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 본격 등판 '대규모 교수 이탈' 시작되나

의대 교수 본격 등판 '대규모 교수 이탈' 시작되나

  • 홍완기 기자, 김미경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4.03.0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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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교수협 '전원 사직' 의결...초반부터 강경 행보
"교수 투쟁 점화" 사직서 제출·보직 사임·비대위 구성·성명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사진=김선경 기자] ⓒ의협신문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전공의 대거 이탈 3주째, '명령·고발' 등 정부의 강경대응이 거세지자 교수들이 나섰다.

의대 교수들은 삭발 항의, 비대위 구성, 공동 성명부터 시작해 학장단 보직 사퇴, 사직서 제출·예고 등 초반부터 강경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7일 긴급총회를 열고,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교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키로 의결했다. 

지난 5일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울산의대 교수 중 79%가 겸직해제 또는 사직서 제출에 동의했다. 임상교수 중에서는 74%가 사직서 제출에 찬성했다. 울산의대는 교육부 의대증원 수요조사에서 현 정원 40명의 3배에 달하는 110명 정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의대는 보직 교수 12명이 지난 5일 일괄 사퇴했고, 보직을 맡지 않은 교수 2명도 같은 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경상의대는 현 정원 76명의 2배를 훌쩍 넘는 200명 정원을 신청했다.

49명에서 250명으로 무려 '5배' 증원을 신청한 충북의대 교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투쟁 의지를 알렸다.

충북의대 교수들은 "학생·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등 제재가 가해진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사직뿐"이라며 "제자들이 피해를 입을 시 망설임 없이 투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2018년 폐교된 서남의대 사태를 직접 겪은 원광의대와 전북의대 교수들도 강하게 반발했다.

원광의대는 원광대학교가 현 정원 93명의 2배 정원을 신청하자, 원광의대 학장단을 비롯한 교수 5명은 5일 보직을 사임했다. 이튿날 6일 성명서를 통해 “총선에 눈이 멀어 국민건강을 내팽개친 정부가 제자들을 휴학과 사직으로 몰아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의대 교수들은 7일 "정부의 증원 결정은 현장의 의견을 철저히 배제하고 정당한 절차를 무시한, 비민주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이라 비판하는 성명을 내고 총장실에 항의 방문했다. 이들은 전북의대 총장에게 의견 묵살을 사과하고 증원 규모 제출 경위를 명확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전북의대는 현 정원 142명에서 240명으로 늘렸다. 

가톨릭의대 학장단은 6일 입장문을 내고 전원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장단은 가톨릭의대가 100% 증원(총 186명 정원)을 제출한 것으로 추정했다.

정연준 가톨릭의대 학장은 "교육과 수련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야만 하는 학생·전공의들에 교육자이자 어른으로 얼굴을 들 수 없을 지경"이라며 부총장에 학장단 전원이 보직 사퇴서를 제출했음을 알렸다.

학장단은 "의과대학 중 높은 수준의 증원이 추정된다. 학장단으로써 참담하고 창피할 따름이며 전원 휴학 및 유급 사태를 막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경북의대 학장단 역시 7일 입장문을 통해 일괄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장단은 "더이상 현 직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교육자로서 의학교육의 파행을 더 묵과할 수 없기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경북대는 현정원 110명에서 250명 증원을 신청했다.

"의과대학이 교육할 수 있는 증원 규모를 논의, 그 결과를 대학 본부에 제시했지만 존중받지 못했다"며 "대학본부와 총장은 의대에서 도저히 감당 못할 수준의 증원 규모를 교육부에 신청했다"고 지적했다.

아주의대 교수들은 8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지난 6일에는 교수회 대의원회 명의로 "의과대학 증원 수요조사에 엉터리 수요 제출을 막지 못했다"며 의료원장과 학장에 대한 사퇴와 판단 근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아주대학교는 수요조사에서 현 정원 40명에서 144명으로 증원하는 안을 제출했다.

비대위는 비대위 결성과 동시에 성명을 내고 "사직서를 제출한 젊은 의사들과 휴학을 결심한 의과대학 학생들의 행위에 기성 의료인으로서 부끄러움과 함께 지지의 마음을 보낸다"고 전했다.

아주의대 비대위는 "현재 교수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못한 채 바깥에서 두려움에 떠는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이 돌아왔을 때, 즉시 그들을 맞이하고 중단됐던 교육을 재개할 수 있도록 준비하기 위함이다. 또 이들의 부재중에 행여 생길지 모르는 있어서는 안 될 재난을 막기 위해서"라며 "전향적인 상황전환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젊은 의사들과 학생들은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교수들의 어떤 설득과 간청도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고 밝혔다.

이런 사태에 절망해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도 있다고 전하면서 "향후 상황전개에 따라 더 많은 교수들이 사직의 길 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는 순간이 멀지 않았음을 비통한 심정으로 고백한다"고 말했다.

영남의대 교수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전공의·의대생 및 전의료계를 개혁에 반대하는 파렴치한 세력으로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수회는 "필수의료유지명령과 같은 강제적인 명령만으로 현장의 의료진에게 혼란한 상황의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공권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정부에 강압적·폭압적 공권력을 중단할 것과 의대 증원 철회 및 의료계와의 원점 재논의를 촉구했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6일 성명을 통해 "수련의와 전공의에 대한 협박과 처벌이 지속돼 그들이 병원에 돌아올 수 없다면 교수직 수행의 의미와 명분이 없다. 제자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학생들 역시 사태가 장기화되면 집단 유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의 조치가 없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현 40명 정원으로도 학생실습이 파행 운영되고 있는 열악한 환경에서 120명 증원을 신청한 한교당국에 구체적 후속 대책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김정구 부산대교수회장은 5일 차정인 부산대학교 총장에 대한 공개질의를 통해, 의대 정원 신청 결정 및 의과대학 의견 배제의 근거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집단 휴학 의대생들에 대한 규제 방안과 학습권 보장을 위한 대첵도 함께 요구했다.

부산대는 교육부 의대증원 수요조사에서 기존 정원 125명의 100% 증원안인 250명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구 회장은 "교수회는 대학본부가 지금이라도 대학의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하고 투명한 결정을 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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