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적으면 사회 관계망·우울감 개선 효과 낮아…생활 여건 개선해야
김영호 교수(보라매병원)·한상윤 전임의(서울대병원) [The Laryngoscope] 발표
청력 저하 환자의 경제적 상태가 어려운 경우에는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사회 관계망과 우울감을 개선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치료 중단 시 청력 상실로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만큼 사회·경제·심리 지원 등 포괄적인 지원 방안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학교병원운영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이비인후과 김영호 교수팀(한상윤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전임의)은 보청기 사용 후 환자의 사회적·정신적 상태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 연구결과(Effects of Economic Status on Changes in Social Networks and Mental Health after Using Hearing Aids)를 미국이비인후과학회가 발행하는 SCIE 국제학술지 [The Laryngoscope] 최근호에 발표했다.
청각 장애는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사회적·정신적으로 다양한 장애를 초래한다. 우울감에 빠지거나 상태가 심각하면 사회적 관계 단절을 초래한다. 소득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 교수팀은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보라매병원에 내원한 중증 청력 상실 환자 가운데 보청기를 착용한 33명을 6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경제적 상태를 기준으로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분류했다. 노인 우울증 척도와 사회관계망 척도를 측정해 사회·경제적 상태가 보청기 순응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연구 결과, 보청기 착용 전 사회관계망 척도 점수에서는 두 그룹 간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보청기 착용 후에는 경제적 상태가 양호한 상위 그룹에서만 사회관계망 척도 점수에서 유의미한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울감 증상도 경제적 상위 그룹 환자가 하위 그룹에 비해 유의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와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두 그룹 간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김 교수팀은 청각 장애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태가 사회관계망 척도와 우울감 개선 효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만큼 보청기 대여 서비스를 활성화하고, 생활 여건 개선을 비롯해 사회심리적 지원 등 포괄적이고 다방향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영호 교수는 "환자의 사회심리적·경제적 상태 등을 고려해 보청기를 지속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권장하는 것이 좋다"면서 "사회·경제적 상태가 열악한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면 그만큼 청력 상실 위험성이 커져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경제적으로도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악순환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상윤 전임의는 "이번 연구는 보청기 착용자 중에서도 사회적 네트워킹이 활발하지 않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점을 발견한 것에서 출발했다"면서 "향후 보청기 착용의 이점과 환자의 사회·경제적 상태에 따른 보청기 만족도 변화를 더 명확히 규명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를 진행해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