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2)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2)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11.2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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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시리즈 : 의대정원의 본질은 포퓰리즘?>
[1] 들어가며 : 뜬금포 같은 의대정원 확대 뉴스
[2] '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3] 필수의료와 의대정원
[4] 지역의료와 의대정원
[5] 공공의료와 의대정원
[6] 의사 소득과 의대정원
[7] 초고령사회와 의대정원
[8] 의사 수와 건보재정
[9] 나가며 : 의대정원, 포퓰리즘은 안된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2]'OECD 의사 수 평균'이라는 가스라이팅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역 의료격차, 의사의 고소득 등을 들면서 일각에서는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이 인구 천명당 의사 수가 OECD 평균(3.7명)에 비해 우리나라(2.5명)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펼치며 의대 입학 정원을 대폭 늘려야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OECD 국가 어디서도 인구 천명당 활동의사 수의 단순 비교만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지 충분한지 판단하는 나라는 없다. 진료 대기 일수, 건강지표, 의료 만족도 등 다양한 지표를 가지고 판단한다. 그런데 OECD 국가 의사 수 평균을 인용하여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나 언론에서는 OECD 국가의 나머지 지표는 애써 무시하거나 보려 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의사 진료 보기가 가장 쉬운 나라다. 외래 진료 한번 받으려면 수 주간 대기하는 선진국들과 달리 30분 이내 동네의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자유롭게 받을 수 있다. 선진국들이 다 겪고 있는 수술대기도 전혀 없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지표상으로 보아도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2020년 기준 83.5세로 일본(84.6세)에 이어 2위로 OECD 평균(80.6세)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영유아 사망률도 2.5명으로 OECD 평균(4.1명)에 비해 월등히 낮다. 의사의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의 수를 평가하는 지표인 '치료가능사망률'은 10만 명당 43명으로 OECD 국가 중 스위스 다음으로 2위이며, OECD 국가 평균(79명)의 절반 수준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암 사망률 5위, 순환기 질환 사망률 1위 등 대부분의 의료 지표가 OECD 국가 최상위권에 해당한다. 

코로나19 치명률에 있어서도 OECD 국가 중 일본에 이어 가장 낮고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 수 지표(인구 10만 명당)를 나타내는 '초과사망율' 지표도 우리나라가 52명으로 OECD 국가 중 2위였다. OECD 평균(1,499명)의 29분의 1 수준이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도시와 농촌지역의 의사 밀도 차이에 대한 OECD 자료(Health at a Glance 2021)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도시 인구 천 명당 2.6명, 지방 2.1명으로 도시 대비 시골 지역 의사 밀도가 80.7%로 OECD 평균 61.8% 보다 훨씬 높다. 이는 도시 지역 의사 2.5명에 시골 지역 의사 2.3명으로 92%인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편차가 작은 나라에 해당한다. 

국민 1인당 연간 의사 진료 횟수도 14.7회로 OECD(5.9회) 1위, 인구 천명 당 병상 수도 12.7병상으로 OECD(4.3병상) 1위다. 심지어 노인인구가 30% 가까이 되는 일본보다 외래 진료 횟수와 병상 수가 더 많다. 

ⓒ의협신문
ⓒ의협신문

OECD 국가 대비 우리나라 의료 수가도 큰 차이가 있다. OECD 자료(Health at a glance 2019)에 따르면, 미국의 의료 수가를 100으로 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48로 OECD 평균(72)의 3분지 2수준이다. 우리나라 의료는 저수가를 많은 진료량으로 커버하는 박리다매형 의료인 것이다. 

인구 천명 당 의사 수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일본(2.6명)의 경우 의사가 없어서 응급실 뺑뺑이나 필수의료 분야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가 전혀 없다. 의사의 전공 선택시에도 가장 인기가 높은 과목이 내과이고 이어서 가정의학과, 소아과의 인기가 높다. 미국(2.6명)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폐과 상태에 가까운 흉부외과 전문의의 인기가 최상위권이다. 

OECD 국가와 의사 수 평균을 비교하여 우리나라 의사 수가 적어 응급실 뺑뺑이나 필수의료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우리나라와 의사 수가 비슷한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할 수 있어야만 한다.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의사 수로 모든 것을 몰고가려는 그들의 주장은 전혀 비현실적인 망상임을 드러낼 뿐이다. 인구 천 명당 의사 수 뿐만 아니라 평균 수명, 의료 수가, 및 각종 의료지표들도 OECD 평균에 맞추자는 것인지 묻는다면 그들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의협신문
ⓒ의협신문

실제 우리나라와 OECD 국가 평균 인구 천명당 의사 수 추이를 비교해 보아도 현행 의대 정원을 유지 시 오는 2063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6.49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6.43명을 추월하게 된다. 

정부가 의사 수 부족의 근거로 인용하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보고서도 문재인 정부에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기 위해 통계를 왜곡한 총체적 부실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서는 2035년 의사가 2만7232명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근거를 추계하는 과정에 의사 총업무량(연평균 6.5% 증가를 3.1% → 3.37%로 축소 반영), 의사 1인당 업무량(연평균 3.2% 증가하지만 2019년 이후 고정), 의사 연간 근무일수(실제 근무일수인 246일 대신 226일로 축소), 주당 80시간을 근무하는 전공의 인력(13,000명) 누락 등 각종 데이터를 왜곡하는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지난 4월 24일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책연구기관이 지난 정부의 의사 부족 시나리오에 맞춰 왜곡 작성한 연구보고서를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바로잡지 않고 잘못된 정책을 계속 이어가면서 의사 수와는 전혀 무관한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과 오픈런'을 'OECD 의사 수'와 교묘하게 악마의 편집을 해서 국민에게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착시현상을 일으킨 후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의사와 국민을 가스라이팅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 해결에는 도움도 주지 못한 채 의사도 국민도 모두 불편하기만 이 상황을 도대체 어디까지 밀어붙일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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