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형외과의사회 "당일 수술·당일 퇴원 의료현실 반영 못한 판결"
'숙고할만한 충분한 시간?' '모호'…모든 의료 소송 의료인 패소할 수밖에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7일 수술 동의서 설명 시점에 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최근 안면거상 수술을 받고 심한 탈모 증상을 호소한 A환자가 B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수술 당일 수술동의서를 작성하면서 부작용을 설명했다면 환자가 숙고할만한 충분한 시간적 여유로 볼 수 없다"면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2022가단5023278)을 내렸다.
재판부는 "신체를 침해하는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에는 질병의 증상, 치료방법의 내용 및 필요성, 발생이 예상되는 위험 등에 관해 당시 의료수준에 비춰 상당하다고 생각되는 사항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환자가 그 필요성이나 위험성을 충분히 비교해 보고 그 진료행위를 받을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진료 행위에 대한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의사의 설명의무는 의료행위가 행해질 때까지 적절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이행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수술 당일에 설명하는 것이 수술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점이 아니라고 판단한 이번 판결은 기존에 법률에 따라 관행적으로 진행되어 오던 의료 현장의 의료인과 의료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줄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수술 당일에 설명했다며 설명 시점을 문제 삼은 데 대해 당일 수술·당일 퇴원하는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상당수 외과적 처치 및 수술이 수술 당일 외래를 통해 진행하며, 수술 후 약간의 회복 시간을 거쳐 퇴원하는 상황"이라면서 "수술 당일 발생 가능한 합병증을 설명하는 것이 환자가 수술을 결정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는 이번 판결은 의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판결로 수술은 과실이 없어도 환자가 합병증이나 주관적인 불만족이 생겼을 때마다 판례를 악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환자가 충분히 숙고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 의료인은 모든 의료 소송에서 패소를 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법률적 지위를 얻게 된다"고 전망했다.
환자의 자율권과 관련해 성형외과의사회는 "특히 미용 목적 수술은 치료목적 수술보다 환자의 수술에 대한 자율권이 더 행사되고 있다"면서 "어느 경우에도 수술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의 환자에게 수술을 종용하거나 부작용을 감수하고 수술을 받으라고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형외과의사회는 "이번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뚜렷한 법률적인 근거 없이 '충분한 숙고의 시간'이라는 다소 모호한 판단으로 의료인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다"면서 "재판부가 의료법과 관계 법령에서 명시하지 않은 새로운 보편적인 기준을 세운다면, 의료현장의 전문가들과 상의해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제시하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