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지역의료 공보의 공백이 해결책? 미봉책 대신 대화 나서야"
이성환 공보의회장 "저연차 전공의도 어려운데 일반의가 어떻게…"
현역입대금지명령 '썰'까지…만든다던 전문의 중심병원은 '설립 시'만
정부가 비상진료대책의 일환으로 지역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을 상급종합병원에 차출하자, 지역의료 공백을 오히려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의료계 안팎으로 높다.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던 정부가 지역 보건소·보건지소의 공보의들을 서울 또는 대도시 상급종합병원으로 보내는 건 모순적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1일부터 빅5병원 등 주요 수련병원 20곳에 공보의와 군의관 158명을 투입했다. 이중 92명은 병원에서 전공의 수련과정을 거치지 않은 일반의다.
파견된 공보의·군의관들이 이틀간 교육 후 본격 진료에 들어가는 13일,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정례브리핑에서 비판을 쏟아냈다.
의협 비대위는 "공보의 차출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한 지역 주민들은 지역 의사들을 빼서 서울 사람들을 살린다며, 지역 사람들도 서울에 있는 병원을 가라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며 "우려했던 지역의료 공백 문제가 곧바로 현실이 됐다"고 꼬집었다.
"파견된 공보의·군의관들이 제대로 된 숙소조자 배정받지 못해 자비로 숙박을 해결하고 있다"며 "군 입영 대상자인 의대생 다수가 차출되는 공보의·군의관의 처우를 보면서, 휴학을 하는 김에 현역 입대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의대생들이 공보의·군의관로 복무하기보다 현역 입대를 택하게 된다면, 차후 격오지와 군부대의 의료인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의협 비대위는 "군 입영 방식은 개인의 선택이기에 의대생들의 자발적인 입대를 정부가 막을 수는 없다"면서 "지금의 정부라면 '현역입대금지명령' 등 황당한 명령을 남발할지도 모른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비꼬았다.
공보의 상당수가 인턴도 경험하지 않은 의사이기에 병원 시스템과 업무 적응을 어려워하고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은 "4인실 병실 등을 공보의 숙소로 사용하라는 병원이 실제로 있었고, 이후 숙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협의를 계속했다"며 "현장 공보의 중 병원에서 경험이 거의 없는 일반의들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많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공의들도 저연차에는 지도감독과 보호를 받으며 업무를 수행하는데, 일반의가 고작 이틀 교육 받고 바로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병원 설립 시' 전문의 배치기준 강화 방안도 실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협 비대위는 "대규모 병원이라도 설립 시에는 부분적으로 운영을 시작하기에 필요한 의사 인력이 많지 않다. 전공의 배정이 거의 되지 않아 애초에 설립 초기에는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미 운영중인 빅5 등 대다수 병원들은 전공의 의존도를 낮출 수 없는 교묘한 말장난같은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의협 비대위는 "올바른 해결방법을 외면한 채 미봉책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며 "현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리한 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의료계와 대화에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