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상생·동반성장 이끌고 중증질환 책임기관 역할 다할 것
심장혈관·뇌신경·응급 질환 등 지역 완결형 의료체계 구현에 최선
인터뷰 - 배시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장(소화기내과)
"필수의료를 포함하는 응급의료체계 구축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입니다.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의 영성 실천도 주요 사명입니다. 치유자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체현해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보살피겠습니다. 김수환추기경기념장기이식병원, 심장혈관병원, 뇌신경센터 등의 새로운 도약을 도모하고 중증응급환자 책임기관으로서 최종 병원의 역할을 맡겠습니다."
배시현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장(소화기내과)은 23일 취임 간담회를 열고 중증질환 최종병원으로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를 갖추며, 필수의료질환에 대해 선제적으로 탄탄한 진료체계를 만들고, 지역사회 속에서 상생과 동반성장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배시현 병원장, 황정기 김수환추기경기념 장기이식병원장(외과), 장성원 심장혈관병원장(순환기내과), 박준욱 홍보실장(이비인후과) 등이 함께 했다.
병원이 위치한 지역은 고령인구도 많고 소아인구도 많다. 은평성모병원이 필수의료질환 대응에 주력하는 이유다.
"현장에서 가장 힘든 것은 필수의료체계 붕괴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 응급진료가 가능한 병원이 전국에 6곳뿐인데 우리가 하고 있다. 우선은 필수의료체계 되살리기가 첫번째 과제다. 소아응급도 있지만, 중증응급질환,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진료가 24시간 가능한 필수의료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필수의료를 포함하는 응급의료체계, 이게 바탕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
지난 2019년 개원한 병원은 5년째를 맞으면서 지역사회에 연착륙했다는 평가다. 이젠 더 큰 진전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개원 초기부터 장기이식과 심장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중증 및 응급질환을 집중 육성하면서 노년 인구가 많은 지역 특성에 맞춘 안질환, 근골격계질환, 소화기질환, 내분비질환 등에 특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각종 평가 지표에서도 전국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환자에게 인정받는 병원으로 발돋움하면서 모든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제 우리의 시간을 앞으로 돌려 10년 앞 미래를 준비할 때다."
구체적인 지향점도 마련됐다. '필수의료체계 강화', '수도권 서북부 완결형 의료체계 구축'.
"완결형 의료체계는 지역이나 권역 내에서 발생하는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를 책임지고, 전문 치료 역량을 강화해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중증진료 기능을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응급의료와 소아청소년 진료 등 필수의료 붕괴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임 직후부터 필수의료 정상화를 위한 대책 마련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안정된 필수의료체계 확보가 가장 먼저다. 지역 내 필수의료체계 정상화를 통해 중증·응급질환 환자들의 유입을 늘리고, 기존 중점 육성분야 활성화와 연계해 완결형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겠다."
심장혈관병원, 뇌신경센터 등에서는 생명선인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안에 대한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심장혈관병원과 뇌신경센터는 119 구급대와 함께 신속이송 프로세스를 구축해 응급의료센터와 연계한 24시간 원스톱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심뇌혈관질환 신속이송 프로세스는 골든타임 사수를 위해 증상 발생 후 응급의료센터 도착까지의 시간을 최소화하고 의료진과 구급대가 사전에 공유한 환자 정보를 바탕으로 병원 도착 후 검사와 치료에 이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게 핵심이다. 뇌신경센터의 경우 혈전제거술 대상 환자의 증상 발생 후 병원 도착까지 시간을 84분까지 단축(2023년 전국 평균 258분)했다. 은평소방서 등 지역 유관기관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며 향후 마포, 서대문으로 적용 지역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한 환자이송 애플리케이션 개발도 추진 중이다."
'장기이식을 통한 사랑과 나눔의 영성적 가치 확산'은 김수환추기경기념 장기이식병원이 이끈다. 젊고 유능한 의료인력의 전문성이 강점이다.
"지난 2021년 문을 연 장기이식병원은 초고난도 이식인 소장이식을 비롯 각종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뇌사 기증자의 신장을 로봇으로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각막이식 101례, 간이식 67례, 신장이식 88례, 심장이식 14례, 소장이식 2례, 췌장이식 2례, 신췌장 동시이식 1례, 폐이식 1례 등 개원 후 짧은 기간 내에 주목할 만한 결실을 거두고 있다."
혈액병원은 세계적 수준의 '가톨릭혈액병원' 네트워크의 한 축을 맡는다. 암센터는 경쟁력 갖추기, 연구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혈액병원은 국내 처음으로 다발골수종센터를 설립했으며, 최첨단 무균병실 14병상을 운영 중이다. 현재까지 조혈모세포이식 누적 319례, 2023년 121례를 시행할 정도로 충분한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암센터 역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최근 첨단 로봇수술기 추가 도입, 로봇수술 코디네이터 배치 등 진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연구 인력 증원과 시설 증설을 통한 첨단재생의료기관 지정에 성공하는 등 다양한 방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지역 의료계와의 상생, 동반성장은 가장 소중한 가치다. 개원 이후 1000곳과 진료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개원가에서 의뢰한 암, 중증질환 환자에 대해서는 패스트트랙을 가동한다. 상호 신뢰를 밑바탕으로 지역 중증 환자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환자 의뢰 병의원에는 첫 진료 다음날 진료 경과와 치료계획 등을 피드백하고 결과까지 공유한다. 또, 환자 맞춤형 회송 시스템을 통해 치료 완결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회송으로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서울-경기 서북부에서 새롭게 개원한 병의원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한 차별화 관리방안인 신규 개원 의료기관 상생 프로세스 'I LOVE CMC & U'를 가동 중이다."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 경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친환경 경영은 다양한 성과로 나타났다.
"건립 당시부터 태양광, 빙축열, 지축열, 빗물 등을 적극 활용하는 설계를 통해 국내 대학병원 중 최초로 건축물 에너지 효율 1등급, 녹색 건축 인증 우수 등급을 받았다. 올해부터는 환자식을 저탄소 식단으로 전환하는 활동과 의료폐기물 저감 개선활동을 시행 중이다. 저탄소 환자식 개발은 식재료 구매와 조리, 소비, 폐기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레시피 개발과 더불어 ESG 식생활 인식 개선 캠페인을 병행해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고 병원 역시 지속가능한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3월∼8월 영상의학과를 중심으로 시도한 의료폐기물 저감 활동을 통해 의료폐기물 배출량 12.09%, 폐기물 처리비용 7.1%가 줄었다."
지역 사회를 향한 도움도 이어가고 있다. 병들고 소외된 이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손길이다.
"교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발족한 '은평성모자선회'는 지역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식자재 및 생활 보조비 지원, 청년 자립 지원, 입원 및 외래 의료비 지원, 지역사회 기관 후원 사업을 통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약 4억 1000만원의 기금을 전달했다.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치료안전망 구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자선진료 및 무료 이동진료를 통해 현재까지 4954명의 환자들에게 42억원의 치료비를 지원했다."
사회적 상생을 도모하고, '함께 소중한 병원'을 만들어간다.
"주사 놓을 때 의료진이 손으로 주사 부위를 '톡' 치는 이유는 환자들이 놀라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작은 배려다. 교직원들은 의료현장에서 매일 배려를 실천하고 있다. 환자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에는 배려 없이는 안 된다. 이 마음이 전달되면 환자들은 존중받는다고 느끼게 되고 '함께 소중한 은평성모병원'의 문화가 이뤄지게 된다. 교직원 사이의 배려와 소통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 음성인식 모바일 간호기록 플랫폼 'Vobile ENR' 역시 이런 '배려'의 연장선에 있다. 직원 근무 환경 개선, 환자 소통 확대, 안전 향상의 선순환을 기대한다."
배시현 병원장은 지난 9월 1일 취임하면서 "'환자들이 만족하는 환자중심 병원', '직원들이 행복하게 근무할 수 있는 병원'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배려'"라고 말했다. 배려는 존중과 소통의 밑거름이 된다. 그를 통해 병원의 미래 역시 가늠해볼 수 있다.
"병원의 미래를 위한 확실한 방향성이 설정된 만큼 연속성 있는 정책 실행과 그에 맞는 인력구성,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 병원장의 역할이다. 지금보다 속도를 내면 분명히 작은 시행착오들이 발생하고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그런 어려움이 발생하더라도 목표만 분명하다면 구성원들이 충분히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다. 늘 함께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