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소득과 의대정원(6)

의사 소득과 의대정원(6)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1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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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시리즈 : 의대정원의 본질은 포퓰리즘?>
  [1] 들어가며 : 뜬금포 같은 의대정원 확대 뉴스
  [2]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3] 필수의료와 의대정원
  [4] 지역의료와 의대정원
  [5] 공공의료와 의대정원
  [6] 의사 소득과 의대정원
  [7]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
  [8] 의사 수와 건보재정
  [9] 나가며 : 의대정원, 포퓰리즘은 안 된다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우봉식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장

[6] 의사 소득과 의대정원

언론에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OECD 1위라는 보도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뉴스의 원자료는 지난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에서 발표한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나온 내용이다.

이 연구와 관련하여 2022년 7월 7일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보면 요양기관 근무 보건의료인력 중 임금 수준이 가장 높은 직종은 의사로 연평균 임금은 2억 3069만 9494원이고, 이어서 치과의사 1억 9489만 9596원, 한의사 1억 859만 9113원, 약사 8416만 1035원, 한약사 4922만 881원, 간호사 4744만 8594원 순이었으며, 의사의 경우 개원의 2억 9428만 2306원, 봉직의 1억 8539만 558원으로 나타났다.

보도자료가 나온 이후 모든 언론들은 한국의사 소득이 OECD 1위라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의사 수가 적어서 의사들이 고소득을 누리고 있다고 말하며 의대정원을 늘리면 의사소득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자극적인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중국의 공산주의, 일본의 민주주의, 그리고 한국의 자본주의'가 '동아시아 3대 미스터리'라는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강력한 평등의 담론이 지배하는 한국인들의 '가진 자 증오' 정서를 자극하기에 넘치도록 충분했다.

그 이후 공문서 위조로 자녀를 의전원 입학시킨 적도 없고, 주가 조작에 가담해서 불로소득을 얻은 적도 없고, OECD 국가 의사들보다 3배나 많은 환자를 보고 정당한 수입을 얻은 대다수 선량한 의사들은 도덕적 파산으로 내몰렸다.

의사들에 대한 이런 류의 공격은 의약분업 당시 이미 한 차례 경험한 바가 있다. 당시 정부가 의약분업을 강력하게 추진하던 1998년에 참여연대 <개혁정론>에 "저는 대학교수로서 애써서 가르친 제자들이 도둑질하는 의사가 되는 것을 이제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고 제자들이 바른 길로 가기를 바라는 안타까움(?)이 절절히 묻어나는 A의대 B교수의 기고문이 바로 그것이다.

그 기고문 이후 의사들은 리베이트나 받아먹는 도둑놈으로 몰리면서 의사가 원스톱 서비스로 진료와 투약을 하던 것에서 의사가 진료하고 약사가 투약하는 투스톱 서비스로 가면 약제비 폭증이 오게 된다는 의사들의 주장은 철저히 외면당한 채 정부는 의약분업을 밀어붙였다.

그러나 결국 의사들의 주장대로 약제비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건강보험재정 파탄을 겪는 등 2000년대 초반 극심한 혼란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그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오히려 제자들을 도둑으로 규정한 B교수는 그 공적을 발판으로 의약분업 이후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여 국회의원까지 되는 등 큰 권세를 누렸다. 뿐만 아니라 그가 속한 교실은 지난 20년간 권력의 중심부에서 공직사회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OECD 국가 1위일까? OECD의 의사소득 관련 자료는 OECD 홈페이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의사 수입을 그 나라 화폐, US달러 환산 환율(US$ Exchange)과 구매력평가지수를 반영한 PPP환율(US$ PPP) 세 가지로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보사연은 US달러 환산 환율은 발표하지 않고 생활물가, 국제유가 가격, 원자재 수입 가격 등에 따라 우리나라 의사 수입이 높게 나타날 수 있는 PPP환율만 발표했다.

OECD 데이터의 의사 수입 자료는 전문의-봉직의 이외에도 전문의-개원의, 일반의-봉직의, 일반의-개원의의 4가지 유형의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OECD 국가별 의사 수입 자료 제출 현황을 살펴보면 콜롬비아, 일본, 미국 3개 국가는 의사 수입과 관련된 어느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으며 체코, 그리스, 이탈리아, 뉴질랜드, 노르웨이, 슬로바키아, 스웨덴 등 7개 국가는 4가지 의사 수입 유형 중 1가지만 제출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의사 수입 자료 중 2가지 유형을 제출하는 국가는 호주, 오스트리아, 캐나다, 칠레, 코스타리카, 덴마크, 핀란드, 헝가리,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멕시코, 폴란드, 포르투갈, 슬로베니아, 스페인, 스위스, 튀르키예 등 19개였으며 벨기에, 에스토니아, 프랑스, 독일, 영국 5개 국가는 3가지 유형을 제출하였다.

한편 4가지 유형을 모두 제출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한국 4개 국가뿐이었는데 그나마 룩셈부르크는 2015년 이후로 자료 제출을 중단하여 아무 자료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

2020년 기준 4가지 유형의 자료를 모두 제출한 나라는 이스라엘, 네덜란드, 한국 3개국 뿐이다. 2020년 이후 '전문의-봉직의' 유형의 자료를 제출한 나라는 28개국이고 '전문의-개원의' 유형의 자료를 제출한 나라는 10개국 뿐이다.

우리나라는 국민 1인당 GDP가 OECD 38개 국가 중 18위로 중간 수준에 해당하는데 한국보다 국민 1인당 GDP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2000년 이후 의사 수입 자료(전문의-봉직의 기준)를 제출하지 않은 국가는 스위스, 미국, 일본,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호주, 캐나다 7개 국가가 있다.

OECD DATA(2000년 시점 전후)의 4가지 유형에 대하여 USD환율과 PPP환율이 적용된 한국 의사 수입 순위를 살펴보면 전문의-봉직의의 경우 환율과 PPP환율에 따라 각각 8위와 2위로 차이가 컸으며, 전문의의 경우 PPP환율을 적용하면 31개국 중 봉직의 2위, 11개국 중 개원의 3위로 나타났지만, 환율을 적용하면 봉직의 8위와 개원의 6위로 모두 중위권 정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의 경우에는 일반의-봉직의사는 19개 국가 중에서 환율을 적용하면 9위, PPP환율에서는 8위로 나타났고, 일반의-개원의 경우에는 15개 국가 중에서 환율을 적용하면 14위, PPP환율을 적용하면 11위로 OECD 중하위권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보다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에서 의사 소득을 제출하지 않는 나라가 상당수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의사수입이 OECD 국가의 3배에 달하는 노동강도나 생산성에 비해 결코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의사소득과 관련한 정부의 보도자료가 이처럼 부실한 자료임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정부의 보도자료를 비판없이 수용하여 우리나라 의사 소득이 마치 OECD 국가 1위인 것처럼 떠들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OECD 국가 간 전문의 소득만으로 의사 소득을 단순 비교하는 것조차도 문제가 많다. 임금 소득 이외에 의과대학 교육비용, 전공의 수련기간 중 소득, 정년 이후의 연금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비교해 보아야만 의사의 실질적 소득 수준을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에서 의과대학 교육비를 전부 부담하고 있는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의과대학 교육 과정에 전적으로 자기 비용을 투입한다. 의사 면허를 취득한 이후도 독일 등 유럽 국가에서는 전공의가 1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지만 우리나라는 주당 80시간 이상 혹독한 노동을 하면서 시간당 최저임금 수준의 연봉을 받고 있다. 남학생은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도 군의관 또는 공보의 38개월을 근무하는데 이 역시 최저임금 수준이다.

병원 개원도 국가에서 대부분 투자하는 유럽 국가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전적으로 자기 비용으로 개원한다. 정년 이후도 큰 차이가 난다. 영국 의사는 30년간 의료기관에 봉직 후 정년퇴직 시 평생 5만 5000파운드(8900만원)의 연금을 받고, 40년간 봉직 시에는 6만 7000파운드(1억 8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년 이후 자기 노후를 기댈 곳이 언제 파탄 날지 모르는 월 100만원 남짓의 국민연금 말고는 없다.

의사 소득 관련하여 공공의료기관 소속 의사들에 비해 민간의료기관 의사들이 훨씬 많은 소득을 올리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공공병원 하면 급여가 낮아서 의사들이 가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지역거점공공병원 알리미에 공시된 35개 지방의료원 산하 병원 봉직의 평균 연봉(2021년 기준)은 김천의료원이 최고 3억 2860만원에 이르는 등 평균 2억 4000만원이 넘는다.

이는 2022년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2020년 전체 봉직의 평균 연봉인 1억 9115만원에 비해 25%이상 높은 금액이다.

이처럼 많은 연봉을 주면 의사들이 공공병원에 취직하려고 줄을 설 것도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대부분의 공공병원이 심각한 의사 구인난에 시달린다. 이는 지난 2020년 대한의사협회에서 공공의료기관과 의료 취약지 지원사업 참여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난 바 연봉 이외에 공공의료기관 의사들의 지위가 계약직에 따른 고용불안과 미래 불안정성 때문이다.

이러한 의사 소득 논란의 밑바탕에는 '가진 자 증오'를 동력으로 하향평준화를 지향하는 평등 의식이 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GDP가 중간 수준이지만 각종 의료서비스 지표는 OECD 최고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 밑바탕에는 경제적 동기 부여가 작용하고 있음을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과 금융기관 직원 평균 연봉과 비슷한 수준의 전문의 봉직의 급여를 놓고 마치 불로소득을 얻은 듯 죽창을 들자고 하면 지금껏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본 의사들은 더 이상 밤을 새워가며 생명을 지키고자 애쓰지 않게 될 것이다.

최근 지방소재 국립대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교수들이 집단 사직하려 한다는 소식은 더 이상 사명감만으로는 버티지 못하는 필수의료 붕괴의 시작이다. 의사의 권위가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중국 문화대혁명 때처럼 국민들이 통쾌해하고 박수치는 사이 생명 수호의 최일선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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