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산대병원 안과 교수 사망 소식에 의료계 충격
50대 후반에도 한 달에 6~7일 밤샘 당직 현실 등 토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이 훌쩍 넘었다. 그 빈자리는 남아있는 교수들이 채우고 있는데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병원 특성상 전공의 대신 36시간 연속근무 현실에 몰리고 있는 교수들의 건강에도 '적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40대의 부산대병원 안과 A교수가 24일 새벽 지주막하출혈로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한 사실이 의료계에 알려지면서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온라인에는 A교수의 명복을 비는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A 교수의 사망이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과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이 소식을 접한 교수들은 평소와는 달리 과중한 업무에 몰리고 있는 것은 사실인 만큼 "남일 같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의대 정원 확대 및 정원배정에 대한 철회가 없는 한 예고했던 대로 전국의대교수 사직 및 주52시간 근무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교수도 의사이자 노동자인 만큼 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인천 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한 달에 6~7회 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 야간 당직은 병원에 머물면서 환자를 케어하는 등의 업무를 밤새 해야 한다. 일주일에 1~2회는 꼭 당직을 서야 하는데 외래 진료까지 더해지면 24시간을 넘어 36시간 연속 근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이 교수는 "내과 7명의 교수가 있는데 한 명은 고령, 다른 한 명은 임신 중이라서 당직에서 제외하고 5명이 돌아가면서 주야간 당직을 서고 있다"라며 "야간에 업무를 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체력에 무리가 오기 때문에 60대 이상은 당직에서 제외하고 있다. 5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당직을 내리 섰을 때 확실히 체력적으로 부담으로 이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난주에는 화, 수 이틀 연속 당직을 섰더니 목요일에는 너무 어지러워서 간신히 출근만 했지 일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교수실에 누워있는 것도 겨우했다"라며 "입안도 다헐어 양치질만 하면 피가 나온다. 그나마 주말 이틀을 쉬었더니 다시 당직을 설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천의 또 다른 대학병원 가정의학과는 당직 순서를 정하더라도 밤새 병원에 머무르는 대신 온콜 대기를 서야 한다. 병원에는 말기 암 환자가 입원하고 있는데, 환자 사망 시 사망 선언 및 사망신고서 작성을 의사가 꼭 해야 하는 업무이기 때문이다.
가정의학과 교수는 "환자 사망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마냥 대기하고 있다"라며 "최근 새벽 3시에 연락을 받고 병원에 나가 환자 사망을 확인하고, 선고, 진단서 작성을 끝내고 보니 4시였다. 그때부터는 잠이 오지 않아 꼴딱 새우고 회진, 외래진료를 했는데 오후가 되니 체력의 부침이 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실 55세 이상부터 당직 그 자체가 체력적으로 무리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보니 그 아래의 전임의, 임상교수, 부교수에게 당직 관련 업무가 넘어가는 게 현실"이라며 "젊다고 또 마냥 체력이 좋은 것은 아니니 건강에 적신호로 이어지는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의사는 야간작업이나 당직으로 충분히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절을 위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틀 연속 낮부터 자정까지 당직을 섰다며 "전공의 공백으로 업무 로딩이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병원에 남은 의료 인력이 과중한 업무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보건복지부는 시니어 의사 활용, 개원의 파트타임 허용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일선 교수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인천 대학병원 내과 교수는 "시니어 교수를 활용한다는 소리는 이들이 낮에 일하고 다른 교수들은 밤에 당직이나 서라는 소리 아닌가"라며 "밤에 업무를 한다는 부담은 상당히 크다. 건강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60대는 당직에서 배제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직 부담이나 업무 부담은 똑같이 나누자고 해도 주니어 스태프들에게 더 가는 게 현실인데 이 상태로 두세 달 만 가면 그나마 있던 전임의, 임상교수, 조교수가 그만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공백 사태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론이 교수들의 몸과 마음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타협점이 생기든 그렇지 않든 전공의가 현장에 복귀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라며 "인턴과 저년차 전공의가 없는 상황을 적어도 3~4년은 모든 수련병원이 겪어야 하고, 필수진료과 지원을 담보하지도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비급여, 미용성형 의사들의 수입이 아무리 많아도 그들의 삶을 동경하거나 쫓아가려는 생각이 없는 의사들이 필수의료에 남는 것이고 그 숫자도 많다"라며 "적어도 병원에서 수익을 올려야 한다라는 소리를 안 들을 정도의 지원만 정부가 해도 불만이 크게 없을 것이다. 그런 현실을 만들어 놓지도 않고 단순히 숫자만 늘리면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