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수 범대위원장 선봉 '추위' 녹인 단체장들의 절규
대학별 수요조사 비판 거세 "투쟁으로 국민 건강 지킬 것"
체감 온도 영하 17도. 의료계 단체 장들의 규탄 목소리는 추위를 녹일 듯이 뜨거웠다. 투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함께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의대 정원 이슈가 총선 전략으로 '전락' 했음에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방적인 의대 정원 증원 강행. 의료계와의 합의 없는 일방 적책이 가져올 후폭풍을 우려,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단체장들은 17일 광화문에서 열린 '제1차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정부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뒤로한 채 최소 11년 이후에나 배출될 의사증원에만 관심을 보이는 데 큰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짚었다.
"보건의료정책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맨 앞에 서겠다!"
이필수 범대위원장(대한의사협회장)은 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다짐하며 "필수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필수의료 종사 의료인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필수의료 전공자에 대한 지원 등 근본대책을 주문했다.
2020년 파업 당시 진행했던 9·4 의정합의를 언급하면서 "정부와 대한민국 국민인 14만 대한의사협회 회원, 2만 의과대학생과의 약속이다. 정부는 이를 준엄히 받아 들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력 경고했다.
"포풀리즘 의사증원, 대한민국 무너진다!"
의대정원 이슈가 정치권의 총선 전략으로 전락했음에 큰 유감을 표했다. 정치적 당략이나 포퓰리즘이 아닌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중장기적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명하 서울특별시의사회장은 "그들이 명분으로 삼는 소아청소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는 의사를 늘려 낙수효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인구절벽시대에 의료절벽의 재앙으로 이어질 의대증원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현재 의대 정원을 가만히 놔둬도 2022년생들이 대학을 갈 때에는 81명 당 1명이 의대생이 된다는 통계도 등장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각 대학의 최대 희망 수치인 3953명을 증원한다면 35명 당 1명이 의대생이 된다. 학생들이 의대로만 몰리면 우리 사회가 유지되겠는가? 우리나라에서 국가 경제는 누가 지키는가?"라고 반문했다.
정부가 단골 근거로 내세우는 'OECD 통계'에 대해서도 "의사의 생산성이 낮은 OECD 국가의 데이터 일부만 인용해 혹세무민하니 어이가 없다"면서 "우리나라 의사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진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문제를 희망사항 조사로 정할 것인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대한 대학별 수요조사 일방 강행 및 공개에 대한 비판도 거셌다.
이광래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장은 "의대정원 수요조사는 의대 교수·의대생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학교 측의 희망사항 조사일뿐"이라며 "법원의 과한 의료인 실형 때리기와 면허취소법이 있는 한 의대정원을 늘려도 대한민국 필수의료는 영원히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순원 한국여자의사회 수석부회장(차기회장)은 "기본적 인프라·재정 없는 정원 확대는 교육의 질을 상당히 저하시킬 것"이라면서 의대 증원으로 인한 과잉 진료 양산과 의료비 지출 증가를 우려했다.
정지태 대한의학회장 역시 "각 대학이 교육 여건을 고려치 않고 황당한 의견을 냈다. 당장 등록금 수익과 학령 인구 감소를 막을 것이란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필수의료는 인원이 아닌 배치의 문제임을 거듭 강조했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평화는 전쟁을 통해 이뤄졌고, 민주화가 투쟁을 통해 얻어졌듯 우리민족의 건강한 미래 역시 의료계의 저항과 투쟁으로 얻어낼 것"이라고 목놓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