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미플루 부작용 투신 사고 손해액 7억원 적정했나?

페라미플루 부작용 투신 사고 손해액 7억원 적정했나?

  •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1.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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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현두륜 변호사(법무법인 세승)

며칠 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독감 주사제를 맞은 후 아파트 7층에서 추락한 학생이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병원에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다.

사건은 2018년 12월에 발생하였다. 당시 중학생이던 원고는 고열과 근육통 등 독감 증세로 피고병원 응급실에 내원하였고, 검사 결과 A형 독감으로 확인되자, 피고병원 의사는 독감 치료제인 페라미플루를 정맥주사로 투여하였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자 피고병원 의사는 원고를 귀가시켰는데, 귀가 당시 원고나 그 보호자에게 페라미플루 주사제의 부작용에 관해서 설명하지 않았다. 그 다음 날 원고는 환각 상태에서 자신이 살던 아파트 7층에서 뛰어내려 하반신 마비 등의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그 당시 페라미플루 의약품설명서에는 '이상반응' 중의 하나로 '정신, 신경증상(의식장애, 이상 행동, 섬망, 환각, 망상 등)'이, '일반적 주의'으로 '유사약물의 경우 인과관계가 불명확하지만 투약 후에 이상행동 등의 정신신경증세를 발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며 '자택에서 요양을 할 경우에는 적어도 2일 간은 소아청소년이 혼자가 되지 않도록 환자, 가족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각 기재되어 있었다.

이러한 주의사항은 그 이전에 일본에서 타미플루 복용 이후 추락한 사례가 몇 건 보고되면서, 그와 유사한 성분을 가진 페라미플루 설명서에도 기재된 것이다.

한편, 당시 의학계에는 타미플루와 이상행동 발생 사이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았고, 이상행동 등은 독감 인플루엔자 감염증으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페라미플루는 타미플루보다 늦게 출시되었고, 타미플루에 비해 부작용이 적은 편이어서 당시 의료기관에서 독감 치료제로 많이 처방되고 있었다.

그러나, 본 건 추락사고 발생 이후 페라미플루 의약품설명서의 '일반적 주의'에 있던 위 내용이 가장 높은 단계인 '경고' 항목으로 이동하였다.

위 소송에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의약품설명서의 기재 내용 등을 근거로 피고병원 의료진에게 원고가 귀가할 당시 의약품의 부작용 발생 가능성과 요양방법 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아니한 과실을 인정하였다.

다만 법원은 페라미플루 투여 자체는 적절하였고, 페라미플루 부작용으로 인하여 이상행동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는 이 사건 추락사고를 예견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이유로, 피고병원에 40%의 책임만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고의 나이가 어리고 하반신 마비라는 중상해를 입은 데다가 4년간의 지연이자까지 가산되면서, 전체 배상액은 7억원이 넘게 나왔다.

위 법원 판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의료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7억원이 넘는 돈을 배상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의견이 많다.

반면, 환자 측에서는 손해의 60%을 부담해야 하므로, 여전히 억울함이 남아 있을 수 있다. 법리적으로는 페라미플루와 이상행동 발생 사이의 의학적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의약품설명서 상의 일반적 주의사항만을 근거로 의사에게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주의의무 위반은 진료행위 당시 임상의학 수준을 기준으로 하는데, 의약품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모든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일일이 지도하고 설명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임상의료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

하지만, 피고병원은 항소를 포기하고 판결금을 전부 지급하기로 결정하였다. 억울한 점도 있지만, 환자와 사회에 대한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평소의 신념을 지키기 위한 어려운 결정이었다. 그러면서 늦게라도 환자와 그 보호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이러한 병원의 뜻은 충분히 존경할 만하지만, 과연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를 온전히 병원과 환자 측에게만 전가시키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의약품 판매로 인하여 정작 이득을 얻는 쪽은 제약회사이기 때문이다. 의사나 병원은 의약품 처방이나 투여로 인하여 이득을 얻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의약품 부작용에 대한 피해나 위험 역시 제약회사 측이 부담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를 위해서 약사법은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사업'이라는 제도를 두고 있고, 이 제도는 2014년 12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본 건은 위 피해구제사업의 지원대상에 포함되기 어렵다. 약사법은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피해가 의료사고로 인한 경우에는 피해구제급여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약사법 제86조의3 제2항 제4호).

그에 따라 제약회사는 의약품설명서에 부작용이나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기재하면 할수록 책임에서 멀어지고, 반면 의료인의 책임은 가중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사업의 취지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의약품 처방이나 투여에 있어서 의료인의 과실이나 설명의무 위반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번 판결에 따라 의사들이 의약품설명서에 기재되어 있는 모든 부작용과 주의사항을 일일이 지도하고 설명한 이후에 약을 처방하고 투여하도록 한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과연 누구에게 돌아갈까.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사업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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