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식적·경솔한 숫자 지적 "총장이란 사실이 부끄럽다"
"근거없는 201명 증원 요청 철회하고, 학생·교수에 사죄하라"
충북대학교가 현재 정원인 49명의 5배에 해당하는 250명을 의대 입학 정원 수요조사에 제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 '많이 제출했다'는 수요조사 대상 40개 대학. 그중에서도 기존 정원 대비 '5배'는 가장 큰 수준이다.
충북의대생들은 5일 규탄문을 통해 "교육부 의대 증원 수요조사에 410% 증원이라는 비상식적인 숫자를 써낸 고창섭 총장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충북의대생 247명은 지난달 20일 동맹휴학을 선언, 휴학계를 제출한 후 무기한 수업거부 중이다.
규탄문에서는 "이번 증원이 의료계에 미칠 파장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의과대학 강의실과 실습 현장에 충분히 와 보시긴 하셨습니까?", "의과대학 학장단 및 교수님들의 의견을 귀담아 듣긴 하셨습니까?", "그리도 교육부 눈치가 보이십니까?" 4가지 질의 형식으로 이번 수요조사 제출 규모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충북의대생들은 "총장님이 의대 증원 사안에 대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결정을 내린게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의대엔 250명 학생 수용 강의실이 없다. 해부학 실습을 위한 카데바 마련도, 병원 실습을 위한 인프라도 무방비"라고 짚었다.
의과대학 교육과 병원 현장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총장이 아닌 의과대학 학장과 교수님들이라고 짚으며 "충북대학교 의과대학 학장단 및 교수회는 증원 숫자를 제출하지 않을 것을 성명했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한 독단적 결정에 대해 책임질 자신이 있느냐?"고 물었다.
의대생들은 "증원 숫자를 적어내지 않으면 글로컬 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우냐?"면서 "학생들의 안위나 교수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나? 교육부 입김에 못 이겨 경솔한 결정을 내린 사람이 모교의 총장이란 사실이 참으로 부끄럽다"고 규탄했다.
3가지 요구문도 전했다.
의대생들은 ▲근거없는 201명 증원요청을 철회하라 ▲충북의대 교수회와 학생들의 의견을 묵살한 것에 대해 사죄하라 ▲교육부가 아닌 학생들을 위한 결정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끝으로 "충북의대생들에게 이번 수요조사는 더 큰 투쟁 기폭제로 작용했다"면서 "무리한 증원을 반성하고,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촉구했다.
충북의대, 충북대병원 교수들은 지난달 29일 고창섭 총장에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조치는 논리가 부족하고, 전문가 단체와 협의도 부족하며, 사회적 합의가 되지 못한 사안"이라며 "증원 수요조사 송부를 유예해 주길 부탁한다"라는 내용의 서신을 보낸 바 있다.
충북의대 내과계 A교수는 수요조사 발표 이후, 교수 사이에서 '사직'을 결심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충북의대는 교수·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수요조사 발표시점, '의대 정원'이슈로 인한 두 번째 교수 사직 사례가 나온 학교다.
A교수는 "배대환 교수 사직 이후 함께 하겠다는 교수들이 상당히 많다. 성명 발표가 곧 있을 것 같다"며 교수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의사가 사명감이 없다'식의 언론 보도에 대해 크게 분노한다며 "필수의료 교수 중에서도 특히 지방의료에 있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것, 가족들의 일상을 포기하고 몇 년씩 일을 하던 사람들"이라며 "대부분 서울에서 2~3년씩 펠로우를 하고, 지방의료를 지키겠다고 돌아온 사람들이다. 사명감이 없었다면 몇 년씩 레지던트, 펠로우를 서울에서 하고 지방으로 왔겠느냐?"고 물었다.
A교수는 "그분들의 결정은 결코 돈이 아니다. 이미 경제적인 인센티브는 포기했고 지방의료를 지키겠다고 오신 분들"이라면서 "정부는 사명감으로 일하던 사람들한테 사명감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게 만들었다"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