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T·MRI 공동활용, 기존 기관 제한 입장 번복?…위헌소지 없나

CT·MRI 공동활용, 기존 기관 제한 입장 번복?…위헌소지 없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1.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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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개정 지연·입장 변화에 개원가 혼란 가중…CT·MRI 호황?
법률전문가 "막대한 손해 입증한다면, 위헌 주장 가능"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이미지=pixabay]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CT·MRI 공동활용병상 폐지와 관련, 기존 설치 기관에 대해 "제한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에서 "기득권 보장이 될 수 있어, 고민이 크다"며 입장을 선회, 개원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정부의 기존 기기 설치 기관에 대한 제한. 위헌 소지는 없을까?

개정안은 특수의료장비를 설치하기 위한 기준 병상을 기존 200병상에서 CT는 100병상, MRI는 150병상으로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공동활용 병상 규정' 폐지 의지를 함께 밝혔다는 것. 해당 조항이 폐지될 경우 자체 보유 병상이 부족한 의료기관은 CT나 MRI를 설치할 수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는 2021년 말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병상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추진 의지'만을 밝힌 채 해를 3번이나 넘겼다.

정부는 불과 1년 여 전만해도 이미 기기를 설치한 의료기관은 제한하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송영조 당시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2022년 7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준을 개정했다고 이미 설치한 의료기관을 못하게 하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신뢰 보호의 원칙'에 따라 제한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정안 시행이 계속 연기되면서 정부 입장은 미묘하게 달라졌다.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2023년 11월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기존에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의료기관을 어떻게 하는 게 제일 좋은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크다"며 "어떤 의료기관은 (CT·MRI를) 설치해도 되고, 어떤 기관은 안된다고 하기가 쉽지 않다. 기득권을 보장해 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기관에 대한 '제한 불가' 입장에서 '고민이 크다'며 제한의 여지를 다시 열어둔 것. 정부의 개정 작업 지연과 미묘한 입장 변화 속에서, 개원가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개원가에서는 개정 소식이 들려오자, CT·MRI 기기를 빨리 설치하거나 새로 설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며 "개정 발표 후 때아닌 의료기기 시장 호황이 이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개원가 일각에서는 개정 전 병상을 매매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어, 가격이 폭등했다는 제보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A개원의(비뇨의학과 전문의)는 "병원 확장 이전을 하면서, CT·MRI 개정 소식에 집중하고 있다. 하루빨리 기기를 설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면서 "그런데 기존 기관에 대한 조치도 달라질 수 있다고 하니 불안감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네의원에서 200병상, 150병상을 유지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면서 "기존에 잘 활용해오던 의료기기를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잘 쓰고 있는 기기를 쓰지 못하게 하는게 올바른 제도인지 모르겠다. 공동활용병상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어렵다면 기존 기관이라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의료기관까지 설치 제한?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소지 '있다'

송영조 전 과장의 과거 발언처럼, 해당 개정안이 만약 기존 의료기관까지 제한을 둘 경우,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을까.

신뢰보호의 원칙이란 행정법 전체를 아우르는 일반 원칙 중 하나다. 행정기관의 행정조치 중 보호가치가 있는 경우,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과 같은 의미로 보기도 한다.

신뢰보호의 원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정기관이 개인의 신뢰에 반하는 행정조치를 하고 △행정기관의 선행조치에 대한 개인의 신뢰가 있어야 하며 △신뢰를 기반으로 행한 개인의 행위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법률전문가는 '신뢰보호의 원칙'과 관련, 구체적인 개정안이 나와봐야겠지만 충분히 주장해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H변호사는 "아직 개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확정적으로 위헌 여부를 말할 순 없지만, 개인의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는 점을 입증한다면 충분히 위헌을 주장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008년부터 이어온 '특수의료장비 공동활용 병상 규정' 예외 조항이라는 행정기관의 선행조치가 있었고, 의료기관은 해당 조치에 신뢰를 가지고 기기를 구입했다는 점, 이를 다시 제한할 경우 개인의 손해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성립요건이 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서 '개인의 손해'를 판가름할 수 있는 것은 '유예 기간' 여부와 '유예 정도'. 이에 위헌 여부의 관건은 '유예 기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덧붙였다.

H변호사는 "의료기기를 설치하는 비용이 얼마가 되는가를 감안, 적절한 유예기간이 있는 가도 주요 쟁점이 될 수 있어 보인다"며 "투자 비용을 회수할 만큼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는지 여부에 따라 '막대한 개인의 손해 발생'을 따져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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