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특례법 공개부터 공청회까지 일사천리 "급하다"

의료사고특례법 공개부터 공청회까지 일사천리 "급하다"

  • 박양명 기자 qkrdidaud@naver.com
  • 승인 2024.02.2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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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법안 발표 이틀 만에 공청회…의료계도, 환자도 불만족
"의료인 위한 법" 환자단체 특히 반발…"속도 조절 필요" 주문

보건복지부가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를 위해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초안을 만들어 공청회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며 법 제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전공의 공백 현실 타개책으로 야심 차게 법안을 공개했지만 의료계도, 환자도 만족하지 않는 법이라는 비판에 부딪히며 실제 법 제정까지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특히 환자 및 소비자 단체는 해당 법이 의료계만을 위한 법이라며 강하게 비판하며 "현실 때문에 너무 급하게 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안) 공청회를 열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인에게 따르는 형사적 책임을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인데, 지난 27일 처음 공개한 후 이틀 만에 개최한 행사다.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이 <span class='searchWord'>의료사고처리특례법</span>안에 대해 발표했다. ⓒ의협신문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 대해 발표했다. ⓒ의협신문

의료사고처리 특례법에는 의료사고에 휘말린 의료인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다. 보상한도가 정해져 있는 책임보험에 가입했을 때, 의료행위 과정에서 (중)과실로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했더라도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발생 피해액 전액을 보장하는 종합보험에 가입했을 때는 환자에게 상해가 발생하도 아예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단, 모든 행위에 특례가 주어지는 게 아니고 필수의료로 한정하고 있다. 필수의료 행위 과정에서 환자가 사망했을 때는 형의 감면을 적용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인의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의료기관안전공제회 신설 등이 들어있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도 함께 공개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구성된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 논의를 비롯해 법무부와도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만든 법안이라는 것을 강조했지만 의료계도, 환자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상근부회장은 "특례 규정에서 사망이 빠져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환자 사망을 배제한다면 어떻게 되더라도 수술을 담당하는 필수의료 인력으로서는 여전히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만성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례 적용을 배제하는 사유에 대한 숙고가 더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책임보험 의무가입, 위험률에 따른 보험료 책정 등에 대해 보다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도 더했다.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span class='searchWord'>의료사고처리특례법</span>(안) 공청회는 정형선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개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공청회는 정형선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의협신문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법안에 특히 환자 반발이 심했다. 

이은영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절차적 정당성에서부터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정부는 의료분쟁제도개선 협의체가 9차례 회의를 했다고 했지만 사실 환자 및 소비자단체 위원은 7차회의까지만 참여하고 사퇴했다"라며 "필수의료 분야 형사책임 완화에 대한 사회적 논읠 시작한다고 했는데 모든 의료인의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의료계 입장을 더 많이 담은 법안을 공개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전세계 어느나라에도 없는 법을 제정할 게 아니라 해외의 다른 사법적 대안제도를 조사하고 형사고소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책을 찾아야 한다"라며 "의료사고 입증책임전환도 함께 입법화해야 한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벤치마킹해 만들었다면 입증책임 전환을 전제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의료는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분야인데 의료사고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의 사법적 부담만 경감하는 법안은 소비자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다"라며 "업무상과실에 따른 처벌 조항에서 의료분야만 제외하는 게 법 형평상 맞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법 추진이 너무 급작스럽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의료사고 부담 완화와 관련한 특례법 제정은 해외에서도 입법례가 없는 만큼 범위를 놓고 의료인 사이에서도 많은 다툼이 있을 것"이라며 "너무 급하게 법을 추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다. 급하게 쫓기듯이 할 게 아니라 사회적 공감대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재형 고대안암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역시 "의대정원 문제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현안은 은글슬쩍 넘어가는 분위기다"라며 "환자에게 시술이 성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음에도 잘 안됐을 때 민원을 제기하는 게 현실이다. 해당 법안으로 그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조금 더 신중하게 사회적 협의를 하는 게 맞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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