법률 심포지엄…'의사 형사처벌' 문제 해결 방안 집중 모색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외과학회는 10월 14일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의사의 형사 처벌, 어떤 문제가 있나?'를 주제로 법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의협신문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외과학회는 10월 14일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의사의 형사 처벌, 어떤 문제가 있나?'를 주제로 법률 심포지엄을 열었다. ⓒ의협신문

필수의료 기피의 한 원인으로 손꼽힌 의료사고 시 의료진 형사처벌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학계·법조계와의 교류를 확대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단기적으로 의료감정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정 강화와 복수 감정제를 도입하고, 장기적으로 독립적인 통합 의료감정원 설립을 통해 객관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도출됐다.

대한외과의사회와 대한외과학회는 14일 서울시의사회관 강당에서 '의사의 형사 처벌, 어떤 문제가 있나?' 주제 법률 심포지엄을 열어 필수의료 기피와 방어진료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이사장·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 등이 참석, 필수의료 기피의 한 원인인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과 치솟는 손해배상 소송 가액 문제 해결 방안에 관해 관심을 보였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영상으로 격려사를 전했다.

심포지엄에서 대한외과학회 의료심사위원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는 이선일 고려의대 교수(고대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장폐색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형사처벌, 사건 심층분석' 주제 발제를 통해 "판사는 의학전문가가 아니기에 의사의 의료감정서에 따라 판결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면서 "잘못된 감정서는 억울한 의료과실과 형사책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정의사는 상급종합병원 전문의 수준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사 수준에서 주의의무에 충실했는지 판단하면서 감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이선일 교수는  "감정서에 '아쉽다·돌이켜보면·완전히·매우·할 수 있다 등' 감정(感情)이 섞인 단어나 불필요한 군더더기 말을 피하고, 감정질의서에서 반복 질문이나 감정인의 실수를 유도하는 질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면서 "악 결과가 있기 때문에 처치가 잘못됐다는 인과관계 오류를 피하고, 악 결과가 일어난 과정을 객관적으로 감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일 교수는 "의료감정은 법률적인 내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감정의를 대상으로 충분한 교육과 함께 복수 감정제 도입을 통해 오류를 줄여야 한다"면서 감정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의협의 역할 강화에 무게를 실었다.

(왼쪽부터) 법률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과  주제 발제를 맡은 이선일 대한외과학회 의료심사위원회 간사, 김해영 변호사(법무법인 우면),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 ⓒ의협신문
(왼쪽부터) 법률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과 주제 발제를 맡은 이선일 대한외과학회 의료심사위원회 간사, 김해영 변호사(법무법인 우면),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 ⓒ의협신문

6년 동안 의협 법제이사를 역임한 김해영 변호사(법무법인 우면)는 '판결에 나타난 형사법적 관점과 제도적 대안'을 통해 "우리나라 헌법과 형법은 의학적 기준에 대해 법관이 규범적으로 판단하고, 증거의 증명력은 법관의 자유판단에 의한다는 기본 원칙과 구조 속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과 설명의무 입법화 등이 시행되면서 의료과실 시 책임과 처벌이 당연하고,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왜냐면 법조계가 의료의 특수성에 관해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법조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먼저 대화와 교류에 나서야 한다"고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한 김해영 변호사는 "의대 교수가 법학전문대학원 학생 강의부터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내과 전문의 출신인 이동필 변호사(법무법인 의성)는 '법조인이 바라 본 의료감정의 문제'를 통해 "민사에서 손해배상의 기본 개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이기에 과실과 인과관계를 추정해 주는 경향이 있지만 개인을 구속하고 처벌하는 형사에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하는 것으로 이념이 완전히 다르다"면서 "민사와 형사의 개념을 구별하지 못한 채 혼동해서 함부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동필 변호사는 "우리나라는 전문적인 의료감정 교육제도가 없다보니 감정의사가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감정서를 작성한다던가, 당사자가 질문하지 않은 내용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거나 느낀 내용을 기재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대단히 잘못된 치료'·'매우 주의가 요구됨' 등과 같은 감정적이고 단정적인 표현으로 해당 의료진을 법정 구속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면서 의료감정서의 무게를 설명했다.

패널토의에 참여한 오상윤 원장(예진산부인과 대한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두 건의 10억원대 민사 소송 사건을 소개하며 "의료 전문가가 아닌 변호사·검사·판사 등은 의료에 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준비서면 단계부터 객관적인 근거와 자료를 준비해 이해시켜야 한다"면서 "의협이나 관련 단체에서 신뢰할 수 있는 의료자문과 감정에 관해 지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는 "영미법계에서는 의료사고가 났을 때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해 고의범이 아닌이상 과실범은 중과실이 아닌 이상 형사 처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법고시를 준비하거나 사법연수원은 물론 법조계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대륙법계 역시 중과실이 아닌 이상 경찰 단계에서 대부분 혐의 없음으로 벌금형 처벌을 하는 정도"라면서 "우리 사회가 이제 의사를 어떻게 보호해야 되는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민사 손해배상액이 치솟고 있는 상황과 관련해서도 "우리나라는 수가를 정부에서 정하기 때문에 배상액이 높아지면 현장에 있는 의사들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일을 안하는 것밖에 없다. 사회·정부·국회·법조계가 의사는 무한한 자원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을 바꾸기 위해서는 의료계가 연구자료도 많이 만들고, 더 의사소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은 "민사·형사 등 법률 감정뿐 아니라 연간 10만 건이 넘는 보험회사 자문을 놓고 공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공정성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중립적인 전문가단체에서 감정과 자문 의사를 교육하고,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것이 불신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좌장을 맡은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필수의료는 적정한 시기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분야"라면서 "지나친 형사처벌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앞으로 어떤 것들을 개선해야 필수의료가 살고, 대한민국 의료가 살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심포지엄을 마무리했다.

법률 심포지엄에서 패널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오상윤 대한<span class='searchWord'>분만병원</span>협회 사무총장. ⓒ의협신문
법률 심포지엄에서 패널토론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장, 박형욱 단국의대 교수, 오상윤 대한분만병원협회 사무총장. ⓒ의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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