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심부전부터라도 전문진료질병군 분류해야"

"중증 심부전부터라도 전문진료질병군 분류해야"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3.12.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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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종합병원 진료 필요한 '박출률 감소 심부전' 등 제도적 뒷받침 필요
초고령사회 앞두고 고령 환자 급증 상황 대비해야…"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심부전학회·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정부·국민, 심부전 관심·인식 제고 기대" 

대한심부전학회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에 대한 전문질병군 분류 필요성과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미래 의료환경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대한심부전학회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에 대한 전문질병군 분류 필요성과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미래 의료환경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심부전은 말기 심장병입니다. 중증 심부전 질환부터라도 '전문진료질병군'(A군) 분류가 필요합니다." 

심부전은 심장이 신체로 피를 내보내는 힘이 약해져서 숨이 차고, 붓는 증상이 생기며, 이로 인한 고통을 겪으면서 조기에 사망하는 질환이다. 심부전의 5년 사망률은 폐암과 비슷한 50%에 이르는 중증 질환이지만, 현재 '일반진료질병군'(B군)으로 분류돼 있다. 

심부전이 B군으로 분류되면서 심부전 환자 치료·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상급종합병원 평가에 주요 기준인 전문진료질병군에 심부전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인력이나 진료환경 조성에 대한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는 나빠진 심부전 지표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심부전 유병률은 지난 2002년 0.77%에서 2020년 2.58%로 3배 가량 늘었다. 인구 10만명당 심부전 입원(21명→74명), 심부전 발생률(482명→609명), 심부전 사망(3명→15.6명) 등 모두 큰 폭으로 늘었다.

게다가 고령 환자들이 많은 심부전 질환 특성상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전문질환질병군 분류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한심부전학회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5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심부전에 대한 전문질병군 분류 필요성과 고령인구가 급증하는 미래 의료환경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장(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정재훈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장(경기 수원·아주편한병원), 조상호 심부전학회 정책이사(한림의대 교수·성심병원 순환기내과), 최진오 총무이사(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김완배 대한전문병원협회 상근부회장, 이상태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사무총장, 강미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 전문위원 등이 참석했다.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장
강석민 대한심부전학회장

강석민 심부전학회장은 "심부전은 5년 사망률이 폐암과 비슷한 50%에 육박할 만큼 예후가 안 좋고, 적절한 관리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심부전은 A군에 속하지 않아 심부전 치료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심부전은 상대적으로 예후가 안 좋지만, 제대로 치료하면 관리가 잘 된다. 심부전이 A군으로 분류되면 환자의 예후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학회에서도 이에 대한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심부전 환자를 A군에 포함시키자는 얘기는 아니다. 중증 심부전(박출률 감소 심부전 등)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강석민 회장은 "고령인구가 늘면 자연스레 고혈압, 당뇨병, 만성콩팥병 등도 증가하게 된다. 모두 심부전의 선행 질환이다.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 환자에게도 도움되고, 수가나 진료체계 측면에서도 합리적"이라면서 "중증 심부전 환자의 진료체계 분류 상향 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B군에 포함돼 있으면 병원 입장에서는 중요도가 떨어진다. 의료진이나 제반 여건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다. 결국 환자들이 제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길지 않은 시간에 맞닥뜨리게 될 심부전 환자 급증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조상호 정책이사는 발제를 통해 심부전에 대한 전반적 인식 제고 필요성과 질병분류체계 재분류의 당위성을 짚었다. 

조상호 정책이사는 "심부전은 말기심장병인데도 B군으로 분류돼 있다. 심부전 및 쇼크, 허혈성 심근병증, 확장성 심근병증(DCMP), 비대성 심근병증(HCMP) 중증 질환도 모두 B군이다. 지난 10년간(2010→2020) 사망률이 2배로 높아진 질환은 심부전이 유일하다. 더군다나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유병률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모든 심부전을 A군으로 분류하면 좋겠지만, 희귀난치 질환인 HCMP, DCMP, RCMP, 폐부종을 동반한 심부전, 급성기 심부전 등 응급치료나 중환자실 치료가 필요한 경우, ARNI, Ivabradine 등 고가의 약제 복용이 필요한 경우부터라도 A군 분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다양한 심부전 질환군에서 특정 중증 심부전 질환군이라도 A군으로 분류하면 심부전 전문치료가 조기에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조상호 정책이사는 "환자 예후를 향상시켜 재입원을 감소시키면 의료 비용 감소 효과와 함께 국민 건강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인 인구 증가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심부전은 고령층 심장병 가운데 가장 흔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호 정책이사는 "노인인구 증가에따라 심부전 역시 증가하고 있다. 심부전은 입퇴원을 반복하고 의료비 지출이 많은 질환이기 때문에 노인 심부전에 대한 관리와 치료는 경제적인 이유로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최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가 '노년의 역할이 살아있는 사회 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노인의 역할과 세대 간 존중이 살아 있는 사회'를 목표로 대한을 모색하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도 노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노인 건강을 뒷받침 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장
정재훈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장

심부전 진료 의사로서 진료현장에서 체감하는 아쉬움도 전했다. 

강석민 회장은 "고령의 심부전 환자는 심부전 자체만으로도 중증도가 높지만 고혈압, 당뇨, 만성 콩팥병 등 동반질환을 고려해야 한다. 내과적 치료가 중요하고 힘들지만 정책적 뒷받침이 없다보니 전공의, 전임의들이 지원하지 않는다. 수도권 병원은 그나마 조금 낫지만 지방병원은 더욱 힘들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내과계 입원 가산료, 영상검사 가산료가 삭제된다. 심장기능 평가를 위해 심장초음파검사가 중요한 데 앞으로 고충이 더 늘게 됐다. 결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심부전 환자를 진료하는 데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심부전 질환이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인정받기도 한다. 침습적인 시술이나 검사가 이뤄질 때다. 지향점이 잘못돼다는 지적이다. 

최진오 총무이사는 "현재도 심부전 질환이 전문진료질병군으로 인정받는 길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드는 심장혈관 시술, 심장혈관 검사 등 침습적인 행위가 이뤄 질 때"라면서 "어쩔 수 없이 필요없는 검사를 더 하게 될 수 있다. 의료정책은 정부에서 관리하고 통제한다. 정책이 잘못되면 과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부전에 대한 중증도 상향 조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판단이다. 

강석민 회장은 "심부전을 진료하는 의사는 줄어들고 제도적 뒷받침은 이뤄지지 않는데다 고령 환자까지 급증하게 되면 심부전 진료체계가 초토화될 우려가 있다. 우리가 지금 목소리를 내는 까닭"이라면서 "필수의료, 중증·응급의료가 중요한만치 그 이후 겪게 될 만성질환에 대한 지원도 이어가야 한다. 심부전학회에서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심부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대국민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심부전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관심을 당부드린다" 

이날 간담회를 심부전학회와 함께 주관한 정재훈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장도 심부전 질환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심을 요청하고, 심부전 치료 의료환경 조성의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정재훈 회장은 "국회 보건의료발전연구회는 국회의장실 의정연수원에 등록된 공식적인 국회 직원 연구회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최초다, 국회 예산을 지원받고 있으며, 국회 보좌관, 비서관, 입법조사처 연구관, 시민단체, 언론단체, 법조단체, 외부 전문가 그룹이 참여해 여야를 아우르는 전문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심부전 질환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정부·국민이 모두 관심을 갖고 살펴야 한다. 아쉽게도 현 제도상 이런 여건이 충분히 반영돼 있지 못하다. 결국 피해는 심부전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우리 연구회도 심부전 정책 이슈에 대해 다각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심부전 환자들이 국가의 충분한 보살핌과 의료진의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밝혔다.

왼쪽부터 강미란 전문위원, 최진오 총무이사, 강석민 심부전학회장, 정재훈 회장, 조상호 정책이사, 이상태 사무총장, 김완배 상근부회장.
왼쪽부터 강미란 전문위원, 최진오 총무이사, 강석민 심부전학회장, 정재훈 회장, 조상호 정책이사, 이상태 사무총장, 김완배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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