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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 '의사, 가치·성향 지형도'를 그려본다

2024년 새해 '의사, 가치·성향 지형도'를 그려본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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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설문조사] 의료 관련 이슈로 보는 '가치·성향 지형도'
선택분업 전환·당연지정제 폐지·영리병원 허용, 의사들 생각은?

[pixabay]
[pixabay]

정치 성향을 분류하는 도구로 우리는 흔히 좌파, 우파 혹은 진보, 보수라는 개념을 쓴다. 물론 그 개념 자체가 명확하지 않고 시대에 따라, 생각에 따라 그 기준도 가지각색이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좌파, 우파 혹은 진보, 보수라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통념에 따라 정치 성향을 구분짓는 지표로 꾸준히 쓰인다.

만일 누군가가 의료 관련 이슈에 따른 의사들의 성향을 분류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어떤 항목을 지표로 삼아야 할까? 

의협신문이 2024년 새해를 맞아, 새로운 시각에 도전한다. 의료계 내부에서 오래도록 혹은 한국 의료제도의 근간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해 볼 수 있는 몇가지 지표에 대한 의사들의 뜻을 묻고 이들의 사상적, 정치적 성향을 분석해 보고자 하는 시도다. 

설문조사는 12월 21부터 26일까지 의협신문 설문조사 시스템인 '닥터서베이'를 통해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설문에는 총 312명의 의사들이 참여했다. 설문결과는 SPSS 교차분석방식으로 분석했으며, 신뢰도는 97.2%, 표준편차는 ±0.8이다.

선택분업 전환·당연지정제 폐지, 이토록 치열한 부딪힘!

의약분업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둘 모두 현재는 대한민국 의료 체계의 근간이 된 제도이나, 여전히 그 타당성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꽤나 논쟁적인 단어다. 

설문결과를 보자면 '뜨겁고, 흥미롭다'. 

선택분업 전환에 대한 인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9.7%는 찬성, 50.3%는 반대의 뜻을 밝혔다. 완전히 반반, 팽팽하게 맞부딪히는 가치다.

각각의 응답 강도를 보면 선택분업 전환을 지지하는 그룹으로 '현 의약분업을 폐지하고 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이 32.1%, '가능하면 의약분업을 폐지하고 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이 17.6%로 각각 조사됐다. 

상황에 대한 가정이나 전제없이 선택분업 전환을 택한 '적극적 전환군'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점이 눈에 띈다. 의약분업을 제도적으로 강제화하는 것에 반대하며 환자 등 소비자의 선택에 무게를 두는, 이른바 '자유주의파'다. 

연령별로 보자면 39세 이하와 50∼59세군에서 상대적으로 선택분업 전환을 지지하는 응답이 많았다. 가능하다면 혹은 반드시 의약분업을 폐지하고 선택분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의사는 39세 이하에서 57.1%, 50∼59세군에서 52.3%로 평균을 웃돌았다. 

ⓒ의협신문
이번 조사는 [의협신문] 설문조사 시스템인 '닥터서베이'를 통해 12월 21일부터∼26일까지 진행했다. 설문에는 312명의 의사들이 응답했으며 신뢰도는 97.2%, 표준편차는 ±0.8이다. [그래픽=윤세호 기자/자료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한편 '선택분업에 찬성하지만 이미 정착한 의약분업 제도를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26.9%, '진료와 처방은 의사가, 약 공급은 약사가 맡는 현 의약분업 제도가 선택분업 보다 맞는 제도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는 23.4%였다.

심정적으로 선택분업 추구에 동의하지만 이미 오랜 세월 우리 사회와 국민이 경험하며 체계화 된, 현행 제도의 가치와 무게를 인정해야 한다는 이른바 '공존공영파'다. 선택분업보다 의약분업이 맞다는 '확신적 지지군'의 비율도 적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각각의 응답을 선택한 의사들의 비율이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고, 케이크의 4분의 1선에서 제법 골고루 나누어진다는 점이다. 설문결과로 보자면 '의약분업 폐지 선택분업 전환'은 의료계 다수 의견이 아니다. 반대로 '의약분업 지지'를 의료계 대표 의견으로도 볼 수 없다.

당연지정제 폐지 42% vs 유지 58%, 여전히 뜨거운 감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자료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도 답변이 크게 갈렸다. 당연지정제 폐지에 표를 던진 응답자는 전체의 42%, 당연지정제 유지에 힘을 실은 응답자는 58%다.

세부적으로는 '당연지정제를 반드시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응답이 21.8%를 차지했다. 정부가 건강보험 진료를 강제하는 당연지정제에 반대하며, 의료기관의 자율성에 무게를 두는 적극적인 자유주의파다. 

'가능하면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답도 20.2%로 나타났다. 경영이 어려울 수 있는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건강보험 제도에 얽매이지 않은 채 진료하고 싶어하는 소극적 자유파다.

'마음에는 안들지만 현실적으로 폐지는 어렵다'는 답이 41.3%로 전체 응답 중 가장 많았다.'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현행 당연지정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의사도 16.7%였다. 현행 제도와 체계를 인정하는 공공파다.

연령별로 보면 앞선 선택분업 전환에 대한 질문과 마찬가지로, 39세 이하와 50∼59세군에서 상대적으로 당연지정제 폐지를 요구하는 답이 많았다. 이 두가지 항목에 비춰보자면 이들 연령대에서 상대적으로 이른바 자유주의 성향이 높게 나타난 셈이다.

가능하다면 혹은 반드시 강제지정제를 폐지하고 자유계약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의사는 39세 이하에서 40%, 50∼59세군에서 53.4%로 40∼49세군 35.2%, 60대 이상 37.6%를 앞섰다.

영리법인 허용·의사단체 자율징계권, 의사들 생각은?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자료분석=김학준 기자] ⓒ의협신문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과 의사단체 자율징계 강화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앞선 질문과 유사한 맥락에서 의료 시장주의, 의료 전문가주의에 관한 시각을 추가로 묻고자 한 질문이다. 

의료기관 영리법인 허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16%는 '전면 허용', 27.6%는 '제한적 지역이나 외국인 등 특정 층에 한해 허용', 32.7%는 '장기적 계획에 따라 단계적 허용'이라는 답을 냈다.

'어떤 방식으로든 영리법인을 허용해서는 안된다'는 응답은 23.7%로 나타났다.

프로페셔널리즘에 입각해 의사단체가 자율징계권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에 대한 견해를 물은데는 응답자의 24.4%가 '의료에 대한 정책이나 규제는 의사들에 맡겨야 한다', 40.7%가 '가능하면 전문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의사의 자율권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합산하자면 전체의 65.1%가 자율징계권 확보가 필요하다는데 지지를 보낸 것이다.

이는 기존 질의에서 확인된 자유주의파 의사에 비해서도 높은 비율인데, 의사 전문가주의가 다른 사상적 성향 못지 않게 의사들의 가치 판단과 인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가능하겠다. 

'법·제도가 허용하는 선에서 의사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는 응답자는 30.8%로 나타났고, '자율징계보다는 법과 제도 등 사회적 규제와 통제에 전적으로 따라야한다'는 응답은 전체의 4.2%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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