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근거 3가지 보고서, "과다 추계 성향 오류있어"
인구 1000명당 의대 진학 21명 될 수도…사회적 비용 커져
의료시스템 변화 무게…가치기반 의료시스템 정착시켜야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 내에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의 배경에는 건강한 고령화와 은퇴가 늦어지는 의사로 인해 총 의사 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됐다.
건강한 고령화와 총 의사 수가 증가해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을 한 사람은 오주환 교수(서울의대, 의학과)다. [의협신문]은 최근 오주환 교수를 만나 건강한 고령화와 총 의사 수의 변화, 필수·지역의료 부족 해결을 위한 방안에 대해 물었다.
특히 오주환 교수는 인터뷰를 통해 보건복지부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 자료로 제시하고 있는 3개의 보고서에는 '같은 연령 사람이라도 이전의 같은 연령 사람보다 더 건강해지고 있는 경향', 즉 '건강한 고령화'가 포함되지 않았음을 짚었다.
3가지 보고서 모두 부족 예상 의사 수 과다 추계 성향을 보이는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 것.
"고령화가 진행될 수록 의료 수요가 늘어난다는 말은 얼핏 듣기론 맞을 수 있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 오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연령대별 의료비 지출과 의료 이용 날짜를 2013년과 2019년을 비교 분석한 자료를 제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20대 의료이용을 기준으로 다른 연령대의 의료이용 양과 비용 각각의 비(ratio)를 2013년과 2019년을 비교해보면 고령층의 의료이용량이 젊은 층보다 더 많은 정도가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든다는 것을 모든 고령 구간에서 볼 수 있다. 또 최 고령층인 85세 이상 구간에서도 그 정돠는 적지만 그 감소된 양상은 여전히 일관된 감소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울러, 의료 이용 날로 비교해도 역시 이런 경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 교수는 "해당 통계는 이론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실제 의료를 이용한 통계이며 외래 이용과 입원 이용 날짜를 다 합친 것"이라며 "나이 든 사람들의 의료 서비스 요구량이 점차 젊은 사람들의 건강 수준에 더 가까운 쪽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는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다"며 "지금 80대 어르신의 사진과 예전의 60대 어르신의 사진을 보면 별 차이가 없다. 20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요즘 고령화는 건강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또다른 근거로 의사의 은퇴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오 교수는 "의사도 건강하게 늙고 있다"며 "60세 이상 의사 수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자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시한 통계로 60∼69세, 70∼79세, 80∼89세 연령 구간의 활동 의사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오 교수는 "60대 이상의 의사가 꾸준히 늘고 있는 패턴은 앞으로 10년 뒤인 2035년까지 계속된다고 보는데 무리가 없다. 의사 수는 더 가속화되게 늘어날 것"이라며 "정부는 의대 정원이 20년 째 고정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마치 국민들에게 의사 숫자가 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5년간 2000명씩 의대정원을 증원하는 정책에 대해 "전 국민을 의사로 만들려는 계획"이라는 비판과 함께 국가 발전 방향에서도 옳지 않은 방향이라는 점도 언급됐다.
현재 한 해 출생해 대학에 입학하는 출생 코호트 인구 1000명 당 약 7명이 의대를 가는 시점에서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더라도 출산 수 감소로 인해 2040년 정도엔 한 해 출생해 대학에 입학하는 출생 코호트 인구 1000명 당 약 13명이 의대를 진학한다.
오 교수는 "의대정원을 증원하지 않더라도 지금 출생 코호트에서 의사가 되는 비율이 너무 높아진다. 2000명씩 5년을 늘린다면 최고 입학하는 연령시점에서 같은 해 출생한 코호트 1000명당 21명이 의대를 진학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는 곧 다른 분야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의사가 많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비용 대비 효율성은 극히 낮을 것이라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오 교수는 "국민들은 늘어난 의사 수 만큼 보험료를 지금보다 얼마를 더 내야 되는 거냐, 의료비 지출이 지금보다 얼마나 더 많아지는 거냐는 걸 물어봐야한다"며 "따지고 보면 그 돈은 이론적으로만 존재하지 실제로는 아무도 그 돈을 낼 수 없는 만큼의 많은 돈일 것이다. 보험료 납부 거부 운동, 젊은 층과 고령 층의 보험 분리 운동 등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를 현행 의료시스템 구조에서 늘리게 되면 돈 먹는 하마가 되서 사회의 돈을 엄청 빨아들이겠지만, 사람들의 건강 수준을 향상시키는 효율은 매우 낮을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의사를 많이 늘려 의사들의 수입을 반값으로 줄여야한다는데 의사를 늘리면 수입을 약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의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의료서비스를 엄청 제공해 사회 전체가 쓰는 돈을 2배로 늘어날 수도 있다. 시스템 변화가 없이 의사를 늘리는 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결국 필수·지역의료의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치기반의료'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강조한 오 교수는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의료시스템 변화에 무게를 둬야 한다"며 "수가를 가치기반의료로써의 전환한다면 의료 수요량은 20%까지 줄일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가치기반의료 수가를 제공하는 방식의 전환은 현행처럼 의료 서비스 행위량을 늘릴 때 의사가 더 사회로부터 많은 이득을 챙기는 것(행위별 수가)이 아니라 환자들이 원하는 가치(건강)를 더 많이 실현해 주는 의사에게 사회가 더 많은 이득을 주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오 교수는 "가치기반의료를 통해 의료 서비스는 덜 제공하면서 사람들이 더 건강해지는 비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동네의원, 병원,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으로 이뤄지는 의료전달체계 역시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루고 담당하도록해 환자에게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