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회 "고액 배상은 반영 안 하나?"…직산회 "형사책임 면책 물살, 향후 기대"
"월 42만원으로 소청과 살린다고?"…"소청과 의료기관·전문의 가산 고무적"
정부가 확정한 수가 인상안에 당사자인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의 내부 의견이 엇갈렸다.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산부인과 분만 수가 개선에 연 2600억원, 소아진료 정책가산 신설에 연 300억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추가 투입키로 결정했다.
산부인과에는 ▲지역수가 55만원 ▲산과 전문의 상근 및 분만실 보유 시 분만 건당 55만원 안전정책수가 ▲고위험분만 가산수가 현 30%에서 200%까지 인상 ▲고위험분만마취 정액수가 11만원 신설 ▲응급분만수가 55만원 신설 등을 의결했다.
의원급에서 자연분만 수가는 최대 140%(79→189만원+α), 제왕절개 수가는 60%(185→295만원+α)까지 추가 가산됐으나, 최근 분만 의사에게 고액 배상판결이 잇따른 만큼 떠난 분만 의사들을 불러오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발표 당일 "실망을 금치 못한다.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지원만 해 주는 것"이라며 "이번 지원대책으로 분만 기관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분만 산부인과 의사에게 12억 배상 판결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위험도 상대 가치를 반영해야 분만 수가가 현실화된다는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2월 분만 수가정책 개선안으로 △취약지역수가 100% 가산 △의료사고 보상 수가 포함한 인적·안전정책수가 100% 가산을 요구한 바 있다.
반면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직산회)는 "늦은 감이 있지만 분만수가 개선은 소기의 결실로, 붕괴된 분만 인프라에 두 번째 인공호흡기"라며 "추후 현실적 수가 인상에 앞선 정부의 분만 인프라 회복 노력"이라고 환영했다.
지난 5월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정부가 100% 보상하는 법안이 통과된 후, 최근 의료인의 과도한 형사책임을 덜어주기 위한 의정협의체 구성과 법안 발의까지 흐름으로 보아 추후를 기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직산회는 "낮은 분만 수가에 비해 불합리하게 과도한 고액 배상 판결을 고려해 보상금 상한 3000만원을 대폭 상향하고, 조속히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며 "또 복지부가 민형사상 의료분쟁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해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를 줄여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소청과에는 건보재정 연 300억원씩을 투입해 ▲소아청소년과를 표방하는 의료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소아 환자를 ▲초진할 시 정책가산금을 지원한다. 6세 미만 환자는 3500원, 1세 미만 환자에는 7000원을 가산한다.
국내 소청과 전문의가 6000명에게 연 300억원이 주어진다면 인당 한 달에 41만 7000원을 받는 꼴이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소아필수의료 지원대책은 '생색내기'"라며 "과연 이 예산으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 문제 해결을 비롯해 붕괴된 소아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내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올해보다 더 떨어지고, 전문의들의 탈소청과는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아의료붕괴는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정책 당국자들은 이같은 현실을 직시해 소아의료 대란을 사전에 막는 데 노력을 더욱 경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수가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정부의 의지에 의의를 두는 목소리도 있었다.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서울 성북구·우리아이들병원)은 개인의견을 전제로 "소아청소년과 의료기관·전문의에 가산을 준다는 것이 규모는 차치해 두더라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영호 회장은 "첫술에 배부르랴. 다만 올해 소청과 전공의 지원 현황에 따라 더욱 개선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소청과 전공의 3~4년차가 모두 나가는 2025년 2월이 의료공백의 피크가 될 것이다.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해 계속해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산부인과와 소청과 모두 의견이 엇갈리는 듯하다.
그러나 정부의 현 대책으로는 부족하며, 열악한 필수의료 인프라와 전공의 지원 모집이 목전임을 고려해 더욱 개선된 지원책을 주문한다는 점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의료계의 반응에 향후 정부가 어떻게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